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악한 역할만 주로 맡아왔던 남궁민이 완벽하게 변했다. 왜 이렇게 일찍 변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다. 가벼움 속에 묵직함을 담은 남궁민의 연기 변신은 <김과장>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점에서 반갑다. 국정 농단으로 시끄러운 대한민국에 '한탕주의'를 비꼬는 이 드라마는 흥미롭다.
남궁민의 원맨쇼;
삥땅 전문가의 부정부패와 불합리와 싸우는 흥겨운 코믹극 의외의 대박 가능성 보였다
군산에서 조폭의 금전 관리를 해주고 사는 김과장(남궁민)은 그 바닥에서는 유명한 인물이다. 경찰들이 노리고 수사를 해도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김과장의 능력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완벽하다. 그런 완벽함이 오히려 화를 부를 수밖에는 없었지만 말이다.
김과장이라 불리는 성룡은 덴마크로 이민 가서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그가 덴마크로 이민을 가려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전 세계에서 부정부패가 가장 적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어린 김성룡은 퀴즈쇼에서 우승까지 했었던 영특한 아이였다. 그런 그가 동네 조폭들의 세무 문제나 거들고 있는 것은 과거의 문제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아버지가 부당한 이유로 부정부패자로 몰렸고, 그로 인해 그의 인생 역시 바뀌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세상에서 부정부패가 가장 적은 나라로 이민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성룡의 꿈이다. 그렇게 악착같이 조폭의 뒤를 봐주며 조금씩 삥탕을 치는 것이 그의 유일한 삶의 목적이 되어 버렸다.
TQ그룹 경리부 대리 윤하경(남상미)은 부서에서 그나마 가장 이성적인 존재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추부장이나 부하 직원들 모두 그저 자신을 위한 일자리 보전에만 집착하고 살아갈 뿐이다. 특별한 가치관도 없는 그들의 삶은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이 느끼는 일상일 뿐이다.
21세에 사시에 합격한 소년 급제한 검사 서율(준호)는 영특하지만 정의감은 없다. 오직 자신의 이익 추구에만 정신이 없는 그는 TQ 그룹의 박 회장을 돕고 있다. 중앙지검 회계범죄 조사부 검사에서 TQ그룹 재무이사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 서율은 자신의 머리만 믿는 한심한 천재다.
더디기는 하지만 수 억을 삥땅으로 채운 김과장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한 방이 절실하지만 작은 도시에서 10억을 단박에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수는 나올 수밖에 없다. 조폭 두목의 자존심을 건드린 부하의 발언은 모든 것을 뒤틀리게 만들었다.
사장이 허수아비고 김과장이 비선 실세라는 말이 파다 하다는 말에 완전히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삥땅 정도는 용납하며 엄청난 탈루를 하고 있던 조폭 두목은 자신이 허수아비라는 말에 김과장을 쳐내려 한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존심이었으니 말이다.
TQ 경리부 이 과장이 갑작스럽게 자살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상한 소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건실한 이 과장이 도박과 횡령 혐의를 받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누구보다 착실한 이과장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동료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단순한 게임도 하지 않는 그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과장은 누군가의 협박을 받고 가족을 위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 뒤에 TQ 그룹 박 회장이 있었고, 그를 돕는 서 검사, 그리고 조 상무가 있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잘 드러났다. 이과장 사건으로 인해 공석이 된 그 자리는 결국 성룡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된다.
재벌 경리부 과장 자리에 학력과 무관하게 경력만 보고 뽑는다는 사실에 그저 지원했던 성룡은 합격했다. 오직 충성스러운 허수아비 하나를 내세우겠다는 그들의 전략에 자존심도 없고 무조건 충성하는, 쓰고 버려도 뒤탈없는 인간을 원했다. 작은 도시의 조폭이 관리하는 회사의 회계 업무를 돌보던 성룡은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꼭 합격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면접장에서 무릎까지 꿇는 성룡은 그들에게는 너무 적합한 인물이었다. 물론 그가 어떤 존재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말이다. "일찍 일어난 똥개가 따뜻한 똥을 먹는 거야" 구린 돈만 해 먹어야 한다. 부지런해야 한다는 성룡의 원칙은 <김과장>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열쇠 말이 될 것이다.
'회계부vs경리부'의 대결 구도 속 경력 사원으로 들어설 김성룡의 등장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최고 대학 만을 나왔다는 자들 사이에서 내세울 것 없는 김과장의 등장은 반발심을 극대화 시킬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학력지상주의'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다.
부정부패를 일상으로 삼고 살아왔던 성룡이 더 큰 부정부패를 범하고 살아가는 자들을 엄벌하는 방식은 흥미롭다. <김과장>은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들여다 본다. 다만 그 형식을 코믹으로 꾸몄을 뿐이다. 웃음이 곧 더 강렬한 풍자의 힘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김과장>의 형식은 반갑다.
첫 회는 남궁민의 원맨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대한 재벌 기업의 은밀한 범죄. 그리고 이를 풀어가려는 하경이라는 인물은 진지함 속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성룡은 가벼움 속에 무거움을 장착한 채 좌충우돌하며 거대 사건을 모두 풀어내는 핵심적인 존재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반갑다.
다방 레지 출신의 '덕포 흥업' 경리 직원인 오광숙(임화영)의 존재감은 남궁민의 원맨쇼와 함께 극의 재미를 이끌었다. 광숙의 역할이 향후 보다 커질 수밖에 없음을 첫 회 등장은 잘 보여주었다. 일본 드라마의 채취가 묻어 나 있기는 하지만 분명 매력적인 드라마임은 분명하다. 유쾌함 속에 사이다와 같은 시원한 사회 풍자가 담길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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