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반전이 등장했다. 극단으로 치닫던 이야기는 의외의 변수처럼 등장한 장 회장으로 인해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도경과 해영의 사랑이 방해를 받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그리고 진상이 이야기를 했듯 '사랑한다는 언제나 옳아'라는 말은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어가 되었다.
서현진 더 망가질 것도 없다;
죽음의 시그널마저 극복하게 하는 사랑의 힘, 도경의 저돌적인 질주가 반갑다
모든 것은 그 술 때문에 시작되었다. 좀처럼 잠들지도 못하고 감정을 추스르지도 못하는 해영은 아침부터 담근 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 상황에서는 마시지 말아야 했던 술은 해영이 더는 도망갈 곳도 없는 바닥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 싶었던 해영은 그렇게 술김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더는 망가질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버린 해영. 고민 상담을 라디오에 하다 음성변조를 했음에도 아는 사람은 알 정도의 사연 중 이름을 말하고 말았다. 상대의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던졌지만, 동명이인이라는 사실에 조롱거리가 되어버린 해영은 스스로도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남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호재를 만났다고 들떠있었고, 정신없이 이어지는 그 상황에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하게 된 해영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를 정도가 되었다. '과거를 모두 내려놓으면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말에 분노한 해영은 상대방이라는 전제하에 '해영'이라는 이름을 노출했고 이는 모든 것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해영이 다니는 회사에서는 이런 상황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는 한심한 존재들이 가득하다. 해영의 불행을 단순한 놀이 감으로 인식하고 웃어대는 그들에게 분노하는 해영 선배의 일갈은 그래서 시원하다. 모두가 알아버린 진실은 그렇게 더 갈 수도 없는 바닥에 안착하게 만들었다.
술이 만든 실수는 오히려 독이 아닌 득이 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털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온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는 더는 자신의 고민이나 고통이 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남인 그들의 놀림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악몽과 같은 것이니 말이다.
옷을 입은 채 샤워기 물로 자책하는 해영. 시간이 지나도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는 딸이 걱정된 아버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핏기 하나 없는 모습으로 저체온증으로 앉아 있는 딸의 모습은 마음이 저며 오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런 딸을 챙기는 것은 부모 밖에는 없다. 따뜻한 밥을 챙겨 먹이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응원을 해주는 것 역시 부모의 몫이니 말이다.
홀로 꿍꿍거리다 안 해도 되는 일까지 벌인 딸이 불쌍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던 어머니가 "팔푼이, 미친년인거니"라며 꾸짖는 것 역시 딸에 대한 애정이 만든 결과였다. 다 알면서도 마음이 여전히 도경에게 있다는 해영의 말에 더는 뭐라 할 수 없었던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렇게 쉽게 접어질 수 없음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방에 앉아 있는 도경에게 마지막까지 조금만 더 함께 할 수 없느냐가 이야기를 하지만 그는 자신이 나쁜 놈일 때 헤어지는 것이 맞다고 한다. 해영을 향한 도경의 사랑이라는 이런 식이었다. '사랑은 미친 짓'이지만 이성적이기를 원하는 도경은 그렇게 사랑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도경에게 저주 퍼붓는 해영은 서글프다. 해영의 그런 말을 들으며 도경도 아파서 운다. 서로 사랑하지만 그래서 죄인이 되어버린 둘의 운명은 그렇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듯했다. 하지만 반전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고,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생겼다는 것은 그들을 다시 일어서게 하는 이유가 된다.
태진과 해영의 결혼을 방해한 것은 도경이 아니었다. 도경은 자신의 어머니 결혼식에 장 회장 딸의 도발로 인해 망치고 말았다. 딸과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순간 버려진다는 말을 듣자마자 도경의 어머니는 그렇게 결혼을 알리는 자리에서 장 회장 딸과 머리채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드러난 진실은 도경 탓이 아니라 장 회장의 독단적인 선택이었음이 드러났다.
태진과 함께 일을 하는 친구가 문제의 발단이었고, 사건이 커질 것을 우려해 투자 금을 모두 빼앗은 것뿐이다. 이것도 모른 채 치기 어린 장난과 같은 술주정은 도경을 씻을 수 없는 죄인으로 만들어버렸다. 장 회장에게는 방아쇠를 당길 누군가가 그저 필요했을 뿐이었다.
투자자인 장 회장에게 '입 속의 혀처럼' 굴던 태진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해영을 위한 마음은 없었다. 오직 자신의 자존심이 우선인 그에게 해영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생일 많은 이들이 찾은 날 모든 것을 망친 도경과 그 어머니를 그냥 둘 수 없다는 장 회장은 태진을 이용하려 한다.
도경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는 태진을 이용해 복수를 하겠다는 장 회장의 행동은 남은 여섯 번의 이야기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도경에게 복수도 하고 재기할 수도 있는 기회를 태진이 놓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교통사고 역시 이 과정에서 생긴 필연적인 사고일 수도 있어 보인다.
갈대밭에 누워 소리를 채집하던 도경은 과거인지 미래인지 알 수 없는 상황들을 보게 된다. 자신의 어머니가 장 회장에게 빌라며 무슨 짓이라도 할 사람이라고 애원하는 모습. 다시 돌아갔다며 각자 짝을 되찾았다고 이야기하는 태진. 한 해영은 회사를 떠나고, 다른 해영은 남았다는 수경. 차가운 얼굴로 거리를 걷는 해영의 모습. 차 사고가 나서 피를 흘리고 누운 도경은 "미안해...사랑해"를 읊조리는 자신을 본다.
죽으면 홀로 남을 수밖에 없는 해영이 걱정이었던 도경. 그렇게 헤어진다면 지금은 힘들어도 최소한 자신의 죽음까지 안고 슬퍼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홀로 삼키고 있는 그 상처들은 아프고 시렸다. 진상이 머뭇거리는 도경에게 한 "사랑한다는 언제나 옳아"라는 말은 <또 오해영>을 관통하는 주제다.
홀로 서럽게 울던 도경은 결심을 했다. 죽는다고 해도 끝까지 가보겠다고. 그렇게 해영을 향해 달리는 도경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문제들을 풀어가고 해결해갈지 궁금해진다. 급변한 상황은 해영과 도경이 행복해져도 상관없음을 보여주었다. 도경의 도의적으로 책임을 질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진상이 했던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나 옳다는 이야기는 <또 오해영>을 규정하는 절대 가치다. 그런 점에서 도경과 해영의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6회를 남긴 상황에서 모든 일들은 벌어졌고, 그 죽음의 그림자를 다시 걷어 들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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