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희는 세옥을 구하기 위해 민 사장을 제거했습니다. 뇌에 시한폭탄을 품고 살아가는 남자로서는 자신을 구할 수 있는 대상을 보호하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습니다. 앞서 세옥과 덕희는 너무 많이 닮았습니다. 모든 것은 다르지만 그들의 뇌는 동일하게 움직인다고 할 정도입니다.
덕희는 민 사장을 정확하게 수술용 메스로 찔러 대응하지 못하도록 하고, 유기할 장소로 알아서 걸아가도록 유도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덕희 등장으로 넋 놓고 골목으로 사라지는 덕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세옥을 이끈 것은 영주였습니다. 이들은 덕희가 건넨 차를 이용해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갈비뼈 사이 비장을 찔렀다는 것은 정확하게 신체를 아는 이가 한 행동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일반인은 이렇게 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피가 가장 많은 비장을 찔렀지만 피를 최소한으로 흐르게 만들어 유기 장소까지 직접 걷도록 만드는 능력은 현직 의사이거나 의사 출신일 수 있다는 국과수 평가입니다.
양 경감은 세옥을 의심했지만, 현장 CCTV에서 민 사장을 끌고 가는 인물이 여자가 아닌 남자라는 말에 바로 덕희를 의심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찝찝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 정도 능력을 가진 자라면 덕희 밖에는 없다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덕희를 부른 양 경감은 아무렇지도 않게 민 사장을 왜 죽였냐고 묻습니다. 그런 양 경감을 보며 당황하거나 변명하지도 않은 덕희는 "보긴 봤어?"라는 말로 정리합니다. 그러면서 덕희는 한술 더 떠 양 경감에게 협박까지 합니다. 양동영을 한 방에 골로 보낼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말입니다.
서로의 약점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덕희를 범인으로 단정하거나 체포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덕희의 행동을 반복해 생각하던 세옥은 조폭 두목 두봉의 요청으로 만나게 됩니다. 경찰서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형사를 통해 민 사장을 죽인 이가 남성이라는 정보를 받게 되어 묻기 위함이었습니다.
김명진의 아들 재영의 장례식장에서 세옥과 덕희는 만나게 됩니다. 그 자리에서 세옥은 덕희에게 명진을 왜 죽였냐고 묻죠? 아무 상황에서나 훅하고 들어오는 세옥의 당돌하고 황당한 질문에 덕희가 당황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숨기지 않고 그 이유를 말합니다.
덕희가 동창이기도 했던 명진을 죽이려고 한 것은 언뜻 나왔던 여성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덕희에게는 그런 감정선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덕희가 위기감을 느끼고 명진을 제거한 것은 세옥 때문이었습니다. 세옥의 자료를 보고 명진은 LA의 자기 병원으로 데려가겠다고 했습니다.
명진이 세옥을 데려가겠다며 한 소리가 "돈 좀 되겠는데"라는 거였습니다. 자신이 소중히 키운 제자를 데려가 수술 기계로 만들어 돈만 벌겠다는 명진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 이미 전례도 있었지만, 세옥은 덕희에게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자신과 너무 닮은 천재이니 말이죠.
의료인이 아닌 장사치에게 공들여 키운 제자를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과거 비 오는 날 무릎 꿇고 덕희에게 용서를 빌던 날 그냥 지나쳤던 상황과 닮은 오늘 그들은 달랐습니다. 똑같다고 생각해 기뻤던 세옥과 달리, 자신의 마음이 들켜 자존심 상했던 덕희는 그렇게 어긋났었습니다.
자신과 너무 닮은 특별한 존재를 만났을 때 느끼는 시기와 질투가 덕희에게는 있었고, 세옥은 난생처음 자신을 넘어선 존재에 대한 존경과 호기심이 가득했습니다. 그들은 '애증' 관계였습니다. 뇌에 대한 집착이 강한 특별한 천재들이 느끼는 기묘한 애증말이죠.
세옥은 덕희 수술을 결정합니다. 앨런 킴이 봤던 실제 덕희 상태를 보고 즉시 수술하겠다고 했습니다. 앨런 킴의 경우도 세옥의 실력을 익히 들어 알고 있기 때문에 함께 수술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둘러 자신의 스승을 살리고자 하는 세옥에게 양 경감이 등장했고, 라 여사는 영주를 찾았습니다.
양 경감을 취조실에서 세옥을 보며 덕희의 아킬레스건이 이 아이라는 사실을 확신합니다. 세옥은 덕희에게 자신은 무조건 받기만 할 거라고 했습니다. 덕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받아 최고가 되겠다는 세옥의 욕심은 이야기의 끝을 예고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양 경감은 세옥을 흔들어 덕희를 잡으려는 의도로 이런 행동을 했지만, 쉽게 흔들릴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이런 사이 덕희는 세옥은 알 수 없는 일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알면 상처 많이 받을텐데"라는 말속에 세옥의 모르는 비밀은 존재했습니다.
덕희의 일을 도맡아 하던 라 여사도 이런 일인지 알았으면 자신은 이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란 말을 합니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양 경감은 세옥을 부른 후 홀로 덕희 집과 조금 떨어진 창고를 찾아갑니다. 롤스로이스가 있었던 그곳에는 잠긴 냉장고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양 경감이 찾던 이 형사가 사망한 채 있었습니다.
양 경감이 그곳을 찾을 것을 알고 있던 덕희는 그곳에 가서 그가 숨기는 비밀을 언급합니다. 이 형사는 그동안 양 경감의 범행을 추적하고 있었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봤던 라이터를 양 경감이 가지고 있었고, 기록에 누락되었다는 사실이 수상해 확인해 본 결과 충격이었습니다.
양 경감은 사건이 벌어진 곳에서 핵심 증거를 은닉하고 범죄자 가족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왔음을 알게 됩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덕희는 양 경감을 위해 이 형사를 죽였다는 것을 인지시키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간호사를 죽인 것도 자신이라 말하는 덕희의 행동은 무엇일까요?
덕희는 어차피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세옥을 완벽하게 보호하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죽은 후 자신이 못다한 일들을 하기 바라는 스승의 모습입니다.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이런 감정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의아하지만 그들은 그렇습니다.
말기암 환자를 위한 약을 맞고 있는 덕희는 양 경감에게 "너는 수사를 계속해 나를 잡아"라고 말합니다. 의도적으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철저하게 숨어 있기 위함이었습니다. 덕희는 앞으로 한 달 후 대학병원 신관 수술실에서 앨런 킴과 함께 수술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심각한 중증 말기암 환자인 덕희가 한 달이나 뒤늦게 수술을 결정한 것은 세옥도 구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철저하게 자신을 망가트려 세옥에게 더 많은 갈증을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세옥이 학교에서 선생님의 모든 것을 달라고 했던 말을 실천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 번은 실패해봐야 뭔가 깨닫지"라는 말 속에는 세옥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수술을 실패한 적 없다는 겁니다. 그런 완벽함은 기고만장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앨런 킴과 함께 병원에 있던 천재 의사가 더는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야기도 덕희가 우려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덕희는 자신의 뇌수술은 100% 실패할 수밖에 없다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세옥과 앨런 킴은 달랐죠. 종아리 정맹을 뇌혈관에 이식하겠다는 앨런 킴의 제안에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세옥은 복재 정맥 최고의 이식 수술임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정도로 천재였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세옥은 안달이 났습니다. 한 번은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조폭 두목을 찾아가 덕희를 찾아달라 요청합니다. 그런 상황에 경찰은 덕희에 대해 공개수배를 하게 됩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모든 범죄가 덕희의 몫이 되어버린 상태로 말이죠.
앞서 서로 다른 만남이 이어지듯, 이번에도 덕희를 만나는 조폭 두목 두봉과 양 경감과 만나는 세옥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덕희는 두봉에게 솔직하게 말하죠.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제자를 위해 자신이 희생한다는 말은 두봉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왔을 겁니다.
"세옥은 네 비참한 청춘, 못난 것도 닮았다. 정신에도 DNA가 있다면 핏줄이야"라는 덕희의 말 속에 그동안 이어진 모든 이야기를 풀어줄 비밀들이 담겨 있습니다. 덕희에게 세옥은 자신을 빼다 박은 자식과 다름없었습니다. 덕희가 왜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사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런 그에게 세옥은 자신을 완벽하게 닮은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양 경감은 덕희가 절대 살아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존재입니다. 너무 많은 것을 아는 덕희가 세옥의 수술로 살아난다면 자신도 몰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옥은 무조건 선생님을 살리겠다 다짐하죠. 그래서 위기가 찾아옵니다.
차로 추격해 멈춰 세운 후 세옥의 손을 망가트리려 합니다. 손이 망가지면 수술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영주도 가세하지만, 양 경감을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세옥은 양 경감을 제거해 버립니다. 아무리 강력계 형사라고 하지만 칼 앞에 장사 없기 때문입니다.
세옥의 전화를 받고 현장을 찾은 덕희는 분노합니다. 좀 참을 줄도 알아야지 왜 그걸 못하냐며, 죽은 양 경감을 어떻게 처리할 거냐고 합니다. 피칠갑을 한 덕희는 오열하며 그러게 왜 자신을 피해 도망쳤냐고 따집니다. 피칠갑을 한 세옥과 덕희의 장면은 감독이 내세운 하이라이트입니다.
감정선이 극대화되어 모든 것을 쏟아내는 세옥과 그런 제자를 보는 덕희의 모습은 시청자들도 완벽하게 동화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과 악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누군가를 응원하기 어려운 양가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 몰입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머리로 이해는 하지만, 감정까지 흔들리지는 않으니 말이죠.
"너 혼자서 할 수 있겠어", "아뇨. 선생님이 도와줘야 돼요"라는 두 사람의 대화는 단순히 양 경감의 시체를 처리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덕희는 양 경감의 차를 타고 떠납니다. 마지막까지 세옥을 위해 자신이 모든 것을 처리하려는 스승의 마음이 그렇게 이끈 것이겠죠.
한 달만에 완전 초췌해진 모습으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덕희를 수술하게 된 세옥. 그렇게 마무리된 결말 뒤에는 일상의 평범함 속에 세옥은 과거와 다름없이 불법 수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준비된 수술방에 누군가 들어오는데 누군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게 살아난 덕희라는 추측은 충분히 할 수 있었습니다.
세옥이 하는 불법 수술은 병원에서 외면한 환자들을 위함이라는 점에서 어떤 측면에서는 대단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술이 아님은 세옥이 돈은 필요 없다는 말에서도 잘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수술이라는 행위에 중독되었고, 이를 통해 보다 완벽한 의사가 되고 싶은 세옥의 욕망이 죄라면 죄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앞서 언급했던 양가감정을 지속해서 느낄 수밖에 없었을 듯합니다. 분명한 목적을 가진 살인이고, 죽어도 싸다는 말이 나올만한 존재들이 제거되었다는 점에서 심정 동질감을 느끼는 순간들도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그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하이퍼나이프'의 결말은 이런 복합적인 감정선에서 이미 예측 가능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둘이 몰락하거나 그렇지 않은 상황을 상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덕희가 세옥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했다는 설정은 이들이 다시 수술방에서 재회하는 이유로 작동합니다. 마지막 장면의 의미를 굳이 따지자면 시즌 2에 대한 기대치를 남겨놨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자연스럽고 이 드라마 분위기에 맞는 결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이야기 속에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장르적인 특성과 그에 부합하는 이야기의 완성도가 얼마나 좋았냐를 따지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겁니다.
그렇게 본다면 '하이퍼 나이프'는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다루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개했다는 점에서 반갑습니다.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밀어 좋은 사람이 되기를 요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망가진 안티 히어로를 통해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는 점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국 드라마의 확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하이퍼 나이프'는 제 몫을 다했다고 봅니다. 박은빈과 설경구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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