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19. 09:01

디어 마이 프렌즈 12회-기차 길 위에 선 신구의 회한은 왜 그렇게 서글플까?

평생 희생만 했던 아내 정아를 이제는 놓아줘야겠다고 결심한 석균. 완이를 불러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하고 정아와 이혼을 하겠다고 한다. 더는 자신의 밥이나 챙겨주는 삶을 살게 해서는 안 된다는 석균은 깊은 후회와 회한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 모두는 늙는다;

모든 것이 후회가 되는 삶, 그때는 미처 몰랐었던 마음 나이 들어 무거운 짐이 되어 돌아온다

 

 

'인생은 아름다워'라고 반어적으로 외치던 영화도 있었다. 인생은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인생은 아쉬움과 후회만 반복될 뿐이다. 헛헛한 마음을 부여잡고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는 시간들. 그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인생의 마지막은 그렇게 모든 이들에게 다가오는 숙명일 뿐이다.

 

자신이 정아에게 길들여졌다고, 이제 와서 내던져졌다고 오열을 하던 석균은 성재의 조언에 따라 평생 안 하던 일을 한다. 정아에게 전화를 걸어 "잘 자라"고 하는 석균은 여전히 서툴다. 자신에게도 "잘 자라"고 하지 않는다고 성내는 석균의 행동은 여전히 서툴고 답답하기만 하다.

 

희자는 수시로 먹는다. 하지만 친구 정아에게는 요즘 통 먹지를 못한다고 한다. 치매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희자는 그렇게 자신의 기억과 싸우기 시작했다. 30년 만에 자신의 첫 사랑과 만나러 가기 전 그렇게 들떠있던 영원은 그 남자를 만나는 순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흔들렸다.

 

대철을 만난 영원은 함께 식사라도 하자는 제안을 뿌리치고 나섰다. 완이 집에서 서럽게 우는 영원은 그 미묘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자신만이 아니라 그 미치도록 사랑했던 남자도 자신처럼 늙어가고 있었다. 그 서러운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영원이 할 수 있는 것은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전부였다.

충남은 돈만 밝히던 교수들에게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명확하게 가르쳤다. 그 가르침을 이해한 교수의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은 흥미롭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이 지식은 아니라는 사실을 충남은 잘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충남이 다 함께 같이 살자고 한다.

 

그렇게 체험하듯 하루 같이 지내는 그들은 정신이 없다. 각자의 방식으로 70 평생을 살아왔던 그들이 함께 사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이든 그들을 보살피는 일까지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충남은 같이 살기를 바랐다. 평생 타인과 제대로 지낼 수 없었던 자신이 죽기 전에 가장 친한 사람들과는 마음을 제대로 나누고 싶었기 때문에 말이다.

 

"돈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내는 것이 평등이야"


제대로 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충남도 알고 있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 사회는 모른다. 평등이라는 단어가 곧 공산주의와 동급이라고 외치는 이 한심한 사회에 충남의 이 당연한 이야기는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평등의 가치를 우리는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지 말이다. 

좀처럼 자신의 마음처럼 되지 않는 정아로 인해 화만 커진 석균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경비 일을 하다 짐을 옮겨달라는 입주자의 요구에 처음으로 분노했다. 힘도 없으면서 경비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경질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그 여자에게 석균은 참지 못했다.

 

갑질하는 입주자에게 분노하는 석균의 행동은 당연했다. 자신들도 을이면서 상대적으로 더 약한 을들을 괴롭히는 것이 일상이 된 이 한심한 사회에서 석균의 분노는 너무나 당연했다. 경비일이 마치 노비라도 되는 듯 함부로 대하는 이 사회의 문제는 구조적인 변신 없이는 더욱 극대화될 것은 분명하다.

 

화를 참지 못하던 석균은 버스에서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사건과 마주한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여학생에게 퉁명스럽게 "인나. 뭘 봐"라며 자리를 빼앗은 석균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타박을 하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다가올 뿐이었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린 어린 여고생은 팔이 하나가 없었다. 일어서 있을 수 없었던 어린 소녀는 그렇게 서럽게 원망하듯 석균을 바라볼 뿐이었다.

자신의 이 행동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는지 석균은 그때 느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애써 잊고 싶었던 그 지독한 기억들이 한 순간 그를 찾아왔다. 어린 시절 물을 두려워하던 친구를 밀어 눈을 다치게 했던 자신. 지독할 정도로 가난한 집으로 시집와 신혼여행도 가보지도 못했던 정아. 그녀에게 동생들 결혼시키고 세계여행 가자는 말만 했다.

 

당시에는 정말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석균의 이런 마음을 사라졌다. 거친 운전을 하는 차량에 분노를 쏟아내던 석균의 마음은 그렇게 헛헛했다. 젊어서는 자신을 이용만 하더니, 늙으니 이제 쓸모가 없냐며 화를 내는 석균의 인생은 그랬다.

 

신혼여행으로 왔던 친구의 집. 이제는 낡은 폐허가 되어버린 그 집에서 석균은 다짐했었다. 10년 후에 세계여행을 하자는 말에 부모님 잘 모시고 가자며 30년 후에도 괜찮다고 했다. 누구보다 석균을 사랑하고 가족을 위했던 착한 아내였던 정아가 이제는 그에게는 없다.

그 낡은 집에서 잠이 들었던 석균은 서둘러 집으로 향하다 꿈에서 등장했던 철길 위에 선다. 그곳은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함께 했던 너무 소중한 장소였다. 그 철길에 멈춰선 석균은 자신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젊은 정아가 자신을 바라보며 뒤를 돌아 가버린다. 이 장면은 현재의 석균 심정을 명확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성추행을 당해 서럽게 울며 아빠를 찾아온 딸 순영을 모질게 보냈던 석균. 임신한 채 짐을 바리바리 들고 와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정아. 사내애라는데 이상하다며 부탁하던 정아는 그렇게 쓰러지고 말았다. 사내애를 낳아야만 했던 정아는 그렇게 피를 흘리며 유산을 해야 했고, 시어머니의 모진 구박을 받아야만 했다. 이를 말리지도 않고 그저 바라만 봤던 석균은 그렇게 단 한 번도 가족의 편이 되지 못했었다.

 

지독할 정도로 힘겨운 삶을 살았음에도 단 한 번도 정아의 편에 서보지 못했던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본 석균은 뒤늦게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 삶을 살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완이를 불러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이제는 정아를 놔줘야 할 때라고 한다. 더는 자신의 아내를 고생시킬 수 없다는 석균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모르고 지은 죄는 셀 수가 없잖냐"는 석균의 말 속에 깊은 회한이 모두 담겨 있었다. 그저 사는 것이 지독해 사는 것에만 집착했던 삶. 그렇게 지독한 삶을 버텨내기 위해 독하게 살면서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화풀이를 하고 우위에 서는 것으로 버텨냈다. 그게 얼마나 가족들에게 큰 상처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모두가 상처였던 세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도 어려운 그래서 더욱 서럽고 아픈 그 지독한 삶의 끝에서 우리는 그렇게 후회하고 한탄하고는 한다. 그렇게라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삶이라면 그나마 행복한 삶일 것이다. 평생 자신의 삶을 제대로 반추하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니 말이다.

 

구역질을 하는 구순을 넘은 어머니를 위해 병원에서 진료를 한 난희는 이상 증세가 발견되었다. 그 증세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불안을 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치매가 급하게 진행되던 희자의 병세를 알고 같이 살자고 하던 성재. 갑자기 사라진 희자를 찾아 나선 친구들. 그들의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