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악마의 거래를 허락한 지숙. 돌이킬 수 없는 이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추락하는 차 안에서 민석훈의 제안을 받아들인 지숙은 유력한 대권 후보인 국회의원 딸 서은하가 되었다.
변지숙 서은하로 변신;
도플갱어와 쌍둥이, 민우를 공격하는 존재 그리고 석훈의 역할
첫 회 두 번의 죽음이 등장한 <가면>은 2회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죽어야 살 수 있는 이 기묘한 상황 속에서 다른 선택이 존재할 수 없었던 그들이 만든 가면은 결국 그들 스스로 끝을 알 수 없는 폭주기관차에 몸을 실케 만들었다. 내려서고 싶어도 이제는 내려설 수 없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의 질주는 그렇게 섬뜩하게 시작되었다.
극심한 강박증에 시달리던 민우는 정신을 차리자 결혼을 앞둔 은하가 풀장에 빠져 죽어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석훈이 수영장에 뛰어들어 은하를 구해내지만 이미 뇌사 상태에 빠져있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석훈은 은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백화점에서 자신과 너무 닮은 사람을 만났다던 은하. 그런 그녀에게 도플갱어는 먼저 본 사람이 죽는다는 말은 사실이 되었다. 이 상황에서 석훈이 할 수 있는 것은 은하가 죽지 않은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최 회장의 사위이자 그룹의 법률 팀을 이끌고 있는 그는 현재 상황이 얼마나 다급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차기 대권주자인 서 의원의 딸이 최 회장 집에서 사채로 발견되었다면 몰락은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단 하나는 서은하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우연하게도 마침 가장 가까운 곳에 은하와 쌍둥이처럼 닮은 변지숙이 있었다.
실제 지숙을 보는 순간 석훈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였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은하와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은하가 지숙에게 보이는 순간 그는 선택했다. 변지숙은 죽고 서은하는 살아난다. 이 단순한 프로젝트를 위해 긴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석훈에게는 오직 하나만 존재했다.
석훈이 은하와 연인 사이였음을 그의 부인인 미연은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누구인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은하를 죽이기 위한 시작은 최 회장의 집안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일하는 사람이 술과 물에 탄 물질이 환각을 일으키게 만들고 이를 통해 폭주해 죽음에 이르게 만들고 있음은 민우도 깨닫기 시작했다. 자신이 물을 마신 후 환각에 시달렸음을 느낀 후 의심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부인 역시 민우의 몰락을 바라는 존재이다. 밖에서 난 자식이 아들이라는 이유로 자신과 딸은 최 회장의 회사를 물려받을 수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민우가 몰락하거나 죽는 것이다. 그만 사라지면 최 회장의 모든 것은 딸 미연의 것이 될 수 있다. 빼앗긴 자신의 것을 찾겠다는 그녀의 욕심은 이미 민우가 알고 있을 정도다.
힘들게 구한 300만원이 갑자기 사라졌다. 기억을 더듬어 민우가 데려간 호텔 방을 뒤져봐도 찾지를 못했다. 그저 민우의 명함 집을 찾은 게 전부다. 자신이 욕실에 있던 샤워 가운에 돈을 넣은 것을 기억하지 못한 지숙은 그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 전부였다.
은하가 죽던 그 순간 지숙이 전화를 한다는 설정이 기묘함은 자연스럽게 도플갱어에 대한 관심과 이후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극대화해준다. 쌍둥이 일지도 모른다는 변수를 준비한 상황에서 도플갱어 죽음의 법칙이 실제로 벌어진 상황에서 지숙은 선택을 할 수밖에는 없게 되었다.
지독한 현실 속에서 석훈이 자신에게 건넨 제안은 쉽게 거절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서 지숙은 과감하게 석훈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스스로 죽음의 위기 앞에서는 다른 선택이 필요 없었다. 자신이 없는 사이 사채업자들은 그녀의 집을 찾았고 가게 기물을 파괴하며 압박을 가했다. 이런 지독한 현실 속에서도 지숙은 어떻게든 버티고 싶었다.
지숙의 이런 의지를 완전하게 앗아간 것은 사채업자 사무실에서 있었던 사건 때문이다. 딸을 팔아넘기려는 사채업자 심 사장을 찾은 이가 공격을 하다 오히려 공격을 당해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지숙이 위험에 빠진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하던 지숙은 자신의 뒤를 추적하던 석훈을 보게 된다. 그리고 틈을 노려 차를 몰고 도주한 지숙이지만 얼마 가지 못해 심 사장의 일당 중 하나와 차 안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이 과정에서 첫 회 등장했던 차량 추락 장면이 등장하고 물속에 빠져 죽음 직전까지 이른 지숙을 구한 석훈에 의해 그녀는 은하가 되었다. 차량이 추락하기 직전 석훈의 제안을 받아들인 지숙에게는 더 이상 그 어떤 선택도 존재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가난이 일상이 되었던 지숙은 수많은 오만 원 권들이 떠다니는 물속에서 석훈에 의해 모든 것을 가진 은하가 되었다. 다른 선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은하의 삶. 하지만 이는 지숙은 완전히 사라진 채 오직 석훈에 의해 움직이는 마리오네트의 삶이나 다름없었다. 영혼을 팔아버린 데미안처럼 최악의 순간 석훈의 손을 잡은 지숙은 이제 철저하게 자아가 존재하지 않은 허물만 있는 은하의 삶을 살게 되었다.
심한 강박증을 앓고 있는 민우의 증세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자신을 구하다 숨지면서부터다. 아버지인 최 회장에 의해 철저하게 후계자로 키워진 민우의 이 약점은 언제나 문제로 다가온다. 그런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존재들이 있다. 그게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심증은 존재한다. 자신이 사라졌을 경우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이가 바로 자신을 해치려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정말 은하를 죽였는지 알 수 있는 CCTV는 중요한 대목에서 누군가에 의해 지워졌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답답함을 풀기 위해 자신의 담당의인 김 교수에게 최면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이 목격한 것은 참혹함 그 자체였다. 자신이 은하를 목 졸라 죽이는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연 민우가 정말 은하를 죽였을까? 이다. 민우가 은하를 죽였다면 CCTV를 지울 이유가 없다. 민우가 CCTV를 지울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재정신이 아닌 그가 그렇게 철저하게 사건을 벌이고 은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민우의 기억 역시 철저하게 조작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김 교수 역시 민우를 밀어내려는 세력과 동조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거대한 부를 물려받을 민우를 중심에 두고 탐욕스러운 전쟁은 시작되었다. 그 탐욕스러운 전쟁에 잔인한 질투도 함께 하며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며 펼쳐지기 시작했다. 종잡을 수 없는 극한까지 치닫던 상황은 석훈에 의해 극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가짜 은하를 내세워 위기에서 벗어난 그들이 과연 어떤 결말로 치달을지 예측이 불허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렇게 긴박하게 이어진 사건들 곁에는 항상 사람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지숙을 추적하는 심 사장. 은하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미현과 그녀의 어머니. 아무것도 모른 채 생명의 위협에 놓여 있는 민우. 이런 상황에서 초반 열쇠를 쥐고 있는 존재는 석훈이다.
긴박한 순간 은하의 죽음을 은폐하고 지숙을 이용해 모두를 속인 석훈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가면>이라는 드라마 자체가 살거나 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사람이라면 모두가 한두 개의 가면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면을 벗겨내는 순간 진실은 세상에 드러난다. 과연 드라마 <가면>은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지 은하가 된 지숙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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