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25. 12:32

카이로스 7~8회-신성록 이세영 뒤틀린 시간, 판이 뒤집혔다

의외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드라마다. 초반 흐름상 16부작을 어떻게 채워낼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7~8회를 거치며 사라졌다. 판 자체를 뒤집어버린 능숙한 솜씨로 인해 시간을 앞세운 이야기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놓았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두고 두 남녀가 공조를 해야만 하는 운명이다. 이를 운명이라고 지칭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단어 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서로 공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의 시작은 결국 '유중건설'이라는 사실만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서도균이 그런 짓들을 벌인 이유는 명확하게 현채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랑한 여자를 위해서는 뭐든 한다는 그 절박함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했다.

 

이택규의 경우 7회 돈 때문에 그런 짓을 벌인다는 주장을 했다. 서진이 가진 재산을 모두 빼앗고, 이를 나누겠다는 제안을 언급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택규가 단순히 고향 선배인 도균의 이 제안만 믿고 막무가내로 살인을 저지를 수는 없다.

 

사이코패스라면 서도균의 지배를 받지도 않을테니 말이다. 8회 밝혀지지만 서도균은 애리의 엄마인 곽송자를 잘 모른다. 하지만 이택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서도균에게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어렵게 스스로 숨었던 곽송자를 만났다. 서진이 알려준 곳에서 실제 곽송자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를 함께 자고 아버지의 묘를 찾아간 날 다시 사라졌다. 찾지 말라며, 그래야만 서로를 살릴 수 있다는 엄마의 쪽지만 남기고 다시 사라졌다.

 

엄마를 구하기 위해 애리는 직접 이택규를 제거하려 나서지만, 이를 막아선 것은 친구인 건욱이었다. 애리가 이택규를 제거할 수도 없고, 제거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살인이 아닌 근본적인 방법을 제거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다빈이 납치를 막는 것이다. 막으면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한달 후를 사는 서진은 충격적인 장면과 마주해야 했다. 애리가 이야기했던 다빈의 애착 인형에 설치된 추적기를 따라 간 그곳에는 실제 다빈이가 살아있었다.

 

사망으로 추정되었던 아내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자신이 아니라 서도균이 서있었다. 마치 가족처럼 말이다. 황당하고 충격적인 상황에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택규 때문이었다.

 

피를 흘리고 쓰러진 서진을 바로 제거하고 처리하자는 현채와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는 도균. 그런 도균에게 그래서 우리가 헤어진 것이라는 현채는 악마 그 자체였다. 어린 시절 죽이려 했던 아버지가 살아났다. 그렇게 현채는 살아난 아버지의 노예처럼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되었다.

 

부녀 관계는 사라지고, 이들은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 서진의 아내가 되자 그 남자는 다시 현채 앞에 등장했고,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의 정체가 모든 이들에게 드러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남편인 서진이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린 후 더욱 문제는 시급해졌다.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현채에게 서진은 이제 쓸모없는 존재다. 자신을 진정 사랑하고 목숨까지 내던질 수 있는 도균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균이 이택규처럼 악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리가 납치를 막자 이들의 운명은 다시 바뀌기 시작했다.

 

문제는 납치를 막은 애리가 오히려 납치범으로 몰려 구치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아이를 잃고 난 후 변화하기 시작한 서진이지만, 그 전에는 기고만장한 존재일 뿐이었다. 가장 어리 나이에 이사가 될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갖춘 그가 보이는 이 오만함은 어쩌면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아이 납치를 막으며 죽음 직전의 서진을 구했지만, 이제는 애리가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납치범으로 오해받고, 한달 후 서진과 나눴던 문자 메시지마저 도균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자신들이 꾸민 모든 것들을 애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애리는 안타깝게도 아이 납치 사건의 주범중 하나가 엄마인 현채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다. 어머니로 인해 감정이 격해져 있는 애리로서는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한 달 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던 서진과 현재의 서진은 전혀 달랐다.

차갑고 매몰차며 오만하기만 한 서진은 애리를 아이 납치범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심신미약일 가능성이 높다는 경찰의 말에 오히려 애리를 공격하는 서진의 행동은 도무지 애리로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서진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카이로스>는 원죄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끊을 수 없는 굴레들 속에서 운명이라는 끈은 이들을 엮어 놓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모든 것을 끊어낼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원죄를 풀어내는 것이다.

 

절대 합의도 해줄 수 없다던 서진이 고소를 취하한 것은 곽송자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기 때문이다. 딸인 애리를 건들지 말라며 협박을 하던 곽송자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이는 유중건설이 무너질 수도 있는 심각한 수준의 증거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태정타운 개발과 관련해 서진에게 일을 맡기는 유 회장. 그가 바로 모든 문제의 시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서진도 곽송자도 서로를 모른다. 그럼에도 서진을 움직여 애리에게 고소를 취하하게 해 줄 수 있는 이는 유 회장 외에는 없다. 모든 사건은 결국 태정타운 붕괴사고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무너지는 건물 화장실에서 안전모도 하지 않은 어린 서진을 구하려 나선 이가 애리의 아버지다. 그런 인연은 결국 이들을 어느 시점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만들었다. 서로 떼어내려해도 떼어낼 수 없는 운명은 그렇게 19년 전 사건 현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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