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엄한 돌감옥에 갇힌 하람을 찾은 천기는 애틋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실험해보기 위해 하람은 천기의 손을 잡았다. 이는 몸속의 마왕을 깨우겠다는 의미다. 백발노인의 예언처럼 죽거나 살 수 있는 극단적 선택을 하람은 했다.
두 사람이 손을 잡자 과거와 다른 모습이 전개되었다. 어둠 속에 갇혀 있던 하람은 사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곁으로 온 천기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짧게 지나가고 마왕이 다가오며 긴장감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마왕은 자신의 힘을 완벽하게 갇추기 위해서는 천기의 몸에 있는 눈을 가져가야 한다. 이번에도 천기의 눈을 향하지만 하람이 준 옥가락지는 마왕을 잠들게 만들었다. 이는 중요한 발견일 수밖에 없다. 하람의 아버지인 하 도사가 어머니에게 준 이 옥가락지의 실체는 마왕을 길들이거나 가둘 수 있는 힘이 있으니 말이다.
옥가락지는 마왕에 의해 사망한 중용의 신 뼈로 만들어진 반지라고 한다. 탄생과 죽음 사이에 중용을 관장하는 신이 있었다. 삶과 죽음의 균형을 맞춰주는 중요한 위치의 신이 죽으며 마왕의 광기는 극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신할망이 나서 마왕을 봉인하는데 힘을 실었다.
마왕을 봉인하는 과정에서 피치못한 희생이 따라야 했다. 왕가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지만, 마왕 봉인식에 나선 이들은 죽거나 광인이 되거나 도망쳐야 했다. 봉인식을 주관한 하 도사는 결국 죽었다. 금부도사에 의해 쫓기다 벼랑 끝에서 떨어졌음에도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기우제를 올린 후 아들의 시력까지 마왕에 빼앗기더니, 죽기까지 했다. 어용을 그렸던 천기의 아버지는 광증을 얻고 말았다. 이는 마왕의 저주였다. 그렇게 천기는 태어나며 더는 그림을 그릴 수 없도록 시력을 빼앗겼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에게 운명의 끈을 연결해준 것이 삼신할망이다. 죽어가던 하람의 몸에 마왕을 넣고, 그 힘을 분산시키기 위해 천기에게 마왕의 눈을 줬다. 이는 신령한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마왕을 마왕으로 잡을 수 있는 운명의 판을 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옥사에서 하람이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주향도 마음이 바빠졌다. 하람 속에 있는 마왕을 꺼내 자신에게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함 속에서 주향은 듣고 싶지 않은 비밀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격정적인 분노에 이르게 하는 그 비밀은 주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뿐이었다.
하람을 만나고 온후 천기는 어용 그리기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쓰러진 하람이 기운을 차렸다는 소식에도 어용에만 집중했다. 불탄 어용에서 마왕의 모습만 보도 당황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마왕을 이겨내고 그 안의 선왕의 모습을 완벽하게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천기는 신령한 힘으로 어용을 그리기 시작했다. 양명은 하람의 지적처럼 천기의 안위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봉인식 후 하람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확신을 주는 답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어용을 완성한 이들이 모두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양명의 이런 우려에 선왕은 경원전에 모셔진 어용들을 언급하며, 불이 난 그날에도 살아남은 것은 그림의 의지라고 이야기했다. 이는 화공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천기 아버지가 저주에 걸린 것은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잊고 밖으로 나와 마왕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들을 빗겨가게 되면 저주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더욱 화차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 능력을 갖춘 천기라며 영혼을 파는 일도 없다는 점에서 저주는 비껴갈 가능성이 더 높다. 마음이 바빠진 주향은 아버지를 뵈러 갔다 먼저 왔다는 양명에게 세자로 책봉하겠다는 발언을 듣고 만다.
자신이 아닌 동생에게 왕위를 물려준다는 말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하람을 데려가 마왕을 꺼내려는 주향을 막아선 것은 성조였다. 아들 둘과 마왕을 품은 하람까지 있는 비형서에 들어온 성조는 주향과 단둘이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
언쟁이 높아지자 성조는 주향을 제주로 유배시키겠다고 분노하다 피를 토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동안 간심통을 앓아왔던 왕이 정신을 잃자 주향은 신이 준 기회라고 확신했다. 마왕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왕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성조가 양명에게 왕의 자리를 물려주겠다는 말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신하들에게 공표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주향을 지지하는 세력들은 당연히 둘째인 주향이 왕의 자리를 이어야 한다고 나섰다. 이런 흐름 속에서 주향이 굳이 마왕을 원하는 것은 다른 이유도 존재했다.
더 강한 힘을 얻고 싶은 욕망에 더해 그의 배에 있는 깊은 상처때문이다. 마왕이 지나가며 남긴 상처는 평생 고통의 원인 되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마왕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없는 상황에서 주향은 마왕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주향의 책사까지 이런 상황에서 굳이 마왕을 탐할 이유가 있냐는 말까지 하지만, 그는 주향이 느끼는 지독한 고통을 알지 못한다. 성조가 쓰러지자 하람의 말처럼 혼돈의 시대가 도래했다. 마왕 봉인식을 자신이 주관하겠다는 주향과 이런 형을 저지하려는 양명이 벌이는 형제의 난은 시작되었다.
비형서에게 하람을 꺼내 가마로 이동하는 자리에 천기가 몰래 숨어들었다. 가마 안에 몰래 타고 있는 천기를 발견한 하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게가 더 나가자 가마꾼이 실수로 놓치며 흔들려 자칫 하람마가 나오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다.
이 분위기를 읽은 주향은 가마 안에 다른 누군가 존재한다고 확신했다. 가마꾼들의 행동까지 파악하는 주향은 분명 탁월한 인물이기는 하다. 하지만 과한 욕심은 스스로 몰락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양명의 저주처럼 마왕을 받아들이면 주향은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
국무당은 두 개의 태양이 밝게 빛나며 둘 중 하나는 어둠 속으로 묻힐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세상에 두 개의 태양은 존재할 수 없으니 말이다. 길일까지 하람이 가진 것은 그의 계획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절대 반지가 된 옥가락지는 중요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주향이 마왕을 몸으로 받아들인 후 반지를 끼게 되면 마왕을 그 안에 봉인하도록 만들 수밖에 없다. 마왕의 눈도 가지지 못한 채 봉인된다는 것은 반격에 취약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과연 이 절대 반지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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