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30. 07:15

응팔 성동일vs또 오해영 김미경, 가부장에서 가모장 시대로 변화

성동일과 김미경은 화제의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출연했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여주인공의 아버지로 계속 출연했던 성동일과 <또 오해영>에서 해영의 어머니로 출연했던 김미경은 단순히 주인공의 부모 연기를 넘어선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가부장과 가모장;

성동일의 가부장적인 아버지상과 김미경의 가모장적 어머니상, 시대 변화의 대변인가?

 

 

<응답하라 1988>은 최고 시청률이 18%가 넘어설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지상파 드라마가 아닌 케이블 금토 드라마가 18%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기도 하다. 다양한 재미들이 넘쳐나던 이 드라마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존재가 바로 성동일이 연기한 아버지의 역할이었다.

 

지난 6월 29일 18회로 종영된 <또 오해영>은 앞선 <응답하라 1988>보다는 낮은 시청률로 종영되기는 했지만, 화제성에서는 그에 못지않다. 새로운 발견들이 너무 많아서 그게 이상할 정도다. 매력적인 이야기에 완벽한 연기를 해주었던 배우들과 감미로운 음악과 영상까지 뭐 하나 버릴 것 없던 이 드라마에서도 엄마 김미경은 독보적인 존재였다.

 

성동일과 김미경은 조연이기는 하지만 그 존재감은 주연 못지않았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성동일이 연기한 아버지는 그 시대에 있을 법한 가부장제의 존재감이다. 무뚝뚝하고 독재자처럼 모든 권리를 누리려 하는 존재는 아니지만 시대의 아버지 상을 잘 대변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존재였다.

 

가정의 중심을 잡기 위해 소리를 지르기도 하지만 따뜻한 부정을 숨기지 않는 성동일이 표현한 아버지는 애틋함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 당시에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것 없는 우리의 아버지들 모습이니 말이다.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들 부모의 역할 역시 재벌가 이야기가 넘쳐나는 드라마 속 부모들과는 많이 다르다. 지독한 가난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부족한 게 많은 삶 속에서 가정을 지키는 것에 누구보다 뛰어난 이들의 모습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야구 감독이 아닌 만년 과장 은행원으로 출연했던 <응답하라 1988>의 성동일은 더욱 현실적인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빚보증을 잘못서서 가난을 짊어지고 살아야만 했던 아버지. 그 책임감에 힘겨워하면서도 언제나 집에서는 큰 소리를 치던 아버지의 모습은 그리움까지 들게 만들 정도였다.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아버지. 너무 영특했던 큰 딸을 제대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그 딸 앞에서만은 작아지곤 했던 아버지의 모습에서는 지독한 책임감이 항상 따라다니고는 했다. 자신은 꾸미지도 못하면서 자식들을 위해 모두 내주는 아버지의 모습은 '희생'이라는 단어와 '사랑'이라는 단어들 사이에 항상 존재하고는 했다.

 

<또 오해영>에서 독특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인 김미경도 흥미롭다. 해영의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추측컨대 퇴직 후 집에서 지내는 인물로 보인다. 서울에 단독 주택을 하나 가지고 있는 해영이네는 잘 살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다.

 

다복하지는 않지만 '딸 바보'인 부모님으로 인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항상 하면서 살 수 있는 환경이었다. 공부를 아주 뛰어나게 잘하지도 못하고, 엉뚱한 사고를 치는 딸이지만 언제나 믿어주는 부모님의 모습은 해영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였다.

 

자신의 딸을 성은 '미'요. 이름은 '친년'이라고 부를 정도로 막 대하는 듯한 엄마이지만 그녀는 세상 그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고 믿어주는 인물이다. 몸에 열이 많아 화가 나면 헐크처럼 옷을 찢거나 벗어야 하는 다혈질 황 여사이기는 하지만 언제나 그 화의 다른 편에는 해영이를 위한 대변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해영이 집의 핵심은 언제나 어머니인 김미경의 몫이었다. 모든 판단과 행동을 담당하는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언제나 한 걸음 뒤에 서 있을 뿐이다. 모든 상황이 정리된 뒤에 어깨를 토닥거려주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아버지의 역할은 이 드라마에서는 한정적이다.  


가부장을 대변하는 성동일과 달리, 김미경은 가모장을 대표하는 인물쯤으로 다가온다. 개그우먼 김숙이 '가모장'이라는 말을 유행시켰지만 우리 시대는 점점 그런 흐름으로 변해가는 중이라고 할 수도 있다. 과거 노동의 시대가 지나 정보의 시대로 변하면서 남녀의 사회적 역할과 지위는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1988년과 2016년의 가족은 그렇게 성동일과 김미경으로 대표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족 내 역할의 변화에서도 흥미로움을 찾을 수 있다. 1988년에는 결코 찾을 수 없는 '가모장'이 이제는 익숙한 하나의 흐름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물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는 그 누구보다 강력했던 치타 라미란 여사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또 오해영>에서는 엄마라는 역할을 담당하는 두 모습이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도경의 어머니는 비록 경제적인 능력은 떨어지지만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가 가족의 중심이다. 물론 이 역시 함께 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아버지라는 존재가 그들에게는 없다는 점에서 어머니가 그들의 전부라는 것은 흥미롭다.

 

과거 수동적이거나 조용하게 가족을 지키는 역할이었던 어머니는 <또 오해영>을 통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해 있었다. 사회적 활동을 하기도 하고, 아버지보다 더 앞장서서 모든 일을 처리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응답하라 1988>에서 그려진 어머니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이 더는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인 존재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시대는 변하고 그렇게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가고 상대적으로 남성의 우월적 지위가 사라지며 변하기 시작한 사회상을 드라마는 효과적으로 잘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라는 특수성 때문에 과장된 부분은 있지만 가부장에서 가모장으로 변모해가기 시작하는 모습들이 흥미롭기만 하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그 드라마들을 대변하는 존재로 각인된 성동일과 김미경은 그래서 흥미롭다. 그 시대를 대변하는 아버지 어머니는 그렇게 드라마를 통해 우리 곁에 다가왔고, 여전히 그들은 우리 시대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기억될 테니 말이다. 

 

가부장과 가모장보다 중요한 것은 흔들리는 가족을 제대로 붙잡아 둘 수 있는 끈끈함을 이야기했던 두 드라마는 그렇게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꾸준하게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기부장과 가모장의 차이는 결국 경제적 활동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시대의 변화를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가족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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