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정치와 사회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드라마 <개과천선>이 2회 축소되어 조기 종영된다고 합니다. 주인공인 김명민의 개인적인 스케줄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간만에 사회적 문제를 노골적이고 속 시원하게 밝히고 있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명민의 대한민국 이야기;
거대한 힘의 논리, 대형 로펌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
소설, 드라마나 영화 등은 자주 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사회의 잘못을 비판하기도 하고, 사회에서 생긴 다양한 사건들을 하나의 모티브로 삼아 색다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대중들을 상대로 하는 이들은 사회를 품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다가옵니다.
정상적이지 않은 현실에서 이를 부정하고 외면한다고 그 지독한 고통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직접 대면하고 분노하지 않는 한 문제는 더욱 심화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개과천선>은 한 대형 로펌의 에이스가 사고 후 단기기억상실증으로 인해 진짜 변호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김명민과 김상중이라는 절대 강자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드라마였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진정 대단한 것은 우리사회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의 로펌 방식을 그대로 차용해 국내에도 거대 로펌이 탄생했고, 법조계는 급변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거대 로펌이 엄청난 돈과 함께 명성, 그리고 권력까지 쥐게 되면서 법조계는 그저 거대 로펌을 위한 조직으로 전락했습니다. 판사, 검사, 판검사, 변호사 출신 정치인들까지 거대 로펌으로 향하며 그들은 대한민국을 이끄는 진정한 권력 집단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원한다면 대한민국도 팔아치울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힘을 가지게 된 현실을 드라마 <개과천선>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라는 차영우 로펌이 누구를 지칭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드라마 속 거대 로펌은 대법관 지명까지 관여하고 있다는 점은 충격적입니다. 설마 실제로도 그러겠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대부분의 시청자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삼성공화국이 대한민국 위에 군림한지 오래이듯, 거대 로펌이 대한민국의 혈관마저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상할 것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다양한 사건들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바로 키코 사태였습니다. Knock-In, Knock-Out 녹인 녹 다운의 앞 글자를 따서 키코라고 불리는 이 사태는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사기에 준하는 행위를 한 사건이었습니다.
리먼 사태로 인해 전 세계가 금융 대란일 겪고 환란이 일어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시중 은행 4곳이 키코를 중소기업에 판매하며 생긴 논란이었습니다. 드라마에서도 등장했듯, 갑의 지위를 가진 은행들이 강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방식으로 상품을 판매했고, 갑작스러운 환율 폭등으로 인해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부도를 당한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키코가 문제인 것은 은행은 전혀 손해를 보지 않는, 하지만 중소기업은 최대 2배 이상의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치명적인 은행 상품이었습니다.
드라마에서도 상세하게 밝히고 있듯, 키코 사건의 핵심은 '마이너스 시장가치'를 밝히지 않고 상품을 판매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상품은 국내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만들어진 금융 상품이라는 점에서 이와 관련한 해외 판결을 보면 해법도 함께 보입니다. 해외의 경우 은행과 기업 간의 교환 상품이 서로 다른 경우 이는 '사기'라고 규정했습니다.
해외에서 만들어진 사기 수법은 그곳에서는 사기죄로 처벌을 받았지만 황당하게도 대한민국에서 이 거대한 사기극은 무혐의로 끝났습니다. 대신 히든 챔피언이라고 불리며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던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은 키코 사태로 인해 한순간에 부도가 나는 참담함을 맛봐야 했습니다. 금융과 관련해서 은행들은 대학생이었고, 해당 중소기업은 초등학생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대학생이 자신의 전공분야를 가지고 초등학생들을 감언이설로 꼬이고, 때로는 암묵적인 강압까지 하며 초등생들의 주머니를 털고 그것도 모자라 그들의 집까지 빼앗은 것이나 다름없는 키코 사태는 대법원에서 은행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마무리되었습니다.
결코 있을 수도 없는 사기 사건을 대법원에서는 전원 합의로 처리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소수의견도 없이 대법관 모두 중소기업이 아닌 은행의 편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법을 다루는 법조인들에 대한 비난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낸 <개과천선>은 그래서 흥미로웠습니다.
현실의 사건과 드라마의 한계를 다양하게 담은 <개과천선>에서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해준 것은 바로 극중 김석주와 아버지 김신일의 대화였습니다. 키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김석주가 대법관들을 살피면서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 속에 현재의 문제가 무엇인지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다양성이라 해봐야 지역, 여성정도다. 재벌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 분들은 여럿 계신다"
"참여정부 때만 해도 제 목소리를 내는 사람 몇이 있었다. 10년 전만해도 법원이 이러지 않았다. 물론 국가보안법이니 뭐니 살아있던 시절에 그에 순응했던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거대 로펌 눈치 보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개업하면 아쉬울 것 없이 돈을 벌었으니까. 개업하고 나와도 예전 같지 않으니 거대로펌 들어가고 싶어 하고. 미래의 취업 자리라 생각하니 눈치 안 볼 수가 없나보다"
극중 김석주가 대법관들을 살펴보면서 아버지인 김신일과 나누는 대화는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이 모두 담겨져 있었습니다. 13명의 대법관이 성향이 너무 일률적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소수인종이나 다양성을 위해 노력하는 미국과 달리, 대한민국의 대법관 구성은 성적 우선이 전부라는 점은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참혹하게 다가옵니다.
보수적 판결을 내린 법관들이 대부분인 현재의 대법관 구성에서 정상적인 판결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것도 모자라 재벌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 자들까지 대법관 자리에 앉힌 현실은 우리 사회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석주의 아버지인 신일이 현재의 이런 모습을 개탄하며 참여정부 시절은 달랐다고 말하는 과정은 울컥하게 했습니다. 최소한 참여정부 시절에는 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존재했다는 발언은 현실이 얼마나 참혹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거대 로펌의 눈치를 보는 대법관. 그런 사회 속에서 거대 로펌과 재벌들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담고 있는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개관천선>은 다시 한 번 강렬함으로 다가옵니다.
차영우 로펌의 대표인 차영우가 새로운 에이스로 영입한 판사 출신 전지원에게 키코 사태를 마무리한 후 나눈 대화에서 섬뜩함을 느낀 시청자들은 많았을 듯합니다. 관피아의 핵심고리가고 할 수 있는 거대 로펌을 상징하는 차영우 로펌. 그 로펌의 대표가 밝힌 변호사라는 직업은 단순히 법정에서의 법리 다툼을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로비스트라는 주장은 그래서 더욱 특별함으로 다가옵니다.
거대 로펌은 철저하게 로비스트가 되어 자신들의 돈벌이에 적합한 거대 사건을 찾아다니고, 그런 거대 사건을 법리적으로 유리하게 이끌어 거대한 이득을 보는 것이 전부입니다. 문제는 그런 그들이 자신들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법조인들을 줄 세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돈이 최우선인 사회에서 재벌은 그 모든 것에 앞선 존재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재벌들마저 흔들 수 있는 존재는 거대 로펌입니다. 힘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들은 모든 이들의 위에 군림하는 거대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법치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현대 사회에서 그 법을 다루는 집단인 거대 로펌은 자연스럽게 현대 사회의 절대강자가 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거대 로펌이 오직 수익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순간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잔인한 연쇄살인마도 거대 로펌과 함께 한다면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는 것이 현대사회라는 점에서 <개과천선>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거대 로펌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키코 사태에 이어 골드만삭스와 진로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개과천선>은 2회 줄어든 만큼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다룰 수 있는 그리고 다뤄야 하는 이야기가 많은 상황에서 2회 축소되어 조기 종영된다는 사실은 그래서 아쉽습니다. 거침없이 현실의 문제를 다룬 최희라 작가의 용기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최악의 MBC에서 이런 드라마가 방송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회 그들은 시청자들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달할지 궁금해집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Drama 드라마이야기 > Korea Drama 한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희들은 포위됐다 15회-결국 이승기는 이기영의 숨겨진 아들이었다? (1) | 2014.07.03 |
---|---|
개과천선 조기종영은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0) | 2014.06.27 |
트로트의 연인 2회-만화 같은 설정 정은지가 아닌 지현우가 중요한 이유 (0) | 2014.06.25 |
트로트의 연인 1회-정은지 지현우 통속극의 한계 코믹함으로 넘어설까? (1) | 2014.06.24 |
고교처세왕 첫방 망가진 이하나와 CJ 적자 서인국 성공방식 이어갈 수 있을까? (1) | 2014.06.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