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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Netflix Wavve Tiving N OTT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돈 때문에 전공의 된 고윤정 성장기 시작

by 자이미 2025.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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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의료파업으로 인해 의사와 관련된 그 모든 것이 배척되고 비난받는 과정에 1년을 묵힌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신원호 이우정이 만든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스핀오프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미가 유발되기는 했습니다.

 

의료파업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은 타이밍에 공개가 되고 지금보다 더 우호적인 평가들이 이어졌을 듯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밀어내고 마음 편하게 볼 정도로 '언슬전'이 매력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는 첫 회, 혹은 첫 주 방송이 이후 흥행을 좌우합니다.

언슬전 1회-빚 갚기 위해 병원으로 돌아온 이영

'무빙'으로 한껏 주가를 올린 고윤정을 앞세운 '언슬전'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진 이들도 많았을 듯합니다. 그나마 지난해보다 올해 들어 변화들이 일어나며 의사들에 대한 비난 여론도 조금은 잦아든 상태입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부정적 시각이 깔린 일상화 시점이라 보는 것이 더 옳을 듯합니다.

 

종로 율제 병원이 중심이 되며, 이들이 어디에서 파생된 세계관을 공유하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시작은 응급 환자를 받는 오이영(고윤정)의 다급한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응급 환자라며 수술실에 들어가기도 전에 수술을 해야 한다는 담당의의 말에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이영의 난감함이 이어집니다.

 

꿈인지 생신지 알 수 없는 상황들은 수술과 마사지, 은행을 통해 점점 현실로 접어들게 됩니다. 5천만 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이 바닥을 드러내게 되면서 이영은 현실 감각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언니의 손에 이끌려 그가 제 발로 차고 나왔던 율제 병원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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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부였던 아버지로 인해 어려움 없이 살아왔던 이영은 공부도 잘했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돈도 많은 이영으로서는 세상이 시큰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병원을 지어준다는 말에 의대를 졸업하고 율제에  인턴도 마쳤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믿었던 친구에게 50억을 사기당하며 모든 것이 흔들렸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널브러진 삶을 살던 이영은 현실 속 빚에 쫓겨 다시 율제 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로 가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다시 나올 곳이라 생각하며 들어선 그곳에는 새로운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의대 입학부터 모든 것이 1등이었던 김사비(한예지), 아이돌 출신인 엄재일(강유석), 이영과 동창인 표남경(신시아)이 함께 할 레지던트들입니다.

 

이들을 이끄는 구도원(정준원)은 4년 차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인물입니다. 후배들에게 억압적이지 않고, 교수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해내는 그는 산부인과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그런 도원과 이영이 서로 알고 있는 사이임이 초반부터 드러나며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언슬전 1회-산부인과 레지던트들

남경과는 중고등학교 동창이었지만, 이름도 제대로 모를 정도로 이영은 타인과 사회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가 무엇을 좋아하고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인 그에게 모든 것은 짜증스러운 일일 뿐입니다. 그런 이영은 첫날부터 마귀할멈이라 불리는 서정민(이봉련) 교수의 수술에 들어서게 됩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레지던트 생활을 다시 시작한 이영에게 수술방에서 일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멍해진 상태에서 서 교수에게 벌을 받는 처지에 놓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레지던트 사이에서는 이영에 대해 저주에 걸렸다고 이야기를 할 정도입니다.

 

재수 없이 왜 하필 서 교수에게 첫날부터 찍혔냐는 지적을 받을 정도죠.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는 집착에 빠진 사비는 수술동의서 받는 것에 집착합니다. 누구보다 더 빨리, 많이 수술동의서를 받아 교수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비는 갑작스럽게 재발해 들어온 환자가 수술을 거부하며 위기를 맞습니다.

 

오직 1등에 대한 집착을 풀기 위해 책을 통해 감정을 배우는 사비는 로봇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존재입니다. 그런 사비는 도원이 문제의 환자가 수술동의서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도원이 하는 행위는 책으로도 배워 자신이 써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비가 어떻게 변해갈지는 이미 나와있습니다.

 

이영과 6년을 함께 다니며 전교 1, 2등에 올랐던 남경은 시기 질투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이영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이야기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문제는 이영은 남경이 누군지도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얼굴이야 봤으니 알겠지만 그가 누군지, 그리고 주변에서 무슨 말들을 했는지 관심도 없었습니다.

언슬전 스틸컷

그런 남경은 환자에 과하게 감정이입이 되어 더 크게 우는 모습에서 그가 평정심을 찾고 진짜 의사가 되어가는 과정이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돌에서 의사가 된 재일은 세상에 없는 존재이기는 합니다. 물론 아역 배우를 하다 한의사가 된 경우도 있으니 너무 터무니없다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재일은 남들에 비해 자신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탁월한 집중력과 근면으로 부족한 것들을 채워나갑니다. 선배가 지겨워할 정도로 묻고, 또 묻지만 미워할 수 없는 것은 재일은 환자에게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는 겁니다. 이는 재일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라는 점에서 그가 어떤 방식으로 성장해 갈지는 궁금해집니다.

 

엉망이 된 첫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영과 도원이 같은 집으로 들어가며 "얘들은 뭐야?"라는 생각도 할 수 있었지만, 이들은 사돈이었습니다. 이영과 도원은 언니와 형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레지던트들이었습니다. 결혼 7년 차이지만 주영과 승원은 여전히 뜨거워 이영은 형부에게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입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다시 병원으로 불려 가는 도원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그 삶을 보고 그래서 해서는 안 된다는 이영. 하지만 다음날도 이영은 병원으로 향합니다. 그만두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이영은 점점 자신의 일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런 이영이 산부인과에 계속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처음으로 아이를 받으면 감동해 영원히 산부인과를 떠날 수 없다는 이야기가 현실이 될지 모르지만, 그 일을 이영이 맞게 됩니다. 산부인과에서 가장 무섭다는 서 교수 담당 환자를 관리하게 된 이영은 어쩔 수 없이 임산부를 담당하게 되죠.

언슬전 1회 스틸컷

임신과 출산 경험이 있지만 이를 숨긴 임산부의 비밀을 지키다 출산 임박을 잘못 알아 서 교수에게 크게 혼났던 이영은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수술방으로 옮기기도 전에 아이가 나올 것 같은 위급 상황이 발생한 것이죠. 다급하게 도원에 호출하고, 서 교수까지 뛰어오는 상황에 다급하게 수술방으로 가는 복도에서 결국 출산하고 말았습니다.

 

대기하던 다른 임산부 가족들까지 지켜보는 상황에서 출산이 이뤄진 순간 이영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서 교수로서는 자신 환자가 안전하게 수술방에서 출산하지 못하고, 복도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불쾌해했습니다. 이는 당연합니다. 

 

출산 징후는 나올 수밖에 없고, 이를 확인해 적절하게 준비하는 것이 의사의 몫이고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가장 큰 산을 마주했고, 안전하게 아이를 받았습니다. 이는 그들의 시작을 알리는 행위였고, 이제 본격적인 전공의 생활은 시작됩니다. 

 

라미란이 특별출연해 초반을 집중시킨 장면은 좋으면서도 아쉬웠습니다. 이영이 느끼는 의대와 병원에서 보낸 생활들에 대한 트라우마들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었지만, 식상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이야기에 집중하는데 일정 부분 방해를 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식상하다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첫 방송에 대한 평가들은 다양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의사들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에서 이들에 집중하거나 우호적으로 보기 어려운 환경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몰입하기 어렵게 만들어진 환경 속에서 이야기마저 그렇게 몰입하기 좋게 짜임이 좋았던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언슬전 포스터

의사라는 직업이 가는 선명성은 당연하게 지속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돈이 아닌 의사라는 고유의 직업 정신의 위대함을 보여줄 수밖에 없지만, 이는 현실과 큰 괴리감으로 인해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이야기의 힘으로 '언슬전'이 의사에 대한 환상을 다시 심어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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