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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룬 '워낭소리' 같은 '장기하와 얼굴들'이 인기있는 이유

by 자이미 2009.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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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대한민국에서 독립영화라고 이야기되는 영화가 200만을 넘기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기록을 써가고 있는 <워낭소리>는 이젠 300만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시골 노부부와 함께 늙어가는 소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이토록 많은 이들을 움직일 수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는 감독도 제작자도 알 수없었을 것입니다. 이 영화가 2년전에 개봉이 되었다면 과연 지금같은 큰 인기를 얻을 수있었을까요?

시대가 만든 역작 워낭소리의 이유있는 인기

최악의 경제난과 이제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음반시장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디밴드 앨범이 선주문 매진되는 사례는 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남은 음반시장은 아이돌 스타들과 두터운 마니아층을 거느린 유명 스타들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없는 시장
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얼)'이 이런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수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는 영화판과 비슷합니다. 최근 의도하지도 않았던 <워낭소리>의 대히트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안보면 안되는 영화로 취급되어질정도로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전에 나왔던 독립영화들이나 예술영화들이 <워낭소리>만큼 영화적 완성도나 재미가 떨어진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보다 훨씬 뛰어나고 재기발랄한 영화들도 많았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이토록 주목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사회적인 상황이 가장 큰 이유였을듯 합니다.

최악의 경제난으로 인한 88만원 세대와 40대 대거 실직자 양산, 더불어 각박해지기만 하는 세상에 이 영화는 과거를 기억하게 하는 주요한 기제로 작용하며 많은 이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초로의 노인과 수십년을 함께 살아왔던 늙은 소와의 돈독한 정은 현대 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끈끈한 정과 사랑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계산적이지 않고 이타적인 순수함에 많은 이들이 감동하고 즐거워했었다고 봅니다. 그런 감동이 제작비 대비 수백배의 수익률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했었지요. 이런 <워낭소리>와 비슷한 '장얼'의 인기는 이미 예견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이는 이 영화처럼 시대가 요구하는 여러 기제들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장기하와 얼굴들 1집 선주문 매진이 주는 의미

다른 아이돌 그룹들의 수십만장의 선주문과 판매에 비교하면 8000장이라는 숫자는 말도안되는 수량일것입니다. 그러나 '장얼' 1집의 경우도 <워낭소리>와 같은 제작비 대비 수익률이란 측면에서 앞으로 그 어떤 아이돌 그룹 이상의 수익을 얻어낼 것으로 보여집니다.

장기하는 7, 80년대 포크 락으로 한시대를 풍미했었던 한대수와 많이 비교되고 있습니다. 들어보면 가사나 음색등이 과거 한대수와 비슷한 느낌들을 받게 되지요. 특히 한대수의 3집에 수록되었었던 <하루아침>은 '장얼'의 대표곡이라 불릴 수있는 <싸구려 커피>와 무척이나 닮아있습니다. 가사나 음색, 읍조리듯 내뱉는 랩(?)까지도 말이죠.

그렇다고 표절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표절도 아니니 말입니다. 한대수의 이 곡은 큰 성공을 하지 못했지만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시대를 맞바꿨다면 아마 한대수의 이곡도 큰 성공을 거두었을 듯 합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있는 <하루아침>은 곱씹어 듣고 싶은 곡이니 말입니다.  

성공이라는 표현은 여러가지로 측정되어질 수있을 것입니다. 금전적인 성공, 영향력, 인기등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있을 것입니다. 뭐 이 모든 것들을 모두 얻어내는 것을 큰 성공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요.

'장얼'의 성공은 금전적인 성공보다는 가수로서의 영향력이란 측면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고 이야기할 수있을 듯 합니다. 그들의 노래를 들어보면 88만원 세대의 우울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듯하니 말이죠.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들에게 열광하는것은 아닐까요? 노래를 듣고 있다보면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동질감을 느끼곤 하니 이 노래가 좋지 않을 수있나요.  

아이돌의 홍수, 비슷비슷한 느낌의 선율들과는 다른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리얼한 그의 가사와 노래는 확실한 변별성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 확연한 차이가 바로 <장기하와 얼굴들>의 특별한 성공의 비결일 것입니다.

<워낭소리>가 초토화되어버린 한국 영화계를 살리는 구세주는 아닙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장기하와 아이들>이 최악의 음반 시장을 살려줄 구원투수도 될 수없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현재 틈새 시장을 공략할 수있는 최적의 조건들을 갖춘 문화 상품들일 것입니다.

시대가 만든 역작인 <워낭소리>처럼 <장기하와 얼굴들>은 이 시대의 요구와 맞아 떨어진 특별한 선물들입니다.


한대수- 하루아침/장기하와 얼굴들-싸구려 커피  가사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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