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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혼술남녀 1회-박하선과 김기범 노량진에서 청춘을 외치다

by 자이미 2016.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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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술 먹는 사람들을 다룬 <혼술남녀>가 첫 방송되었다. 첫 방송부터 빵 터진 박하선표 코믹극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메시지를 잃지 않는 선택은 옳았다. 혼술 자체에 시대 가치를 그대로 품고 있다는 점에서 첫 시작부터 반가웠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노량진 미생;

고컬 정석과 막돼먹은 하나씨, 노량진에서 그려진 우리 시대 청춘 성장기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밥을 먹는 시대가 왔다. 10여 년 전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 이야기를 해주고 밥을 먹어주는 비디오가 일본에서 출시되어 화제였다. 국내에서는 단순한 웃음거리로 기사화되기도 했지만 현재 우리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혼자 밥 먹기 외로워 미친 듯이 먹기만 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모습이 10년 전 일본의 혼밥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혼자 먹는 BJ를 위해 돈을 주는 이 당황스러운 현실은 씁쓸하다. 과거 대가족 시대가 사라지고 핵가족을 넘어 혼자 사는 형태로 변하기 시작하는 현실 속에서 뭔가 혼자 하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는 시대가 되었다.

 

<혼술>은 이런 시대를 적절하게 반영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혼자 생활하는 인구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과 함께 심각한 수준의 경제난에 목표를 잃은 청춘들의 잔혹사는 더욱 잔인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현실을 드라마 <혼술>은 품어냈다.

 

학원가로 유명한 노량진은 강의를 하는 이들에게는 말 그대로 성지다. 그곳에 입성해야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에서 당연한 일이다. 수많은 수험생들이 미래를 꿈꾸며 모여드는 노량진은 철저하게 조직화된 공간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길을 건너면 펼쳐지는 그들만의 세상은 일반적인 사회와는 단절된 세상이 존재한다.

대학입시부터 공무원 시험까지 수많은 수험생들을 위한 유명 학원들이 가득한 그 공간은 신세계다. 서울 사람들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시험을 치르려는 모든 이들이 마치 블랙홀에 빠져들듯 노량진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그들을 위한 고시원들과 식당들이 하나의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학원과 고시원, 그리고 식당과 술집 등이 촘촘하게 구축된 그 공간에는 일반적인 사회와는 다른 수험생과 공시생들의 세계가 존재한다. 과거 사시를 준비하던 이들보다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들로 바뀐 그 공간에서 많은 이들은 내일을 꿈꾼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결국 그 공간을 던전으로 만들어버렸다.

 

한국사 강의를 하는 진정석(하석진)은 최고 학부 출신의 일타 강사다. 하지만 그의 별명은 '고쓰'다. 외부적으로 보여 지는 모든 것은 고 퀄리티이지만 인성은 쓰레기라는 점에서 그의 별명은 '고쓰'다. 그런 그가 3년 계약금으로만 100억을 받고 학원을 옮겼다.

 

학원 첫 출근부터 트러블 메이커의 진가는 그대로 드러났다. 영어 강사 황진이와 주차 다툼을 벌인 진정석은 안하무인이다. 자신의 개인 룸에서 안마의자에 앉은 박하나(박하선)와의 만남은 악연이다. 자신이 가장 증오하는 그 존재와 함께 학원에서 근무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정석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공시에서 불합격한 기범(김기범)은 친구 공명, 동명과 함께 노량진 라이프를 만끽한다. 노량진 공시생은 무릎 나온 트레이닝 복만 입는 게 아니라는 기범은 컵 밥이 아니라 다양한 요리가 가득한 4,000원 짜리 뷔페를 만끽하는 공시생의 일상은 남들이 보기에는 행복하기만 하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최적화된 공간에 대한 공명의 관심은 공시생으로 합류하고 싶은 욕망을 키우게 할 정도다. 하지만 그런 최적화된 환경 속에서도 공시생들은 힘들고 험난하기만 하다. 그곳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된 채 살아야만 한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그 불안을 숨기는 것은 바쁜 일상의 모습이다. 그럴 듯하게 시스템화 된 노량진이라는 공간에서 나름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자부심이 불안을 잠시 숨기고 있을 뿐이니 말이다. 성공을 위해 노량진 입성에 큰 가치 부여를 한 하나이지만 모든 것이 힘들기만 하다.

 

유명 대학을 나오지도 않았고 변두리 학원 강사였던 그녀의 노량진 입성은 말 그대로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첫 날부터 만난 정석은 그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확인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철저하게 학벌을 앞세우고 격을 따지는 한심한 존재인 정석으로 인해 기분만 상한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은 집에서 마시는 캔 맥주 한 잔이었다.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은 술이 아닌 관계를 위함이다. 혼술은 말 그대로 술을 위한 음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와의 소통도 없이 홀로 마시는 술은 지독할 정도로 개인화되는 현실이 만든 어쩔 수 없는 환경의 변화다. 그 혼술 문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만큼이나 드라마 <혼술>은 다채로운 인물을 통해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다.

 

청춘들의 희망이 겨우 공무원이어야만 하는 시대.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된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선호는 그만큼 사회가 경직되고 무기력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내일이 없는 현실 속에서 장수 공시생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남이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강렬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막돼먹은 영애씨> 작가였던 명수현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코믹함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박하선의 망가진 '픽미' 댄스에서도 보여지는 영애씨의 흔적들은 흥미롭게 변주를 하고 있다. <막돼먹은 영애씨>가 만들어내는 노량진 <미생>은 그렇게 유쾌하지만 서글픈 첫 회를 매력적으로 보여주었다.

 

<미생>의 장그래가 아닌 <혼술>의 노그래가 되어버린 박하선과 장수 공시생의 복잡한 심정을 그대로 담아낸 김기범의 모습은 첫 방송을 완벽하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성장이 곧 <혼술>이 품고 지탱해나가는 가장 큰 기둥이라는 점에서 박하선과 하석진의 러브라인보다는 김기범이 풀어가는 청춘들의 고민들이 더 큰 가치로 다가 온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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