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11. 09:07

디어 마이 프렌즈 9회-고현정과 고두심 모녀의 분노와 눈물에 우리가 공감하는 이유

더는 엄마의 소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완이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하는 현실 속에서 틀어진 관계를 바로잡는 방법은 함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차분한 딸 완이와 피하고만 싶은 엄마 난희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큰 공감으로 다가왔다.

 

모녀 갈등이 던진 현실;

정아의 홀로서기와 성재 희자의 50년 만의 데이트, 그리고 완이의 용기

 

 

엄마와 딸의 관계를 이처럼 사실적이면서도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미처 알지 못했던 과거의 진실. 그 진실 앞에 마주선 모녀의 서로 다른 모습 속에서 그들의 아픔과 상처의 깊이를 우린 엿볼 수 있었다. 지독할 정도로 힘겨운 삶을 버티고 이겨냈던 엄마와 그렇게 그녀를 이해하며 스스로의 삶을 일그러트린 딸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침묵하고 살았던 과거의 기억. 외할머니 집을 찾았던 엄마 난희와 여섯 살 어린 완이는 그 날을 애써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의 외도를 자신의 집 안방에서 목격했던 난희. 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녀는 차마 집으로 들어설 수도 없었다.

 

외도만 일삼던 아버지는 어머니를 때리고 있었다. 차마 집으로 들어설 수도 없었던 난희는 어린 딸을 데리고 논두렁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난희는 자신이 먼저 음료수를 마시고 딸에게도 권했다. 애절한 눈으로 거부를 하던 딸은 엄마의 말을 거역하지 못했다.

 

자신의 삶에 번아웃으로 다가온 정아는 모든 것을 새롭게 하고 싶었다. 해외여행을 생각하며 지독할 정도로 힘겨운 삶을 버텨왔던 정아는 자신의 남편인 석균이 그럴 의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더욱 사는 게 힘들다. 평생 아픈 손가락이었던 딸 순영이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며 살았다는 사실이 서러웠다. 엄마로서 해줄 수 있었던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사실이 정아는 너무 아팠다.

정아를 평생 아프게 했던 순영을 그렇게 미국으로 떠나보낸 것도 힘든데, 고생만 하다 병원에 입원해 노년을 보내던 엄마는 첫 소풍을 떠난 날 딸의 품에서 숨을 거뒀다. 자신은 결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런 삶을 살아야만 했었던 정아는 엄마의 죽음이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성재를 사이에 둔 희자와 충남의 삼각관계는 의외로 빨리 정리가 되었다. 첫 사랑인 희자를 잊지 못하는 성재와 그가 첫 사랑인 충남의 관계는 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 충남으로 인해 성재에게 거리를 두는 희자로 인해 명확한 관계는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완이 삼촌인 인봉은 사랑에 빠졌다. 외국인인 자클린을 사랑하지만 돈이 필요하다. 그녀가 진 빚을 갚아주지 못하면 그녀와 결혼을 할 수가 없다. 사고로 인해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인봉에게는 이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간절해진다.

 

아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늙은 엄마 쌍분은 차마 딸에게 돈을 달라고 하지 못한다. 고생해서 현재는 자리를 잡았지만 딸 난희는 여전히 자신들로 인해 고생만 하고 있다. 아무리 많이 벌어도 생활비와 아버지 병원비,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한 동생의 엄청난 수술비도 모두 감당해야만 했다. 인봉이 결혼하게 되면 조카까지도 책임져야 할지도 모르는 딸 난희가 엄마로서는 너무 미안하기만 하다.

 

쌍분은 여러 번 버스를 갈아타고 딸과 다름없는 영원의 촬영장까지 찾았다. 친딸에게는 하지 못한 말을 영원에게는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참 지독한 게 모두 딸처럼 생각하지만 그래도 남은 남이다. 암으로 고생하는 영원에게 돈을 빌리는 쌍분의 마음속은 그렇게 복잡하기만 하다.

 

이혼을 결심한 정아는 자신 명의로 된 건물을 팔고 남은 오천 만원으로 홀로 살 집을 찾는다. 평생 함께 했던 희자가 함께 하지만 그녀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평생을 편안하게 살아왔던 희자에게 정아의 행동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기만 하니 말이다. 정아가 홀로서기 위해 봤던 첫 번째 집은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고복수가 살던 집으로 보인다. 양동근과 신구가 함께 살던 서울이 내려다보이던 그 집이 다시 등장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독립을 생각한 정아는 절실하다. 여전히 변함없는 남편을 향해 정아는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한다. 그런 정아를 보며 흐뭇한 석균은 정아가 정신을 차렸다고 만족한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고지식한 꼰대인 석균에게 아내는 그런 사람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이 이끄는 대로 함께 하는 것이 행복이라고만 생각했다. 자신의 생각은 과거나 지금이나 옳다고 확신하고 있으니 말이다. 

 

충남의 화끈한 양보로 성재와 나들이를 떠난 희자는 하지만 마냥 행복할 수는 없었다. 칠십이 되어 떠난 여행은 불편한 게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재와 희자가 첫 키스를 했던 장소로 향한 그들의 여정은 새로운 사랑으로 피어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엄마 때문이라고 독설을 퍼부으며 분노하던 완이. 자신을 죽이려 했던 엄마가 두렵고 싫었다는 완이. 유부남과 장애인과는 결혼해서는 안 된다는 엄마의 말을 지키기 위해 완이는 사랑하던 연하를 버리고 돌아왔다며 울부짖었다. 깨진 화병 조각을 내리치며 분노하는 완이는 피투성이가 되어있다.

 

딸의 분노에 난희는 과거의 기억에서 멀어지고 싶어 노력했다. 자신과 함께 죽으려고 했던 그 지독한 고통의 순간을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딸 완이는 그래서 더 미웠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만 집중했다. 유부남과 바람난 딸이라며 몰아세우고 욕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엄마의 집에서 청소를 하며 나가지 않는 딸 완이가 두렵기만 하다. 그렇게 딸을 피해 시골집으로 피신하듯 간 난희는 그곳도 편하지가 않다. 동생 인봉을 찾아 나선 그곳에서 30년 전 자신과 딸 완이를 봐야만 했기 때문이다. 30년 전 지독한 고통 속에서 난희는 딸을 그대로 남겨둘 수는 없었다.

 

남편도 바람이 나고 평생 바람만 피우던 아버지는 어머니를 패기만 한다. 이런 지독한 현실 속에서 어린 딸을 놔두고 자신만 떠날 수는 없었다. 완이의 기억과 조금 다른 것은 농약이 든 음료수를 마시던 완이를 난희는 마지막에 저지했다는 사실이다. 비록 독한 마음을 완이에게도 요구했지만, 어린 딸이 음료수를 마시자마자 모정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더는 피할 수 없는 진실 앞에 마주한 모녀는 그렇게 지독할 정도로 과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분노한 딸과 그런 딸을 막기에 여념이 없는 엄마. 엉망이 되어버렸던 전날의 기억과 달리, 담담하게 아침을 준비하는 엄마와 바쁘다며 집을 나서는 딸. 묘한 긴장감이 존재하지만 전 날과는 너무 다른 모습의 모녀다.

 

딸 완이가 두고 간 휴대폰을 가져다주러 간 난희는 망설였다. 하지만 용기를 내고 딸의 집을 찾은 난희는 모든 게 미안했다. 딸이 차를 마시고 싶다고 하자 화색을 띄며 반가워하는 엄마 난희는 그랬다. 딸의 눈치를 봐야 하는 엄마 난희는 그렇게 이제 성장한 딸을 놔줘야 하는 시점임을 확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머뭇거리며 싸웠던 일에 대한 언급을 하는 엄마에게 새삼스럽게 우리가 언제는 안 싸웠냐고 이야기하는 딸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 한다. 자신의 잘못을 엄마에게 떠넘기고 스스로를 자책하기 어려웠던 완이는 비겁한 방법을 동원했다. 30년 동안 이해해왔던 과거의 일을 끄집어 들여 엄마와 싸운 것은 자신의 비겁한 마음을 털어내기 위함이었다.

 

비겁하지만 그렇게 털어놓은 완이는 편안했다. 자신의 눈앞에서 큰 사고를 당하고 쓰러진 연하를 완이는 볼 수가 없었다. 불구가 된 연하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 사고의 기억이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 엄마 핑계를 대고 연하에게서 떠났던 완이는 그렇게 자신의 잘못을 감추며 철저하게 타인들을 핑계꺼리로 만들며 방어를 해왔다.

 

세상에서 가장 만만하고 언제나 자신의 편에 서주는 엄마에게 모두 쏟아낸 완이는 그렇게 다시 연하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자신을 옥죄고 있던 모든 두려움을 털어낸 완이에게는 더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진짜 사랑을 위해 먼 길을 떠나는 완이는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완이가 스스로 자학을 하던 모습을 지켜보지 못한 엄마는 그렇게 딸을 말렸고, 상처도 입었다. 그렇게 완이는 상처 입은 엄마의 팔에 밴드를 붙여주며 모든 갈등도 해소시켰다. 나를 가장 잘 알고 믿어주는 유일한 사람.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은 그렇게 더욱 단단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게 가족이니 말이다.

 

우리는 왜 엄마 난희와 딸 완이의 전쟁 같은 싸움에 공감할 수 있었을까? 그 지독한 싸움 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온한 모녀의 모습은 드라마가 만들어낸 설정이 아닌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만만하고 그래서 자신을 잘 이해해줄 수 있는 둘은 그렇게 서로의 감정을 소비하며 더욱 단단하게 채워내고는 한다. 그렇게 이 드라마는 우리의 삶을 적나라하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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