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힘이 느껴지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첫 방송되었습니다. 4회씩 4번에 걸쳐 공개될 이 드라마는 첫 이야기가 펼쳐지는 순간 걸작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왜 우리가 유명 작가의 이야기에 굶주릴 수밖에 없는지 임상춘 작가는 다시 증명했습니다.
요양원에서 글을 쓰는 시간에 그림을 그리는 늙은 오애순(문소리)의 회상으로 시작됩니다. 1960년 제주 해녀들의 삶으로 시작된 이 드라마는 시대를 이어 간 어머니와 딸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억척같은 엄마 광혜(염혜란)는 물질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도 바다에 들어갑니다.
어린 딸 애순(김태연)은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고, 그런 애순을 따라다니는 남자아이 양관식(이천무)의 모습은 하나의 세트처럼 다가옵니다. 광혜는 남편을 잃고 재가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딸 애순은 할머니와 작은 아버지 집에서 살고 있는데 매일 엄마를 찾아옵니다.
엄마와 살고 싶은 애순에게 모질게 내쫓는 이유는 그 집은 돈이 좀 있으니, 어린 딸이 좋아하는 공부 대학까지 하게 해 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광혜는 재혼했지만 염병철(오정세)은 한량입니다. 재혼해 두 아이까지 둔 광혜는 혼자 이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것도 벅찬 상태입니다.
조기도 못 먹게 한다는 어린 딸의 투정에도 집에 보내기에 여념이 없던 광혜가 완전히 마음을 고쳐 먹게 된 것은 글이었습니다. 애순이 엄마를 생각하며 쓴 '개전복'은 구구절절 애틋함이 가득했습니다.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어린아이가 순수하게 적은 그 글을 일고 다짐하죠. 내 자식은 내가 키운다.
생선가게를 하는 관식은 애순 작은 아빠 한무가 주문한 조기를 배달합니다. 다섯 마리를 시켰는데 관식이 엿서 마리를 가져온 것은, 집 식구가 여섯인데 왜 다섯 마리만 사냐는 것이었습니다. 관식도 애순에게 조기를 주지 않는단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에 광혜는 조기 열 마리를 가지고 내던지고는 애순 손을 잡고 돌아갑니다. 그깟 조기 하나 먹이지 못하냐고 분노하며 딸을 데려가는 광혜는 마음이 찢어졌고, 엄마와 함께 산다는 사실에 신난 애순은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투표로 급장이 되어야 했는데 애순은 부급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급장이 된 아이 집은 부자라 떡도 돌리고, 돈도 썼는데 너는 그저 투표한 애들이 많다고 급장이 될 수 없다는 말에 어린 애순은 원통했습니다. 그렇게 서럽게 우는 딸을 위해 광례는 동서에게 옷을 빌리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밭일까지 도맡아 했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찾아 준비한 떡과 함께 촌지까지 건네며, 급장은 아니더라도 급장같은 부급장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 부탁합니다. 학교에 온 엄마를 보고 행복한 애순은 자신은 급장하지 않아도 좋다고 합니다. 비록 서럽게 울기는 했지만 엄마를 위하는 어린 애순의 마음은 그래서 엄마 광례를 더욱 울컥하게 했습니다.
자신이 크면 진주목걸이 사준다는 말에 오래오래 살아야겠다며 환하게 웃는 광례는 어느 날 늦은 저녁 시어머니였던 김춘옥(나문희)에게 찾아가 혼자는 못 가겠다며 어디 가자고 합니다. 내용은 나오지 않지만 병원을 가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동생들을 재우고 잠자는 애순을 깨운 광례는 귀한 전복을 구워줍니다. 동생들과 함께 먹자는 말에 애들 깨면 너는 하나도 못 먹는다며 어린 딸에게 전복을 먹이는 광례는 "나 죽거든 작은 아버지 집으로 가"라고 합니다. 10살 나이에 엄마의 유언을 들은 애순이었습니다.
가슴으로 키우고 그곳에 박재한 딸 애순의 손가락에 봉숭아 물을 들여준 광례는 그렇게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스물아홉 나이에 자식 셋을 두고 떠나버린 엄마 광례. 어린 애순은 엄마가 걱정되어 숨겨둔 담배가 어디 있는지 알고는 그곳에 물을 뿌려댔습니다. 화단에 물을 뿌린다고 했지만, 담배 숨겨둔 곳에만 물을 뿌렸죠.
애순을 위해 담배도 모두 태워버린 광례는 관식이 할머니이자 무당인 박막천(김용림)을 불러 살풀이굿까지 했습니다. 남편을 일찍 보내고 물질을 하는 광례는 애순을 위해서라도 오래 살고 싶었습니다. 그런 광례는 서른도 되기 전 자신이 죽는단 사실을 알고 마지막으로 딸 애순과 짧은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이 작품이 왜 걸작일 수밖에 없음은 염혜란을 보면 답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빠르게 전개되면서도 엄마와 딸의 지독할 정도로 애처로운 사랑을 이렇게 매력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 탁월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엄마 유언에 따라 작은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려던 애순을 잡은 것은 병철이었습니다. 자신이 어린 두 아이들을 키울 수 없음을 직감적으로 안 것이죠. 아이들이 좀 크면 가라는 말로 애순을 잡았고, 놀리는 땅을 일궈 배추를 심어 시장에서 팔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배추를 파는 일은 모두 관식의 몫이었습니다. 시키지 않았지만 관식은 애순의 옆에서 모든 수발을 다 들었죠. 매일 애순을 위해 집에서 파는 물고기를 가져다주는 관식. 그렇게 물질하는 이모들은 관식과 애순을 보면서 한 마디씩 했습니다.
"관식이가 애순이 다 키웠다"라는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매일 물고기를 건네다 슬쩍 내민 머리핀은 애순에게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시장에서 배추를 파는 동안 애순은 소년중앙을 읽다 창작과 비평을 읽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죠.
무당 할매 막천이 시장에 등장하고 도망치던 애순은 "나도 양관식은 노 땡큐"라며 뛰어가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도 애순을 따라가는 관식은 10년 넘게 꼬봉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관식의 주머니에 손을 넣는 애순.
좋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싫다는 말만 하는 애순에게 관식은 용기 내 기습 뽀뽀를 합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관식의 행동에 애순은 설렘이 아니라 아파합니다. 인중을 받았다며 아파하는 애순과 자신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분노하듯 쏟아내는 말로 증명하는 관식의 모습은 진심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 관식을 보며 애순은 14살 때부터 준비했다고 하자 둘은 유채 꽃밭에서 진한 첫 키스를 나눴습니다. 애 키워주면 등록금 준다던 병철의 말은 민옥(엄지원)이 들어오며 쫓겨나는 신세가 됩니다. 임신한 채 병철의 집으로 들어온 민옥은 다 큰 애순까지 함께 사는 것은 반대했습니다.
엄마 사진을 들고 집에서 나온 애순을 반겨주는 것은 관식이었습니다. 애순은 노스탤지어도 모르는 촌놈 하고는 안 산다고 외친 말에 상처를 입은 관식은 애순을 위해 '노스탤지어' 시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관식의 그 표정에서 얼마나 사력을 다해 시를 외웠는지 알 수 있게 하죠.
애순과 관식은 집안의 폐물들을 가지고 나와 제주를 떠납니다. 부산으로 가는 배에서 선장은 이들이 수상해 미성년자 아니냐며 다그치지만 요망진 애순으로 인해 위기를 벗어납니다. 오빠인 관식보다 애순이 더 똘방 졌습니다.
부산에 도착한 이들이 찾은 여인숙에서 환대를 해주는 주인아주머니가 고마웠습니다. 국수에 술까지 대접해 주고, 뜨끈한 방에서 푹 잔 애순은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관식은 가방이 사라진 것을 알고 당황합니다. 모든 재산이 담긴 가방이 사라져서는 안 되는 것이었죠.
여인숙 주인에게 가방이 없어졌다고 하자 적반하장으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제주 촌놈들을 압박해 가는 과정에 제주에서 왔다는 말을 하고 말죠. 관식은 이들이 가방 안에 있던 배표를 보고 알았을 것이라며 가방을 돌려달라 요구합니다.
가방을 빼앗기고 여인숙에서도 쫓겨난 애순과 관식의 처량함은 처마 밑에 쪼그려 앉은 그들로 표현되었습니다. 여인숙 부부는 상습적으로 어수룩해 보이는 손님의 물건을 훔쳐왔습니다. 전등 위에 그동안 훔친 지갑들을 숨겨 놓은 이들에게 그대로 당할 애순과 관식은 아니었습니다.
여인숙에 상처하고 들어서는 여자를 보고 확신합니다. 애순이 정리한 '국수와 소주, 그리고 뜨거운 방'은 완벽한 조합이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담을 넘어 자신처럼 당하려던 손님에게 절대 불을 끄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정말 불이 꺼지지 않자 여인숙 부부는 오늘은 글렀다며 내일 국수와 술값 배로 받으라고 하며 잠이 듭니다. 몰래 여인숙 부부 방에 들어가 돈통을 훔치려던 이들 눈에 들어온 것은 머리핀이었습니다. 관식이 애순에게 선물했던 그 머리핀을 여인숙 도둑 부부의 딸 머리에 있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단단하게 머리에 고정된 머리핀을 빼내려다 잠에서 깬 아이의 고함으로 모든 것은 들통나고 말았죠. 그렇게 도망치다 넘어진 애순을 붙잡은 여주인과 돈통을 들고뛰다 멈춰 선 관식. 나는 이제 글렀다며 도망치라는 애순과 오면 인신매매 해버리겠다며 협박하는 남주인의 모습 사이에서 관식은 결정합니다.
애순과 관식은 그 순간 최배달과 김일이 되었습니다. 날아서 남주인을 때리는 최배달 관식과 그 틈을 노려 여주인에게 김일 애순은 박치기로 응했습니다. 그들의 '호로록, 봄'은 '요망진 첫사랑'으로 이어졌습니다. 순식간에 지나간 이야기는 그렇게 이들의 서사를 단단하고 재미있게 채워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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