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백 5회-청순한 사택비, 그녀의 변신을 예고 한 다

잔인함으로만 다가왔던 사택비가 왕의 여자가 되기 전 금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의 모습은 이후 극 전개에서 그녀의 역할이 어떤 식으로 변할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숨기고 살아왔던 이들이 한꺼번에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한 <계백>은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개하려 합니다.

의자의 커밍아웃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 된 다




바보같이 살아가는 의자 왕자. 그는 자신의 편이라고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칼을 겨누는 궁궐에서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스스로 바보 행세를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호시탐탐 자신의 목숨만을 원하는 사택비와 그런 자신을 보호해줄 수 없는 무왕 사이에서 그의 선택은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남는 것입니다.

이런 의자의 행동은 무왕에게는 신뢰를 저버리고 선화 황후와 자신의 아들이자 왕의 자리를 물려받을 세자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무왕마저 고개를 젓는 의자 왕자. 그는 철저하게 자신을 낮추고 바보스러운 행동으로 생명을 연장하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자신이 왕이 되는 날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오직 살아남아야만 한다는 조건에만 충실한 의자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재를 지내는 상황에서도 술을 마시며 사택비와 함께 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호시탐탐 죽이려 드는 그녀와 함께 자신의 어머니를 위하는 재를 지내는 것만큼은 그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선화 황후의 위패마저 불태우며 자신의 의지를 밝히는 의자 왕자를 자신의 아들이 교기와 함께 궁으로 돌려보내면서도 자객을 시켜 죽이도록 지시하는 사택비는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순수한 백제인만이 백제의 왕으로서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그녀의 판단은 대대로 이어져 온 관례일 뿐이었습니다.

살생부까지 만들어 귀족들이 지켜온 권력. 그 권력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은 마지막 남은 의자 왕자를 죽임으로서 완벽한 백제를 만들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의자 왕자를 죽이기 위해 나선 것은 위제단에 복수를 하기 위해 뛰어든 무진이었습니다.

위제단 속으로 들어서기 위해 청부살인업자가 되어 있었던 그는 가장 큰 고객을 잡으라는 명을 받습니다. 그만 잡으면 위제단을 만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대상이 다름 아닌 의자 왕자라는 사실은 커다란 변화를 이끌게 됩니다. 우연한 상황에서 술만 마시던 아버지가 아닌 칼을 든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 뒤쫓은 계백에 의해 살인의 대상이 의자 왕자임을 알게 된 상황은 아이러니 그 자체였습니다.

왕자에 의해 죽음 직전까지 몰렸던 계백과 황후와 왕자의 안위를 지켜야만 했던 장수 무진이 부자 관계라는 사실은 그들의 지독한 운명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자신을 숨긴 채 살아야만 했던 의자는 자신의 목숨을 가지러온 자객이 무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안심하기도 하지만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못합니다.

이런 의자 왕자를 보며 차라리 죽는 것이 낳을 것이라는 무진의 단호함에 그동안 자신이 감추고 드러낼 수 없었던 속마음을 모두 털어놓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후사를 도모해야 하는 상황에서 궁에는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존재가 전무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란 이것이 전부였다는 사실. 이런 의자 왕자의 커밍아웃은 당연히 극의 전개를 180도 바꾸며 의자가 왕이 되는 과정으로 신속하게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게 합니다.

의자 왕자를 지켜내기 위해 무진은 혈혈단신 적진인 위제단으로 들어섭니다. 살생부를 찾아 무왕에게 전하면 귀족 집단들이 벌인 선화 황후에 대한 간첩 조작 사건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숨을 내걸고 위제단의 본거지에 들어선 그는 그곳에서 사택비를 만나게 됩니다.

사택비로서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한 남자인 무진을 만났다는 사실이 행복하기만 합니다. 그와 후대 무왕인 된 서동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함께 했던 무사 무진. 서동보다는 무진에게 마음이 있었던 금영(사택비의 처녀 적 본명)은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벌일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말에서 떨어졌다는 이유로 말을 관리하는 노비의 다리를 칼로 베는 잔인함을 가진 금영. 그녀는 무진의 아내가 아닌 한 나라를 움직이고도 남을 존재였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영원히 애틋하게 기억될 수밖에 없는 법이고 이런 애절함은 사택비의 마음을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만듭니다.

사택비를 인질로 잡고 궁으로 들어서려면 무진과 그런 무진을 잡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위제단. 사택비의 아비이자 귀족 집단을 이끌고 있는 사택적덕은 모든 군을 이끌고 무진을 잡는데 혼신을 다합니다. 이런 와중에 의자 왕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왕을 만나 현재의 상황을 인지시키는 일입니다.

하지만 서슬 퍼런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의자 왕자가 함부로 궁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에 계백은 하나의 방법을 생각해냅니다. 탁월한 지략가이자 장사꾼인 은고를 찾은 것이지요. 이미 사택비의 생일날 보여주었던 그녀의 모습과 죽음 직전 자신을 살려내는 과정만으로도 은고만이 무왕과 의자 왕자를 만날 수 있게 만들 유일한 존재임을 확신합니다.

그 누구 앞에서도 당당한 은고는 자신이 사백비의 목숨을 살렸다는 것을 앞세워 무왕을 만나게 되고 이를 통해 무왕과 의자가 만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장사꾼으로서 세상을 호령하고 싶었던 은고로서는 확실하고 든든한 세력을 만들어낸 셈이고, 의자 왕자로서는 자신도 살고 무진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으니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의자 왕자가 그동안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바보처럼 행동했음을 알게 되고 한 편 자신이 가장 믿었던 장수 무진이 살아있고 그의 아들 계백이 있음을 확인한 무왕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합니다. 무왕은 윤충을 찾아 자신의 의지를 바둑에 비유해 건네고 이를 눈치 챈 윤충은 충성을 맹세합니다. 그렇게 자신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세력들을 만들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무왕과 의자 왕자는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무진만 돌아오면 완벽한 모습으로 귀족 세력을 등 뒤에 두고 권력을 휘두른 사택비에 맞서, 실질적인 왕권을 다시 되찾으려는 무왕의 모습은 이후 그들의 피 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변화는 귀족 세력이 사택비를 포기하는 한은 있어도 살생부가 무왕에게 건네져서는 안 된다는 지시를 내린 점입니다.

사택비가 죽는 한이 있어도 살생부를 지키라는 명령에 그녀를 향해 공격하는 위제단과 그런 사택비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건 무진의 활약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사택비는 변화를 택할 수밖에는 없고 자신의 아들인 교기가 아닌, 무왕의 뒤를 이어 의자가 왕이 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역할을 그녀가 하게 되는 과정들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무왕의 여자가 되기 전 청순함으로 무진을 사랑했던 여인 금영은 죽음 앞에서 다시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자신이 가장 사랑했고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무진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거는 상황에서 그녀가 변화를 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초반 극의 흐름을 좌우하는 사택비의 위기와 변신은 <계백>의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이끌고 있습니다. 자신이 누구이고 무진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알게 된 계백이 진정 백제 최고의 무사가 되어가는 과정도 이제 시작입니다. 그동안 바보로 자신의 생명을 지켜왔던 의자 왕자 역시 자신을 드러낸 채 귀족 세력에 맞서 왕이 되어가는 과정 역시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