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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응답하라 1988 최종회-성동일 구두와 선우 청첩장 그리고 철거된 쌍문동, 그 안에 응팔있었다

by 자이미 2016.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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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와 보라의 결혼 과정을 담는 방식으로 <응답하라 1988>은 20회로 막을 내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드라마지만 최소한 '가족'이라는 주제를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다행이다. 다만 덕선 남편 찾기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옥의 티가 되고 말았지만 전반적으로 '가족'과 '이웃사촌'이라는 가치를 잘 그려냈다는 점에서 특별한 드라마로 기억될 듯하다.

 

끝사랑은 가족;

안녕 나의 청춘 굿바이 쌍문동, 10통 2반 그곳에는 이웃사촌과 오래된 친구들이 살았다

 

 

덕선이는 택이와 결혼을 하고 보라는 선우와 결혼을 했다. 동성동본에 겹사돈까지 당시에는 드물었던 상황을 맞이한 그들이지만 수월하게 넘겼다. 뒤늦게 공개된 결혼 상대의 정체로 인해 이를 제대로 수습하는 과정을 담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전통처럼 챙겨왔던 남편 찾기는 결국 독이 되었다. 차라리 '가족'과 '이웃사촌'에 대한 주제를 더욱 심화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쉽다. 용두사미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세 번째 시리즈인 <응답하라 1988>은 작가의 전략 실패가 진한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좋았다.

 

이제는 찾아보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이웃 간의 정이 넘치는 쌍문동 10통 2반은 우리가 지향하고 싶은 공간이다. 그 어디를 가도 이젠 그 공간이 주는 행복을 찾을 수는 없다.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간절해지는 그 특별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환상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응답하라 1988>의 마지막 회는 보라와 덕선이의 결혼 이야기를 담았다. 북적거리던 쌍문동 골목도 아이들이 다 성장하며 한적해졌다. 아이들이 결혼을 앞두며 부모들은 각자의 인생 2막을 위한 준비에 바쁘다. 퇴직을 한 동일은 성균 가족과 함께 판교로 이사를 결심한다.

 

죽기 전에 강남에서 한 번 살아보고자 했던 꿈은 엄청난 돈의 힘에 밀린 채 전원생활로 바뀔 수밖에는 없었다. 당시에는 낯선 이름 판교로 이사를 결정한 그들은 현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비록 학교에서 배운 것은 별로 없지만 누구보다 선견지명이 있었던 성균으로 인해 그들은 너무 오른 땅값에 행복해 할지 다시 다른 곳으로 향했을지 궁금할 지경이다.

 

보라와 선우는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동성동본이 당시에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골목에서 보라에게 키스를 하려던 선우는 골목 어귀에서 쌍문동 3인방과 마주하게 된다. 아이들과 부모 모두 당황스러운 그 상황은 보라와 선우 결혼을 향한 힘겨운 시작이었다. 한 번은 넘어야만 하는 산. 그 산을 넘기 위해서는 치러야만 하는 여정이라면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으니 말이다.

 

 

갱년기 증상을 어렵게 넘기고 있는 미란. 그녀를 위해 한적한 시골로 이사를 결정한 성균은 언제나 그녀 밖에는 없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부인을 위해 새벽 산책을 제안하는 성균은 그런 남자였다. 7수 끝에 대학을 갔지만 사시를 포기한 것이 아쉬운 미란에게 늦어도 제 갈길 찾아 가는 아들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이들 부부의 삶은 행복하기만 하다.

 

정봉이와 정환이가 어렸을 때 닥치는 대로 일하던 시절 성균은 짜장면 배달을 하다 길거리에서 아이들을 보고 도망치려고 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었던 아빠의 마음. 그 부끄러운 순간 정봉은 어린 정환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며 "아빠"하고 달려온 아이들을 보고 세상 그 어떤 것보다 행복했다는 성균은 행복한 아빠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순간에도 포기하지 못하고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아이들을 키운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을 키웠다고 말하는 그들은 정말 성공한 삶을 살았습니다. 아버지가 시장에서 일하는 것이 부끄러웠던 미옥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가장 친했던 덕선과 자현이에게 조차 숨기고 싶어 했다. 큰 성공을 거둬 엄청난 집에서 살고 있지만 시장에서 허름한 옷을 입고 장사를 하는 아빠가 어린 미옥은 부끄러웠다. 아빠의 직업이 곧 서열이 되는 세상에서 그럴 듯한 직업을 가지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부정은 어린 나이에는 자연스러운 치기일 수 있었다.

 

미옥은 그런 두려움과 맞서 이겼다. 정봉에게 아빠를 소개한 미옥은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가둬두고 있던 틀에서 나와 당당한 딸이 되었다. 정봉은 사법고시를 포기하고 자신의 삶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뭔가 집착하면 끝을 보는 정봉은 '백종원'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

 

 

동성동본이라는 이유 하나로 힘겨워하는 이들은 그렇게 정겨웠던 관계마저 삐걱거릴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보라와 선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기본적인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영의 곁에 있던 무성은 택이를 통해 선우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바둑 두는 것을 싫어했던 아빠 무성은 택이에게서 바둑과 관련된 모든 것을 빼앗았었다. 하지만 몰래 숨겨둔 기보를 보면서 행복해 하는 아들을 더는 막을 수 없었다. 아들이 바둑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할 자신도 없었고, 아들이 바둑에만 빠진 채 평범한 삶을 잃는 것도 싫었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존재하지 않았다.

 

동성동본은 법적으로 부부가 될 수 없는 그저 동거인으로 그치는 상황에서 부모의 반대는 당연했다.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키운 자식들을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삶을 살도록 놔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동성동본이 사문화가 되어 사라지고, 그들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응답하라 1988>의 마지막 회의 핵심은 이들의 사랑과 결혼이 아니었다. 성장하면 아이들은 이제 모두 손님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담담하지만 먹먹하게 담아내는 과정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나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정환은 복귀를 하러 나선 길에 결혼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 선우를 위해 말없이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인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친구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정환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배려만 한다. 힘겨워 하는 친구를 위해 그럴 듯한 이야기가 아닌 그저 옆에 앉아 술잔을 기울여 주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힘이 되어주는지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은 알 수 없을 것이다. 백 마디 말보다 그 무언의 응원이 강렬하게 다가오니 말이다.

 

힘든 시간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그 누구보다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을 앞두고 이제는 선우에게 줘야 하는 딸 보라와 미묘한 거리감을 느끼고 있던 힘겨움은 불안함으로 다가올 정도였다. 딸이 사준 구두를 매만지며 행복해 하는 동일.

 

 

좁은 집에 동일과 보라 둘만 남은 상황에서 볶음밥을 만들어 단 둘이 먹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크지만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둘이 묘한 어색함이 짓누르고 있는 그 좁은 방에서 밥을 먹는 장면은 모든 것을 정의하는 것이었다.

 

딸의 결혼식. 딸의 손을 잡고 입장을 기다리는 동일은 그 순간이 힘들다. 보내고 싶지 않은 딸의 손을 잡고 식장으로 들어서야 할 상황에 덕선은 아빠의 큰 구두 뒤꿈치에 휴지를 넣어 준다. 여전히 아빠의 신체 사이즈를 알지 못하는 딸 보라가 선물한 구두는 이번에는 너무 컸다. 와이셔츠가 작아 큰 구두를 산 보라의 선택은 그렇게 아버지와의 관계를 대변하는 듯 특별하게 다가왔다.

 

보라와 달리 부족한 것이 많지만 누구보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탁월한 덕선으로 인해 벗겨지지 않는 구두를 신고 선우에게 보라를 넘긴 동일은 끝내 울지는 않았다. 하지만 신혼여행을 가기 전 자신에게 건넨 편지를 읽는 순간 만감이 교차하며 눈물을 멈출 수는 없었다.

 

식장에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과정에서 보라는 아버지의 구두가 너무 컸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 큰 구두 뒤에 구겨 넣은 휴지를 발견하는 순간 울컥하며 눈물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자신이 얼마나 아버지에 대해 무심했는지에 대한 회한이기도 했다. 사랑하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드라마는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보라 역시 자신의 가방에 넣어진 아빠의 진심이 담긴 편지를 읽으며 서럽게 울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사랑. 그 지독할 정도로 퍼주기만 한 아버지의 사랑을 편지를 통해 전해들은 딸 보라의 눈물은 어쩌면 세상 모든 자식들의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선우와 무성의 관계 역시 청첩장 하나로 정의가 되었다.

 

일가 친척들로 인해 법적인 부자 관계가 될 수 없는 무성에게 건넨 청첩장에는 무성의 이름이 선영 옆에 있었다. 자신의 가장 친한 사람들에게 특별하게 전달한 청첩장. 그 안에 담긴 선우의 마음. 그런 마음을 알고 우는 무성의 모습 역시 감동 그 이상이었다.

 

딸의 마음이 가득 담긴 편지를 읽으며 울던 동일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누구도 이런 감정 연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생활 연기의 모든 것을 보여준 동일로 인해 딸을 시집보내는 모든 아빠의 감정을 완벽하게 소화해 보여주었다. 왜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동일이 지속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했다. 

 

드라마는 끝났다. 마지막 회 역시 17%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상파 드라마를 능가하는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득 품은 <응답하라 1988>은 분명 착한 드라마였다. 너무 착해서 오히려 환상처럼 다가올 정도로 이 드라마에는 착한 사람들만 등장하는 동화와 같은 이야기였다.

 

현실은 지옥이지만 착한 동화처럼 그들은 모두 행복해졌다. 각자 청춘을 쉽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고 살았다. 그렇게 40을 넘긴 그들이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과거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택이 방이었다. 그곳은 아이들에게는 사랑방이었고, 그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그 시절이 그리울 뿐이었다.

 

 

 

이제는 사라진 쌍문동 10통 2반은 모두 사라지고 없지만 그 안에는 허물없이 어울리는 친구들이 있었다. 밥 때가 되면 밥 먹으라고 소리치는 억센 엄마들도 있었다. 그렇게 존재 자체가 축복이었던 행복한 시절.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그 '청춘'에 대한 찬사는 그래서 그립고 반갑다.

 

몇몇 아쉬움을 덮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응답하라 1988>은 우리에게 다시 '가족'과 '이웃'에 대한 그리움을 품게 해주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은 이 드라마가 그토록 이야기해왔던 쌍문동 그 골목에 있었다. 그 안에 응팔이 있었고 우리도 함께 했다. 기술적 기교적 아쉬움이 존재했지만 그마저도 웃고 넘길 정도로 그들이 품었던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는 가치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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