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함께 죽음을 강요당하는 주인공.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자신의 장례식을 바라보는 현실은 흥미롭다. 마지막에는 도플갱어인 여성이 수영장에서 죽는 장면까지 나오며 파격적인 첫 회를 선사했다. 재벌가 남자와 가난한 가정의 여자의 사랑. 이 뻔하고 한심한 이야기가 기대되는 것은 작가의 전작이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수애와 수애 수애대 수애;
변지숙과 서은하, 최민우와 민석훈 잔인한 탐욕의 시대는 시작되었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변지숙은 사는 게 힘들기만 하다. 학창시절에도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던 그녀는 사회생활이라고 평탄할 수 없었다. 부도가 나면서 무너진 집안. 사채 빚에 시달려야 하는 아버지. 그리고 자신이 일하는 백화점까지 찾아와 돈을 강요하는 사채업자까지 지숙을 분노하게 만드는 존재들은 너무나 많다.
너무나 닮은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은하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유력 정치인의 딸이다. 그녀는 SJ그룹 후계자인 민우와 결혼을 할 예정이다. 조그마한 애정도 없는 그들의 결혼에는 그저 거대한 자본과 권력의 결합만이 존재할 뿐이다. 작은 애정도 없는 그저 오직 서로의 이익만을 위한 그들의 결합은 시작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인정사정없는 잔인한 재벌가 회장의 밖에서 나서 데려 온 유일한 후계자 최민우. 철저하게 재벌 후계자로 길러진 민우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심한 강박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쉽지 않을 정도다. 정신과 의사의 치료를 받으며 버티고 있지만 물속에 빠져 숨진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는 항상 그를 괴롭히기만 한다.
첩의 자식인 민우에게 기업을 물려주려는 최 회장에게 반기를 든 인물은 부인인 송여사다. 아직 그 정체를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명확한 것은 민우의 모든 약점을 알고 있는 그녀의 계략은 잔인한 방식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딸인 미연이 기업의 정통 후계자라 여기는 그녀에게 모든 것은 그저 귀찮은 존재들일 뿐이다.
민우가 자신의 눈앞에서 숨진 어머니로 인한 트라우마가 만든 강박에 시달리듯 미연 역시 심각한 정신병을 가지고 있다. 재벌가 딸로 태어나 평생 자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가졌던 그녀를 미치게 만드는 존재는 바로 남편인 민석훈이다.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이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것이 아닌 사실에 불안한 미연은 모든 것이 힘들기만 하다.
미연을 더욱 분노하게 하는 것은 민우의 결혼 상대가 바로 석훈이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는 연인 서은하라는 사실이다. 서로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미연에게 은하는 재앙이다. 그녀를 치워버리지 않으면 결코 행복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그녀는 뭐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채업자의 방문에 당황한 백화점 점원 지숙은 이자 300만원을 갚으라는 요구 때문에 가기 싫었던 고등학교 동창회 장을 간다. 왕따를 당했던 그 지독한 시간으로 되돌아간 그녀는 여전히 그들에게는 놀림감일 뿐이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그저 즐기며 살아왔던 그들에게 어려운 환경의 지숙은 놀리기 좋은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 자리를 찾은 것은 오직 돈 때문이었다.
놀리기 위해 던진 300만원 제안에 와인을 원 샷 하는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지숙이 바라는 300만 원이 아닌 300원이었다. 그 300만원은 우여곡절 끝에 그녀에게 다가온다. 고교시절부터 그녀를 좋아했던 재벌가 아들이 던진 그 300만 원은 짧은 행복을 가져다주었고, 지독한 운명의 시작이기도 했다.
자신의 처지가 하도 답답해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던 지숙은 그곳에서 SJ 후계자인 민우를 만난다. 지숙은 알지 못했지만 민우의 정략결혼 상대인 은하와 도플갱어였던 사실은 묘한 인연으로 이어진다. 민우가 보기에는 후줄근한 옷을 입은 은하가 이상하기만 하지만 거리에 버려둘 수 없어 호텔로 옮긴 그들의 운명은 그렇게 명함 집과 300만원을 서로 나눠가지며 운명처럼 이어지게 된다.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한 민우는 집 안의 거대한 풀장에 누군가 떠 있는 환상을 보고는 한다. 이런 환상은 이후 지독한 운명의 시험대에 서게 하는 이유가 된다. 은하를 죽여 버리고 싶은 누군가에 의해 그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유일한 인물이 민우라는 점에서 그가 그녀를 죽였다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와인이 독을 탄 누군가가 저지른 범죄이지만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한 민우는 스스로 살인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며 지독한 운명은 시작되었다.
<가면>은 시작하자마자 한적한 도로에 나온 고라니를 피하다 절벽으로 떨어지는 파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차에 타서 와이어 한 줄에 모든 것을 맡겨야만 하는 처지가 된 여자는 지숙으로 밝혀진다. 그녀가 왜 수갑을 찬 채 낯선 남자와 함께 그 차를 타고 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상황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던 인물이 석훈이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누구나 좋는다. 하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 가 더 중요하다는 말로 선택을 요구하는 석훈의 제안.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지숙은 죽음을 선택한다. 물론 이 죽음의 비밀은 1회 마지막 장면에서 은하가 민우 집 풀장에서 죽은 장면에서 해답을 제시한다.
석훈이 이런 과격한 방식을 동원한 것은 은하와 도플갱어처럼 닮은 백화점 점원 지숙을 은하로 둔갑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궁지에 몰린 민우를 구하고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석훈의 한 수는 복잡한 패권 싸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거대 재벌가의 상속자가 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은 희생자를 요구했다. 그렇게 숨진 여인을 대처해 자신만의 꼭두각시를 내세운 석훈. 그리고 은하를 죽음으로 내몬 것으로 여겨지는 미연과 그녀의 엄마 성여사 사이에서 진실 찾기는 그렇게 죽음으로 시작되었다.
도플갱어와 쌍둥이라는 단어는 <가면>을 풀어가는 흥미로운 요소다. 크쥐시토프 키에슬롭스키 감독의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이란 영화가 떠오르는 것은 도플갱어라는 소재가 주는 흥미로움 때문일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변신>을 원작으로 한 영화 <더 더블> 역시 도플갱어라는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갔다. 도플갱어가 실제 가능한 것인지 의견은 분분하다. 과학적으로 풀어낼 수는 없지만 정신의학적으로는 다양한 논문들이 발표될 정도로 이 도플갱어는 흥미롭다.
잔인한 사랑을 담은 <비밀>을 만든 최호철 작가는 이번에는 도플갱어를 소재로 삼아 다시 지독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샤워 가든 속 돈과 호텔 방에 떨어진 명함 집으로 인해 이어진 그들의 잔인한 운명.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남자의 복수와 그 안에서 궁지에 빠진 재벌 상속자의 진실 찾기 등은 전편과 유사점으로 다가온다.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벗어나며 흥미롭게 풀어 가느냐는 <가면>에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수애vs수애의 대결로 이어진 첫 회는 분명 흥미로웠다. 도플갱어라는 소재를 차용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 드라마의 복잡한 내용들을 풀어가는 과정들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물론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를 풀어 가느냐는 이제 작가의 몫이다. 살인사건의 실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감춰진 모든 비밀과 진실들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과연 <가면>은 어떤 가면들을 벗겨낼지 기대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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