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드라마의 가능성을 봤던 <검법남녀>는 코미디라고 해야 할지 모호한 지점에서 표류하고 있었다. 정형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틀에 박힌 이야기로 점철된 첫 방송은 실망스러웠다. 법의학자와 검찰, 그리고 사건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흥미로울 수 있었다.
몰입도 망치는 진부함;
정형적인 캐릭터 만들기와 식상한 이야기 전개, 취향의 문제일까?
법의관 백범(정재형)과 초임 검사 은솔(정유미)이 충돌하며 하나의 팀으로 사건들을 풀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드라마 <검법남녀>는 흥미로울 수 있었다. 법의학을 통해 범죄자를 잡아내고, 검사가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흥미로울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강력계 형사 차수호(이이경)와 검찰 수사관 강동식(박준규)와 검찰 실무관 천미호(박희진)등이 주요 등장인물로 등장한다. 법의관 백범과 긴밀한 관계인 약독물과 연구관 스텔라 황(스테파니 리) 등이 다양한 사건들과 함께할 중요 캐릭터들이다.
검사가 취미처럼 여겨지는 초임 검사 은솔. 차고 넘치는 돈으로 어려움 없이 살아왔던 은솔이 검사가 되어 강력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법의관으로 괴팍한 성격으로 오직 해부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데 집착하는 백범은 극을 끌어가는 핵심이다.
과하게 몰입만 요구하는 백범은 원칙주의자다. 좌충우돌 자신이 세운 원칙과 문제가 생기면 공격적이다. 그 상대가 누구라도 상관없다. 백범의 행동은 파괴적이고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한 번도 부족함이란 무엇인지 모르고 살고 있는 은솔에게는 탁월한 촉이란게 있다.
부족함 없이 자랐고, 사법연수원 성적도 톱이었다는 은솔은 판사보다는 검사를 택했다. 젊고 예쁘고, 넘치는 돈에 탁월한 두뇌까지 부족한게 없는 캐릭터는 그래서 모든 것이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무게를 잡는 백범과 과하게 모든 것을 가진 은솔이라는 존재는 그래서 호기심을 잃게 만든다.
웃겨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차수호나 강동식, 천미호라는 캐릭터 역시 정형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검법남녀>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박제되어 있다는 점에서 답답함으로 다가올 정도다. 섹시함을 내세운 탁월한 약독물과 연구원이라는 캐릭터 역시 손발이 민망해질 정도다.
부잣집 사모님이 맞아 숨졌다. 남편의 잦은 폭행이 사망에 이르게 한 결정적 요인으로 생각했지만, 해부한 후 드러난 결과는 약물 칵테일로 인한 사망이었다. 남편이 수많은 폭행을 지속적으로 하기는 했지만, 결정적 사망 원인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쯤 되면 긴장감이 흘러야 하지만 오히려 느슨해진다. 결정적 사인을 만드는 과정 속에 폭력 남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은솔의 몫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가진 자는 모두 악마다라는 식의 단순한 표현도 식상하다.
임신한 아내가 죽었음에도 남편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그리고 돈이면 영혼도 파는 변호사들의 모습도 특별하지 않는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희화화 되거나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전형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그저 90년대 감성에 벗어나지 못한 미묘한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이 쏟아지는 세상에 이런 식의 고루한 방식의 이야기가 성공할 것이라 믿었다면 제작진의 큰 실수가 아닐 수 없다. 눈높이가 한껏 올라간 시청자들에게 8, 90년대에나 볼법한 전형적인 이야기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치기다.
연기자들의 연기 역시 몰입도를 떨어트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각각에게 주어진 캐릭터가 진부하다 보니 몰입도가 급격하게 낮아진다. 여기에 틀에 박힌 연기를 하는 그들을 바라보는 것조차 힘겨운 일이 되어버린 드라마는 생명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앞서 큰 성공을 거둔 <비밀의 숲>처럼 만들기 원하지도 않는다. 모든 드라마가 <비밀의 숲>과 같다면 이 드라마 역시 평범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던 독일 드라마 <다크>처럼 차원에 대한 이야기와 스릴러를 합한 색다른 재미를 원하지도 않는다.
최소한 1시간 동안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 설득될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한다. 넷플릭스, 훌루 등에서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드라마를 손쉽게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시청자들의 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너무 많아졌다는 의미다.
눈높이는 높아졌는데 제작진들의 의식은 여전히 8, 90년대에 머물러 있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신인 작가들이 대거 등장하고 다양한 실험을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검법남녀>는 새로운 시도도 없다.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에 매몰되어 그저 틀에 박힌 흐름을 강요하고 있을 뿐이다.
정재형의 연기마저 식상하게 만들고 정유미 연기는 눈을 돌리게 하는 상황은 제작진들의 잘못도 크다. 어설프기만 한 박준규 박희진 커플과 코믹 삼총사가 된 이이경까지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실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상파 드라마의 몰락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검법남녀>는 증명이라도 하고 싶은 듯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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