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이 정말 존재한다고 믿는 이들은 종교적인 힘이 만든 결과일 겁니다. 사후세계가 정말 존재하냐는 의문에 답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신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 반작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보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판사인 강빛나(박신혜)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쓰러졌습니다. 그렇게 빛나가 향한 곳은 지옥이었습니다. 명부에도 없던 그의 등장에도 살인지옥 판사인 유스티티아(오나라)는 관성대로 움직이며 우려에도 불구하고 바로 형을 내려버립니다.
거짓지옥에 떨어져야 할 빛나가 살인지옥으로 온 것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이 상황에 등장한 것은 지옥의 이인자인 바엘(신성록)이 등장해 유스티티아를 몰아붙입니다. 잘못된 판결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바엘의 발언에 반발하던 유스티티아는 거미처럼 뻗은 수많은 팔들의 공격을 받고 진짜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받아들였습니다.
바엘이 잘못된 판결에 대한 벌로 1년 동안 인간 세상에 가서 살인을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고 용서받지 못한 죄인 10명을 지옥으로 보내라고 합니다. 이 잘못된 판결은 결국 그렇게 지옥에서 진짜 판사가 내려와 인간 세계에서 사적 보복을 하는 존재가 됩니다.
시작부터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충분히 예고되었습니다. 용서받지 못한 죄인들을 지옥에 보내기 위한 방법, 그것도 단 1년 안에 가능한 것은 죽이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악랄한 범죄자를 찾아내 그들을 지옥으로 보낸다는 점에서 첫 주 방송의 강렬함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옥에서 온 악마라 주장하는 강빛나는 의사들 앞에서 유스티티아로서 발언들을 이어갑니다. 물론 의사들은 그런 빛나를 보면서 '망상장애'로 진단했지만 말이죠. 빛나가 지옥에서 온 재판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는 그들에게 그의 모든 행동들은 망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판사로 복직한 빛나로 빙의한 유스티티아의 전략은 단순합니다. 자신에게 배당된 사건들 중 지옥에 보낼 인물을 찾아 일부러 낮은 형량으로 풀어준 뒤 죽이는 것입니다. 높은 형량을 내리면 지옥에 보낼 수 없다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빛나가 처음으로 선택한 죄인은 교제 폭력 가해자 문정준이었습니다. 물론 그전에 자신이 맡은 사건은 독직폭행으로 법정에 선 형사 한다온(김재영)이었습니다. 악랄한 범죄자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폭력이 있었고, 이를 근거로 고소를 해서 법정에 섰는데, 빛나는 다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자신과 하는 일이 같은 다온을 처벌할 그 어떤 이유도 지옥에서 온 판사에게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그런 빛나에게 문정준이라는 인물은 관심 가는 존재였습니다. 그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행과 협박을 일삼아왔던 인물입니다.
그 폭력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고, 피해자인 차민정은 어렵게 용기 내서 고소했고 법정에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범인을 잡은 이는 독직폭행으로 법정에 섰던 다온이기도 합니다. 다온은 자신에게 무죄를 준 빛나에게 제대로 된 처벌을 해달라 간청합니다.
다온의 부탁을 받은 빛나는 직접 피해자인 민정 부모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합니다. 그간의 상황들 그리고 가해자인 정준이 어떤 태도로 일관했는지,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고 지금도 협박하는 그 자에 대해 강한 처벌을 해달라는 부모들의 간절함까지 들은 판사는 과연 어떤 판결을 내릴까요?
많은 이들은 강력한 처벌을 해주기 간절하게 바랐습니다. 민정의 부모는 판사가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까지 경청하고 공감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가해질 것이라 확신하기도 했습니다. 법정에서 문정준은 울면서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징역형인데 얼마나 적게 받느냐가 관건인 그에게 빛나는 큰 선물을 줬습니다. 강빛나는 악랄한 폭행을 일삼은 문정준에게 300만 원 벌금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법정은 판결이 내려지자 웅성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해자인 문정준마저 이런 약한 처벌을 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놀랄 정도였습니다.
말도 안 되는 형만 받고 풀려난 문정준 앞에 등장한 다온은 분노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절대 민정 근처에 접근하지 말라며, 다음에 걸리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반성한다고는 하지만 정준은 단 한 번도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다온이 던진 두부에 침을 뱉으며 웃는 정준은 법이 자신을 보호해 준다고 확신했습니다. 그 말도 안 되는 폭력과 협박을 일삼았음에도 벌금형으로 풀어준다면, 자신이 한 행동이 큰 죄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생각했으니 말이죠.
그렇게 정준이 찾아간 곳은 민정의 집이었습니다. 문을 열어주지 않는 민정에게 경찰이라 속인 그는 문이 살짝 열린 틈을 놓치지 않고 들어가 잔인한 폭력을 이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에게 민정은 인간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자신의 말만 들어야 하는 인형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민정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준이 부모님까지 잔인하게 살해하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입니다. 잦은 폭력과 협박으로 가스라이팅까지 된 민정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합니다. 자신이 그런 남자를 만난 것이 잘못이라고 자책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악랄한 폭력을 일삼고 지배하려 한 가해자가 잘못임에도 자책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은 대부분 피해자들의 심리 상태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지독한 고통에 빠져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 워치는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다온은 민정이 목을 매고 있는 것을 보고 급하게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벌어지지 않기 바랐던 상황이 재현되었다는 사실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빛나는 이미 모든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지옥에서 온 악마는 투시를 이용해 모든 과정을 보고 있었으니 말이죠.
반성하지 않는 악랄한 범죄자 정준에게 지옥의 심판을 해주려는 상황에 다온이 나타나 무산되었지만, 그게 끝일 수는 없죠. 민정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정준은 그의 부모님 집으로 향합니다. 잔인한 살인을 준비한 정준에게 문자가 전달되고 그는 어딘가로 향하죠.
재개발 지역의 한 집으로 들어선 정준을 맞이한 것은 빛나였습니다. 빛나는 정준에게 민정을 가장해 그곳으로 오도록 유인한 것이었죠. 빛나는 정준에게 "네가 저지른 짓들을 똑같이 경험하게 될 거야"라는 말과 함께 모든 것을 되갚아주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민정에게 했던 모든 것들을 빛나가 대신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그가 했던 것을 되돌려주며 강요하고, 협박하는 것도 모자라 폭력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빛나의 모습에 정준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죠. 가상현실이지만 절대 가상일 수 없는 상황들은 그에게도 잔인하게 다가왔습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지만 문정준은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반성한다고는 하지만 그에게 반성이라는 단어나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정준을 향해 빛나의 몸으로 들어간 악마는 잔인한 폭력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인간은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힘으로 폭력을 이어가는 빛나는 지옥의 판결을 실제로 보여줬습니다. 쉽게 처단하지 않고 사지가 부러지고 육신의 고통이 더는 감당할 수 없어 정신마저 파괴될 정도의 폭력은 가해자였던 정준이 민정에게 했던 범죄이기도 했습니다.
빛나는 지옥으로 보낸 정준의 이마에 '지옥'이란 단어를 낙인찍고 집 앞에 전시했습니다. 방안에 두지 않고 전시한 것을 두고 지옥에서부터 보좌하던 발라크, 인간세계에서는 구만도(김인권)는 왜 그렇게 했냐고 묻자, 재미있잖아라고 웃는 그는 정말 악마였습니다.
지옥의 재판관이었던 악마에게 인간세상에서 죄를 저지른 자에게 아무런 감정도 가질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겁니다. 그렇게 죄짓고 온 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일이라는 점에서 지옥에서 하던 것처럼 인간세상에서도 행하는 것일 뿐이니 말이죠.
형사들은 악랄한 범죄자인 문정준이 잔인하게 살해된 사실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군가 살해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유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집안에는 그 어떤 흔적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처첨하게 맞아 죽은 문정준이라면 그 흔적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너무 깨끗하기만 했습니다.
악마가 하는 행위를 인간세계에서 완벽하게 제거해 주는 팀이 따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병장 클리닝이라는 이름으로 악마들이 처단한 흔적들을 깨끗하게 지워주는 청소 용역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재판관인 유스티티아는 함부로 눈을 마주치기도 어려운 존재였습니다. 그 사악함에 더 두려워하지만, 그만큼 위계질서가 분명한 지옥에서 유스티티아가 자리한 위상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자신에게 할당된 사건에서 지옥으로 보낼 죄인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안 빛나는 경찰인 다온에게 접근합니다. 그라면 잔인한 범죄를 많이 다뤘고, 그만큼 정보도 많이 알고 있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민정 사건으로 빛나를 불신하는 상황에서도 술을 사들고 그가 사는 곳까지 찾아간 그는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되죠.
빛나는 술을 마시며 은근슬쩍 범죄자에 대해 묻고, 절대 외부에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술에 취한 다온은 빛나에게 자신이 어렸을 때 3명을 살인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다온을 바라보며 빛나는 오히려 웃고 있었죠.
어떻게 살인자가 형사가 될 수 있느냐고 분노했습니다. 이는 자신이 한 범죄에 대해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빛나는 다온을 지옥에서 쓰는 칼을 사용해 찔러버립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다온과 그를 바라보며 웃는 빛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지옥에서 온 판사'는 시작과 함께 주인공 둘이 모두 죽는 황당한 전개로 이어졌습니다. 다온이 갑작스럽게 살아나기보다는 빛나가 그렇게 당했듯, 다온도 악마의 힘을 빌어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입니다. 예고편에서 바엘이 다시 빛나 앞에 등장하는 것은 이 역시 잘못된 판결임을 암시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2회 가해자를 동일한 방식으로 폭행하는 과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그렇게 수위 높은 폭력을 긴 시간 보여줄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폭력이 결국 반성 없는 가해자들을 제대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필요했다고 봅니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인한 폭력을 생각해 보면 극중에서 그려진 폭력은 순한 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얼마전 있었던 교제 폭력에서 가해자가 보인 폭력성이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불합리함을 생각해보면 드라마는 순한맛 그 이상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시청자들은 '지옥에서 온 판사'에 열광합니다. 실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처벌을 드라마는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에서 강빛나가 행한 처벌은 대다수 국민들이 사건을 접하며 하고 싶은 처벌이기도 했습니다.
우리 법은 돈에 종속되어 있고, 그런 돈의 힘은 처벌 수위도 조절해 줍니다. 사적보복은 법적으로 강한 처벌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간간이 사적보복이 행해지는 것은 그만큼 현행 사법체계에서 벌어지는 판결이 일반적인 시민의 시각으로 보면 절대 이해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일 겁니다.
역지사지를 통해 악랄한 범죄자들에게 그대로 되갚아주겠다는 생각이 드라마로 재현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은 열광하고 있습니다. 흑화 한 박신혜의 변신도 반가웠고, 그가 보여주는 인간쓰레기를 향한 강력한 처단은 시청자들의 요구를 완벽하게 채워주고 있습니다.
이를 보고 사적보복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보다, 잘못된 사법체제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이 더 많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범죄들이 얼마나 악랄하고 인간을 뿌리부터 무너지게 만드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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