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만든 영화 '계시록'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요? 넷플릭스 직원이라는 말도 듣고 있는 연상호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도 되었지만, 불안도 존재했습니다. '그래비티'의 감독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프로듀서를 하며 더욱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믿음'은 인간에게는 중요한 철학이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안정시키기 위해 이 도구를 사용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은 버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종교는 비즈니스가 되어 세상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종교 비즈니스의 핵심은 인간이 나약해지는 순간을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계시록'은 세명의 인물을 통해 감독이 원하는 주제를 관철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개척 교회 목사 성민찬(류준열), 강력계 형사 이연희(신현빈), 성범죄 전과 2범인 권양래(신민재)라는 세 인물이 하나로 연결되며 연상호 감독의 메시지가 중첩되며 터져나갑니다.
영화는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골목을 빠져나가는 소녀 신아영(김보민)을 따릅니다. 뭔가에 쫓기는 듯한 아영의 뒤에는 수상한 남자 양래가 따라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향한 곳은 목사 민찬이 이끄는 '사명의 나라 교회'입니다. 그리고 그런 양래를 지켜보는 연희가 있습니다.
얼핏 보면 아영이 오해했다고 할 수 있지만, 개척 교회라는 점에서 신도들은 모두 서로를 알고 있습니다. 굳이 이런 식으로 아영을 뒤쫓아 교회까지 오는 행위가 정상적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민찬이 설교를 하는 와중에도 양래의 눈은 아영에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마치고 아영이 친구들과 나가자 양래도 서둘러 나가려다 담임 목사 민찬에게 붙잡힙니다. 신도를 모아야 하는 민찬으로서는 낯선 사람이 찾아온 것은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다 점점 신도로 등록하도록 유도하는 민찬은 양래 발에 전자발찌가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잠시 놀라지만, 마치 아무 일도 없듯 이야기를 합니다.
교회는 죄인들이 오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개척 교회를 이끄는 민찬에게는 신도를 늘리는 것만 아니라, 다른 문제로 심각하기만 합니다. 자신의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고, 증거를 찾기 위해 사람까지 고용한 상태입니다. '하늘사람 교회' 정목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아파트 건설 현장에 교회가 들어선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민찬은 새롭게 들어서는 교회의 담임 목사 자리는 자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오랜 시간 척박한 곳에서 개척 교회를 이끌었던 만큼 정 목사가 그 자리를 자신에게 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 목사는 그 자리를 아들에게 넘기겠다고 합니다.
민찬을 부른 것은 아들이 담임 목사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심한 모멸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나선 민찬은 정 목사 아들 환수를 만나게 됩니다. 아주 친근하게 다가서며 "형"이라 부르는 환수 앞에서 표정 관리를 해야 하는 민찬의 분노는 끓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아들을 데려가기로 했던 민찬은 그걸 잊었고,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권양래가 범인이라 확신했습니다. 경찰에 신고해 동네에 사는 성범죄자가 자신의 아들을 납치한 것 같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출동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직접 증거를 찾기 위해 권양래를 추적하던 민찬은 한적한 곳에서 자신을 알아본 양래와 민찬은 싸우기 시작합니다. 아들을 납치한 주범이라 생각한 민찬으로서는 절박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짜증 나는 일상의 연속인데 이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희생양이 필요했고, 마침 아들의 실종과 권양래가 있었습니다.
양래는 민찬과 싸우다 굴러 떨어져 바위에 부딪쳐 쓰러지고 맙니다. 죽었다고 생각한 민찬은 현장에서 번개가 치자 그곳을 바라봅니다. 순간적으로 번갯불에 의해 밝아진 산에서 민찬은 '예수'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민찬은 그 순간 자신에게 계시가 내렸다 확신했습니다.
자신이 한 행동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형사 연희가 양래를 추적하는 이유는 여동생 연주(한지현)의 죽음 때문이었습니다. 연주는 양래에 의해 감금되고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였습니다. 그 잔인한 현장에서 연주는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직접적인 상황을 언급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와줄 수 있냐고 묻지만, 경찰이 된 연희로서는 동생에게 갈 수는 없었습니다. 연희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고, 어렵게 양래를 벗어나 신고까지 했지만 법은 피해자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양래가 양부에게 학대를 당한 트라우마로 인해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정신과 전문의 이낙성(김도영)으로 인해 이 사건은 여론이 뒤집혔습니다.
피해자보다 더 큰 피해자라 치부되어 버린 양래에게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재판 역시 말도 안 되는 형을 내리는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사건이 이렇게 마무리되자 피해자인 연주로서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해자를 옹호하는 현실에 절망을 느낀 연주는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연희는 동생 죽음에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생이 자신에게 도와달라는 요청을 들어주지 않아 그렇게 된 것이란 죄책감이 사로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정에서 양래를 두둔한 낙성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신아영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들리고, 권양래의 집에서 이상한 그림을 보면서 그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영이 다니는 교회 담임 목사인 민찬이 권양래를 신고한 사건이 접수된 상황은 그를 더욱 유력하게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영이 실종되고 범인이 권양래일 수 있다는 생각에 민찬은 두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 그 범인을 자신이 죽였다 생각한 민찬은 자신을 이끄는 정 목사를 찾아가 "목사님, 큰 일을 저질러 버렸습니다"라며 자신이 한 범죄에 대해 토로하려 했습니다.
감독이 주제로 삼은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상황이 정 목사에게서 드러납니다. 물론 민찬이 번개가 친 날 예수의 얼굴을 본 것도 그가 그걸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정 목사는 울며 아들이 신도와 연애를 했다고 절망합니다. 신혼인 목사 아들이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끔찍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신도가 자신의 아들을 현혹했다는 정 목사의 행태는 씁쓸함을 자아냅니다. 그러면서 정 목사는 민찬에게 새롭게 생기는 교회의 담임 목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민찬은 이 순간 자신이 다시 한번 계시를 받았다 착각했습니다.
권양래를 죽였을 때 예수의 얼굴이 보이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려는 순간 원하는 자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상황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계시라 확신했습니다. 권양래를 죽인 것은 신의 계시이고 그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민찬은 차 안에서 아내에게 환수가 바람 폈다는 말을 합니다. 그 이야기에 아내 시영(문주연)은 긴장합니다.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 순간을 놓치지 않은 민찬은 회계하라며 아내의 바람 사실을 언급하며 시영의 머리에 손을 올리는 장면은 끔찍함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종교인들이라면 당연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디로도 피할 수 없는 막힌 공간에서 회계하라며 소리치는 광기의 순간은 섬뜩하기까지 했습니다. 민찬의 이 행동은 자신이 신의 계시를 받은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상황에 벌어진 것이라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용의자 양래를 찾던 경찰들은 그의 주변 CCTV가 파괴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철저하게 준비된 범죄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렇게 천일산 여우고개에서 양래의 차량이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진 양래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사건 현장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중 민찬도 있었습니다.
민찬은 형사들에게 "시신도 못 찾았습니까?"라는 질문을 외칩니다. 이는 수상한 질문일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이런 질문을 할 수가 없으니 말이죠. 죽었어야 하는 권양래는 살아있었습니다. 그날 죽지 않은 양래는 산을 내려와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습니다.
이 순간 권양래를 찾아야만 하는 이는 둘이었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흔적들을 통해 권양래가 사라졌음을 안 형사 연희와 죽이려 했던 민찬입니다. 촌각을 다투며 양래를 찾으려는 이들의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사건이 벌어진 근처 병원으로 향하게 되고, 선수를 친 것은 민찬이었습니다.
민찬을 보자마자 악마라고 외치며 자신을 죽이려 했다며 광분하는 양래를 보며 "다 하나님의 뜻이에요"라는 상황은 광기의 끝판왕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계시록'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은 이 세 명이 모두 한 곳에 있던 장면이었습니다.
폐건물에서 강간범과 목사, 피해자 가족이 모여 서로 대립하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권양래를 죽이고 싶은 두 사람이지만, 그럴 수 없는 형사와 그러고 싶은 목사 사이에 살기 위해 발악하는 양래의 모습은 우리가 사는 현실 속 복잡해 보이는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권양래를 연희가 살리고 싶었던 것은 그를 살려야만 실종된 아영을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으로 아영을 구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연희가 찾은 것은 이 교수였습니다. 권양래를 분석했던 그를 찾아 그가 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지 알아야 아영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외눈박이'가 잡아먹었어"라는 말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습니다. 권양래의 집 벽에 그려진 외눈박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권양래는 어린 시절 외눈박이 창문이 있는 곳에서 학대를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그 모양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죠.
연희는 외눈박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고 어렵게 아영을 구하는 데 성공합니다. 지옥과 같은 시간을 보낸 아영은 울먹이며 "저 문 열고 누가 절 구해주러 올 거라고"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건 지독하게 연희를 괴롭히는 동생이 했던 말이기도 합니다. 이는 연희가 비로소 지독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이유로 작동합니다.
범죄를 저지른 민찬은 취조 과정에서도 당당했습니다. 모든 것은 신의 계시라는 말을 하는 민찬의 마지막 장면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혼자 멍하니 앉아 있는 교도소 독방 벽에 양래를 죽였다고 생각한 날 벼락과 함께 등장한 예수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민찬이라면 이 역시 계시라고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민찬은 예수의 얼굴로 보이는 얼룩은 지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자신의 헛된 신념과 믿음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지 깨닫는 목사 민찬의 행동은 이 드라마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호불호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재미없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감독이 원한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 흥미로운 작품이 됩니다. 극단으로 치닫는 아니, 그런 극단을 방조하고 이를 통해 돈을 버는 레거시 언론과 일부 유튜버들의 행태로 '계시록' 속 민찬과 같은 인물들이 양산되는 현실을 보면 이 영화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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