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찾을 줄은 아무도 몰랐을 듯합니다. 출연자들만이 아니라, 제작진이나 시청자들도 오픈런을 할 정도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추운 아이슬란드를 따뜻하게 해 줄 한식은 이들에게 특별한 감흥을 줬을 듯합니다.
K로 시작되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국지적이지 않습니다. 그저 아시아에서나 관심받는 수준을 벗어난 지 이미 오래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혹을 품는 이들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방송을 통해 보이는 모든 것을 믿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나영석 사단의 음식 예능을 보신 분들이라면 점점 한국 문화를 알고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초창기 식당을 개설하고 장사를 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보인 한국 음식과 문화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습니다.
이는 한국만이 아니라 그 어떤 나라여도 상관없는 궁금증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번 아일랜드 편을 보면 크게 달라진 모습을 엿보게 합니다. 여전히 아시아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아이슬란드 현지인들 역시 관심을 보이는 모습들도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서진 뚝배기'의 첫 시작은 화려했습니다. 보통 첫날은 손님이 없어 놀다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던 그들이라는 점에서 아이슬란드에서 반응은 놀라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픈하기 전부터 많은 이들이 식당 근처에 있었고, 오픈런까지 이뤄졌습니다.
여덟 명의 첫 손님은 미국에서 온 여행객들이었죠. 메릴랜드에서 왔다는 대학생들은 아시안들이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시아 친구들이 함께 아이슬란드 여행을 온 것으로 보이죠. 아무래도 뉴욕대를 나온 서진으로서는 반가웠던 듯합니다.
그들이 사는 곳이나 도시, 그리고 스포츠와 관련된 서진의 언급에 급화색을 보이며 친근해지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이런 이야기들은 주효하기 때문이죠. 아이슬란드에서 한식을 먹을 줄 몰랐다는 미국 친구들은 이런 상황에 재미있어했습니다.
봄방학을 맞아 아이슬란드에 여행 왔는데, 그곳에서 유명 한국 연예인들이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음을 발견했을 때 어떤 감정이었을지 궁금해집니다. 워낙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뜨거워진 시대를 살고 있다 보니 이런 상황도 마주하게 되는 듯합니다.
한식이 많이 알려지고 관심을 크게 가지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인들이 더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서진 뚝배기' 첫 날 찾은 손님들의 70% 이상은 아시아인들이었습니다. 아이슬란드에 사는 이들이나 여행객들에게 한식은 반가웠을 듯합니다.
점심시간에 그리 많은 손님이 올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홀은 바로 만석이 되었습니다. 첫 주방을 책임진 최우식과 보조인 고민시에게는 쉽지 않은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준비를 한 이들은 최선을 다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져 시간을 단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공간 디자인과 소품도 상당히 많은 신경을 썼음을 오히려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먼저 알아봤습니다. 아이슬란드 전통옷을 입은 호랑이와 한복을 입은 말을 이용해 두 나라를 연결시킨 매력적인 포스터를 알아보고 반가워하는 모습도 참 보기 좋았습니다.
추운 날씨에 가장 좋은 국물 요리를 외국인들도 즐기는 모습은 의외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들이 먹는 국물 요리라는 것이 감기 걸리면 먹는 치킨수프가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죠. 우리처럼 국물 요리를 좋아하고 자주 먹는 민족도 없을 겁니다.
다양한 한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아이슬란드에서 흔치 않다는 점에서도 이후 펼쳐질 일정들이 궁금하게 다가옵니다. 첫날 많은 아시아인들이 찾은 것은 그만큼 한식에 익숙하고 한국 스타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합니다.
아이슬란드 학생 넷이 한식을 경험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아시아 2세 정도로 보이는 학생과 백인 학생들이 찾아와 음식 두 개를 시켜 나눠 먹는 모습은 학생답기도 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경악스러운 물가를 생각해 보면 이들에게도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물론 임금도 높기는 하겠지만, 아이슬란드가 탄탄한 부국은 아니기 때문이죠.
소갈비찜과 돌솥비빔밥을 시켜 나눠 먹으며 한식을 알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사랑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쌀이 주식이 아닌 그들에게 밥을 먹는 행위 자체도 낯선 체험이었을 겁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온 이 학생들은 그렇게 한식의 새로움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점심 장사를 마치자마자 위기는 찾아왔습니다. 오늘 하루 판매한다고 준비한 식재료들이 거의 동이 났기 때문이죠. 다시 급하게 장을 봐서 새롭게 준비하는 상황 속에서도 이들은 즐거웠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큰 관심에 몸은 피곤하지만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일이죠.
3시에 이미 식당 앞에서 많은 이들이 모인 장면을 보고 당황할 정도였습니다. 6시 오픈에 맞춰 다시 오겠다는 이들의 모습은 예고편이었습니다. 정육점 고기를 모두 사들여 준비를 마치자마자 손님들은 다시 오픈런을 했습니다.
손님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유미는 건너편에서 촬영하는 제작진을 향해 눈 오는 아이슬란드를 보며 "메리 크리스마스"를 하다 깜짝 놀랐습니다. 이미 손님들이 오픈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말이죠. 그렇게 시작된 저녁 영업도 정신없었습니다.
한국인이 포함된 단체 손님만이 아니라, 마치 아이슬란드 거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식당을 찾는 듯 끝없이 밀려들었으니 말입니다. 단체 손님들은 아이슬란드에 여행온 이들이 마음에 맞아 함께 어울리는 팀이었습니다. 한국인이 소개해 해당 식당을 찾은 것으로 보이죠.
한국어를 배우려 노력하고, 한국의 문화를 알아가려 다양하게 시도하는 이들의 모습이 바로 현재의 K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으로 다가옵니다. 한식과 함께 소주를 마시며 즐거워하는 이들의 모습은 이제는 익숙한 그림들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단체로 오는 여성들이 많은데 현지인들의 경우는 어린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고 열광하는 이들이 바로 MZ세대들이기 때문입니다. K팝이나 K드라마들에 익숙해진 이들은 자연스럽게 한식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죠.
이곳을 찾아 처음으로 한식을 맛본 이들은 이래서 더욱 한국에 가고 싶다는 말도 했습니다. 너무 멀지만 한 번은 가고 싶은 K팝의 고향 한국이라는 그 문화 브랜드는 '서진 뚝배기'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넷플릭스에서도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많이 상영되니 관심 역시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우식이 출연한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고 사인을 요청하는 아이슬란드 소녀의 모습은 사랑스러웠습니다. 아이슬란드 가족의 모습도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알고 봤더니 식당 집기를 만든 주역들이었습니다. 자신들이 직접 만든 식당을 찾아 한식을 맛있게 먹는 이들의 모습도 이 프로그램이 보여줄 수 있는 재미였습니다.
너무 잘되어도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설마 이 정도로 큰 인기를 얻을지 몰랐던 그들은 저녁 식사를 위해 현장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모두 사와 준비했지만 그마저도 동나는 상황이 만들어졌죠. 이런 상황에 대기하는 인원들만 30명이 넘는 말도 안 되는 성황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재료 소진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손님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아이슬란드 청소년들은 오히려 한국어로 괜찮다는 말까지 하는 모습은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그곳에 거주하며 한국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 제법 많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다음날을 기약하며 떠나는 대기 손님들과 모든 재료를 소진하고 마무리된 첫날 영업은 완전 성공이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쉼 없이 이어진 상황은 모두를 지치게 만들 수밖에 없었죠. 처음 출연한 민시는 홀로 주방에 남아 제작진들에게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일지옥에 빠져버린 상황들에 당황하며 다가올 주말을 두려워하는 민시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일중독에 빠져 있었습니다. 담근 깍두기가 모두 소진되어 내일 영업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며 열심히 일하는 민시의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뒤늦게 주방에 돌아와 여전히 일하고 있는 민시를 보고 당황한 우식은 쉬라고 합니다. 여기에 물이라도 마시라는 말에 민시는 화장실에 갈까 봐 물도 마시지 않았다는 말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방을 떠나지 않기 위해 하루 종일 물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는 신임의 말이 무겁게 다가왔으니 말이죠.
민시로서도 긴장되었을 겁니다. 이런 예능에 고정으로 출연한 것도 처음이라 긴장이 된 것도 사실이고, 최소한 다른 이들에게 민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을 겁니다. 긴장감과 책임감이 혼재된 민시에게는 물도 사치로 다가왔습니다.
한시름 덜고 홀로 나온 민시가 찾은 맥주. 한 모금을 마시자마자 행복해하는 민시의 모습에서 오늘 하루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일을 했는지 알 수 있게 했습니다. 이런 민시의 모습을 보며 서진은 일을 그만하라고 만류할 정도였습니다.
이전에 제작된 방송을 기억해 보면 서진은 일을 독려하는 존재였습니다. 그런 서진이 일 좀 그만하라고 만류할 정도로 이번 팀들은 열심히 했습니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을 정도로 한식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 것도 한 이유였을 겁니다.
누구 하나가 최선을 다하면 동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신임 민시가 화장실 갈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물도 마시지 않고, 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반복하는 모습에 다른 이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서진이 일을 그만하라고 요청하는 것은 너무 당연했습니다.
두 번째 메인 셰프는 정유미입니다. 가장 믿음직하고 오랜 직원이라는 점에서 유미의 활약은 기대가 큽니다. 유미가 준비한 아이스크림은 식당을 찾은 손님들의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익숙한 듯 하지만, 튀밥은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조합이 아이슬란드에서도 큰 호응을 받았다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두 번째 날에는 유미와 민시가 조합을 이룬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능숙한 유미와 이제 점점 손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민시가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 궁금해집니다.
이들의 활약만이 아니라 새롭게 오는 손님들은 어떤 이들인지도 궁금해집니다. 어떤 이들이 찾아 한식을 맛보는지가 어쩌면 이 프로그램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 등을 통해 역설적으로 한국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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