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왕따 문화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여전히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일 정도다. 직장 문화가 우리가 살아왔던 것과 전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학창 시절 왕따 문화가 그 시절을 넘기면 모두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문화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직장에 가면 그 문화 역시 그곳에서 뿌리를 내릴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직장이라는 거대한 감옥;
직장 내 왕따 문화, 괴롭히는 직장과 죽어가는 직장인 해법은 있는가?
<PD수첩>은 세 가지 사례를 통해 직장 내 왕따 문화가 얼마나 잔인한지 보여주었다. 물론 특정한 직업 군에 국한되지 않다는 점이 더 두렵다. 이는 직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문제가 아닌 인간의 가장 추악한 본능이 드러낸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완장을 찬 자들에 의해 벌어지는 잔인한 폭력이라는 점에서 사회 전체의 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디자인이 좋아 늦은 나이에 시작한 원 씨는 대기업 인턴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29살에 인턴에 된 그녀는 자신이 평생 하고 싶었던 의상 디자인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렇게 시작한 인턴 생활 2주 만에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운동을 하면서 만났던 남자친구 송 씨는 사망한 원 씨가 직장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밝혔다. 고인이 된 여자친구 장례식까지 치른 그이지만 쉽게 잊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위패가 모셔진 곳을 서성이기만 하던 그마저도 목숨을 끊었다. 앞서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남자친구는 그렇게 그녀의 억울함을 해소해 달라며 자신의 휴대폰까지 풀어놓았다. 그게 남자친구가 할 수 있는 마지막이었다.
교사가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을 아내에게 한 후 집을 나서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학생도 아닌 교사가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가 남긴 유서에는 한 사람을 지목해서 그 때문에 죽음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학생들은 사망한 교사가 왕따였다고 주장했다. 항상 학교에서 혼자 있어야 했던 교사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친절하고 수업에서도 열정적이었지만, 교사들과 사이는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서에 등장한 해당 교사는 학생들 앞에서 사망한 교사를 인격 모독을 하며 비난을 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딸에게 녹음하는 방법을 배워 해당 교사와 통화한 내용을 들어보면 충격적이다. 욕설은 기본이고 상대에 대한 그 어떤 배려도 없는 통화에서 이들이 얼마나 문제가 심각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사망한 교사를 극단으로 몬 결정적 이유는 존재했다.
자신의 전공이 아닌 전혀 알지도 못하는 과목을 학생들에게 갑작스럽게 가르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1년 동안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2, 3달 안에 학생을 가르칠 수 있게 준비를 하는 것은 무리다. 50이 넘은 나이에 자신이 그동안 가르치지도 않은 과목을 공부해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할 수 있다는 말인가?
故 박성옥 간호사는 대형 병원에 입사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간호사들 간의 '태움' 문화로 인해 버티지 못하고 사망한 그녀는 가족들에게는 너무 소중한 딸이었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가족들에게는 에너지 원이기도 했던 딸이 대형 병원에 가자마자 사망했다.
지독한 방식으로 간호사들을 괴롭히는 '태움' 문화는 그들 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이면서 가학적인지 알 수 있게 한다. 간호사의 이직율이 극단적으로 높은 이유 역시 이런 문화 때문으로 추측된다. 간호사로서 일을 하기 위해 취업했는데, 환자를 보는 간호사가 아닌 선배 간호사에게 지독한 고통을 받아야 하는데 누가 간호사 일을 지속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직장 내 왕따다. 그리고 추가적인 공통점은 가해자 측의 주장은 피해자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다. 29살 인턴은 일이 끝난 후 운동을 꾸준하게 즐겼다. 그리고 회사에 출근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흥분까지 할 정도로 즐거워했다. 그런 그녀가 우울증이라니 황당하다. 전문가 역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여성의 행동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교사에 대한 학교의 주장도 동일하다. 교장과 교감은 사망한 교사가 우울증 약을 지어 먹었다고 주장했다. 우울증이 문제가 되어 사망한 것이지 학내 왕따가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한의원에서는 우울증 약을 지어준 적이 없다고 했다.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해당 약을 지어준 적은 있지만 그는 우울증 증세는 없었다는 것이다.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는 교사는 50살이 넘어 왕따를 당한 후 그렇게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훈시를 하는 교장과 달리, 학생들은 대자보를 만들어 문제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거대한 조직은 그렇게 잔인했다. 사망한 간호사마저 우울증이 죽음의 이유라고 주장하는 가해자 집단의 광기는 여전하다.
방송이 나간 후 세상은 바뀔까? 전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는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홀로 살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는 살아가며 수시로 접할 수밖에 없는 위험 요소다. 사회 생활을 잘 하는 이들도 있지만, 쉽지 않은 이들도 있다.
사회 생활이 쉽지 못하는 이들이 왕따를 당하는 이유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왕따는 꾸준하게 이어진다. 이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이 없다면 왕따를 당한 대상은 직장에 가서도 그 왕따 문화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군대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을 제외한 일반적인 국민들은 군대는 필수다. 피할 수 없는 의무라는 점에서 군대를 가야만 한다. 그리고 그렇게 2년 동안 익숙해진 군 문화는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까라면 까'는 식의 군대 문화는 학교에도 직장에서도, 심지어 가정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와 위계 문화가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왕따는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 미투 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지만 이런 문화가 한순간에 모두 사라질 것이라 믿는 이는 없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왕따 문화 역시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었다.
학내 왕따 문화로 인해 많은 어린 학생들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뉴스를 장식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하지만 근본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원인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사회적 함의를 이끌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국가 주도 하의 시스템 변화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의가 없다면 문화 자체가 변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완장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정치를 하는 자들까지 고압적인 자세와 막말을 당연하게 여기는 한심한 현실 속에서 과연 이런 문화가 사라질 수 있을까? 국민의 선택으로 선출된 공무원들이 완장질을 이어가는 현실 속에서 변화는 요원하다. 그런 자들부터 바꿔야 우리 사회는 정상을 찾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쉽지 않은 문제다. 미투 운동도 왕따 문화도 간절하지만 그 간절함 만으로 사라지기 어려운 문제이니 말이다. 긴 호흡으로 사회적 합의를 모을 수 있는 꾸준한 노력이 없이는 문화가 바뀔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사회 전체가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누구라도 권력에 의한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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