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 끝나고 잠시 이별의 아픔을 겪었던 이들은 다시 만났다. 한 번의 아픔을 겪은 만큼 이들의 사랑은 보다 달달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한 차례 헤어진 이들은 비슷한 이유로 반복해 이별을 경험하기도 한다는 점이 문제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10년 만에 다큐로 다시 만나 새롭게 시작한 연인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는 중이다. 이 드라마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들의 사랑이 큰 무리 없이 흘러갈 것이란 기대는 충분하다. 다시 헤어지거나 다른 짝을 찾거나 하는 식의 막장식 변화는 없다는 의미다.
미리 보는 완성품의 앞부분이 등장하며 마무리는 지웅의 눈으로 본 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을 것이다. 연수를 짝사랑만 해왔던 지웅인 넘을 수 없는 견고함 벽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 느끼는 좌절감과 자신을 한심하고 나쁜 존재로 만드는 웅이를 바라보는 묘한 시선은 그래서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웅이의 여섯 살은 어땠을까? 그 지점이 모호하게 처리되었다. 길거리에 버려진 아이를 데려와 키운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부모님들이 자신과 비슷한 아이 사진을 껴안고 우는 모습을 봤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악몽들은 시작되었다.
웅이 부모가 아이를 잃고 상심해 버려진 웅이를 데려와 키운 것이라 생각 드는 부분이다. 이후 어린 웅은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버려지는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의 실체가 무엇인지 여부는 여전히 모호하기만 하다. 정황상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아이를 추모하기 위해 매년 가을쯤 시골을 찾는 것만은 확실할 뿐이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은 그 악몽이 언제 등장할지 모르는 불안이 내재되어 드러난 결과물이었다. 다만, 연수가 곁에 있으면 푹 잘 수 있다는 점에서 웅이에게 연수는 특별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잠든 웅이를 두고 집으로 갔던 연수는 아침 식사를 하면서도 울리지 않는 휴대전화만 바라볼 뿐이다.
할머니의 지적을 받음에도 여전히 시선은 웅이가 전화해줄 것이라는 바람으로 휴대전화에만 고정되어 있다. 설거지를 하다 울리는 벨소리가 할머니 것인지도 모르고 뛰쳐나오는 연수는 사랑에 빠졌다. 출근하러 나서며 연수는 기싸움이라도 하듯 자존심을 앞세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먼저 전화하면 된다며 연락을 취하는 그도 변했다.
전화할 필요가 없는 것은 집 앞에 웅이가 와 있었기 때문이다. 잠 못 자고 집 앞에 와 있는 웅이가 걱정되면서도 좋은 연수는 그냥 행복했다. 웅이 말 한마디에 서너 마디를 더하는 연수는 그렇게 웅이 생각뿐이었다. 그런 연수를 담벼락으로 밀어 모닝 키스라도 할 기세의 웅이도 그냥 행복하다.
연수 출근을 보고 부모님 식당을 찾은 웅이는 다음에는 시골에 같이 가자한다. 웅이가 시골 가는 것을 싫어야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던 엄마는 그런 웅이가 고맙기만 하다. 이번에 시골에 들렀다 단풍구경도 하고 왔다는 엄마에게 웅이는 이제 '아카'만 쓰고 살라고 한다.
아들 카드 쓰면서 이제는 편하게 살라는 웅이 말에 고맙고 행복한 엄마다. 연수에게 자신이 품고 있었던 지독한 고통에 대해 언급하며 한 짐을 내려놓기는 했지만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결국 여섯 살 기억의 실체가 무엇인지 직접 접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이니 말이다.
마지막 촬영에서 제작진이 던진 화두는 또다시 10년이 흐른다면 이란 질문이었다. 그 질문을 받고 서로 웃으며 바라보는 웅이와 연수는 확신하고 있었다. 10년이 흐른 후에는 우린 열심히 사랑하고 있는 사이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연수가 저녁에 만나자는 제안도 거절하고 웅이 찾은 곳은 지웅이었다. 연수와 10년 전 처음 만날 때도 가장 먼저 찾아가 알린 이 가 지웅이었다. 그리고 10년이 흘러 다시 시작한다는 것도 알려주려 왔다. 지웅은 듣고 싶지 않은 소식들이다.
지웅으로서는 선택권조차 빼앗긴 기분이다. 일전에 연수를 좋아하고 있음을 드러내려다 단칼에 잘렸던 그로서는 더욱 그렇다. 마치 통보하듯 연수와 만난다는 말은 지웅에게는 비수와 같은 이야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밤샘 작업으로 열병을 앓고 있던 지웅에게는 웅이의 방문은 더욱 고통스럽기만 했다.
연수는 자기 스스로 너무 어색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편하지 못한 것은 연수 스스로 웅이에게 맞춰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웅이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다. 그런 상황을 솔이에게 연락해 자문하는 연수는 팩트 폭행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변한 것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라는 솔이 말에 변한 것은 웅이가 아닌 자신임을 스스로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일하고 있던 연수는 책임자가 함께 오신 분과 해가 지는 것도 보고 가라는 말에 당황했다. 그 시선 끝에 있던 이는 바로 웅이였으니 말이다.
갑작스러운 웅이의 등장에 놀랐지만 반가웠다. 주말에 보자고 했지만 웅이는 "아니 왜 주말에 보자고 한 거야. 주말 너무 멀어"라는 말이 주는 감동은 컸으니 말이다. 어색해진 자신의 행동을 단숨에 정리해버린 웅이였으니 말이다.
일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는 말에 웅이를 뒤에 안아주는 연수는 최웅의 유일함을 좋아했다는 말로 그에 대한 애정을 명확하게 했죠. 자신이 웅이를 잊지 못하고 지금까지 사랑했던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닌 최웅만이 가지고 있는 그 모습들을 사랑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를 마친 연수를 위해 핫도그를 사들고 있는 웅이 모습에 데이트하는 것 같다며 설래 하는 모습은 행복 그 자체였다. 가벼운 입맞춤은 그래서 더욱 달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5년이라는 시간을 빠르게 채워가고자 하는 마음처럼 말이다.
웅이와 연수가 뜨겁게 사랑하는 동안 이들을 짝사랑했던 지웅과 엔제이는 술을 마시며 신세 한탄을 하고 있다. 눈치 빠른 엔제이는 웅이 질문에 시선을 잠시 회피한 지웅의 표정을 읽었다. 그렇게 시작된 술자리에서 짝사랑 애찬론에 절망까지 언급하는 모습은 귀엽기만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떻게 일하는 곳을 알고 찾아왔냐는 질문에 직원 언급을 하며 자연스럽게 엔제이와 열애설이 등장했다. 이 말에 연수 눈치를 보는 웅이를 향해 스캔들은 사실이 아니라 하자 사진은 진짜라고 이야기하는 둘은 정말 사랑하고 있다.
대문 앞에서 웅이 놀리는 연수와 그런 그를 잡아끌며 고등학생도 대학생도 아닌데 귀가가 너무 이르다는 웅이 행동이 마냥 좋은 연수는 이게 사랑임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런 연수를 데리고 간 곳은 전시회를 열 장소였다.
큰 전시장을 보며 웅이가 정말 성공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좋아하는 연수. 새벽 전시를 생각해보고 있다는 웅이는 그 시간에 그려진 그림이고 언제나 깨어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고 한다. 그런 웅이의 시선이 갑자기 흑백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모든 시간 국연수를 사랑하는데 쓸 거라는 독백을 흑백으로 담아낸 것은 웅이 시선에 담겨 있는 것은 오직 연수뿐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과거 회상이나 현재를 비틀기 위함이 아니라 말이다. 컬러인 세상이 흑백으로 변한 것은 오직 하나의 색을 의미하고 이는 웅이가 말한 것처럼 오직 연수를 위한 시간을 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남은 네 번의 이야기 속에 변수는 해외로 나갈 기회가 다시 주어진 웅이 문제다. 여기에 친구 하기 싫다는 엔제이가 웅이를 향해 직진하는 모습 역시 흥미롭게 다가온다. 친구로 지웅을 찾아간 연수와 그런 그를 보며 지웅이 느끼는 감정선들이 어떻게 변할지도 재미 포인트가 될 듯하다.
학창 시절 가지 못했던 동반 유학을 이번에는 갈 수 있을까? 가장 큰 걸림돌은 연수 할머니다. 과거에도 그랬듯 나이 든 할머니를 홀로 두고 떠나기 어려운 것이 연수니 말이다. 이 상황에 연수 할머니가 어떤 선택을 할지도 궁금해진다.
뜨겁게 사랑하기 시작한 웅이와 연수가 헤어질 가능성은 제로다. 한 번 헤어진 연인은 다시 헤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두려워하는 연수의 모습은 그만큼 웅이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웅이가 이상한 기질을 가진 존재라면 이들의 이별은 자연스럽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사랑을 어떻게 품어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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