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은메달 국가주의가 망친 여왕의 마지막 무대, 그녀는 강하고 아름다웠다

국가주의가 개입한 올림픽은 결국 모두가 인정할 수 없는 결과를 내고 말았습니다. 김연아는 무결점 연기로 쇼트와 프리를 완벽하게 연기했지만, 금메달은 러시아의 몫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이 결과에 분노했습니다. 국내만이 아니라 외신들과 피겨 전문가들마저 이번 결정에 동의하지 못하는 모습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국가주의 광고로 시작된 김연아;

국가주의에 매몰된 러시아에게 빼앗긴 여왕 김연아의 마지막 무대

 

 

 

 

김연아의 인생 2/3를 스케이트와 함께 살아왔던 김연아는 이번 경기를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평생을 스케이트만 탔다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몸은 어디 한 곳도 온전한 곳은 없다고 합니다. 부상을 안고 살면서도 그녀는 은퇴보다는 올림픽 출전을 결심했고, 지독할 정도로 떠나고 싶었던 얼음판 위에 다시 올라서야 했습니다.

 

자신을 꾸미고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을 젊은 나이의 김연아는 오랜 시간 하이힐도 신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한 쪽 방향으로만 회전을 한 덕에 몸은 한 쪽으로 기울었고,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직업병을 가진 그녀는 누구나 멋 내고 싶어 신는 하이힐도 신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스케이트를 탔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퇴장했습니다.

 

아사다 마오와 함께 피겨를 지배해왔던 김연아. 아시아 선수로서는 이례적으로 피겨 세계를 지배한 이들은 소치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들의 은퇴식은 피겨의 지배권이 유럽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시아에게 빼앗긴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유럽의 횡포는 러시아라는 억압된 국가주의 앞에서 날개를 달았습니다.

 

올림픽의 기본 이념과 상관없이 규모가 커지며 국가 대항전으로 변한 것은 오래입니다. 국가 간의 경쟁이 되면서 개인은 사라지고 오직 국가를 위한 희생만 강요되던 것이 현실입니다. 그마나 이런 국가주의에 반하는 선수들의 노력들이 의미 있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러시아에서 개최된 소치 올림픽은 노골적인 편파판정으로 다시 한 번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어느 곳에서나 홈 텃세는 존재하고 이로 인해 부당함이 이어지는 것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허용 범위라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들은 그 범주를 넘어선 행동을 외신들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습니다. 김연아는 완벽한 모습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고, 모두가 환호했습니다. 하지만 김연아와 달리 흔들리고 어색한 연기를 했던 러시아 선수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 올림픽은 철저한 국가주의 대항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김연아를 이용해 국가주의 광고로 정권 눈치 보기와 책임 떠넘기기 등 모든 횡포를 다 부리던 문제에 대해 대중들은 분노했습니다. 국가주의를 강조하는 광고에 대항해 김연아는 그저 김연아 일 뿐이라는 누리꾼이 만든 영상은 많은 이들에게 큰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4년 동안 많게는 15년, 17년 동안 스케이트를 타며 그 한 순간을 위해 달려온 선수들에게 인정하기 어려운 판정은 황당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메달의 색깔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정당하지 못한 결과는 결국 그 모든 노력을 허망하게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분노하는 것은 단순히 금메달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함에 대한 분노라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지독한 부담감으로 천하의 김연아 마저 쇼트 프로그램 전에 다리에 마비가 올 정도로 긴장을 하게 하는 것이 바로 올림픽이었습니다. 피겨 선수로서 마지막 무대에 서 자신의 모든 것을 혼신을 다해 뿜어낸 선수에게 돌아오는 것이 고작 편파 판정이라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우승하기를 바라는 간사한 마음이 결국 가장 선명해야만 하는 올림픽 정신을 흐려놓고 말았습니다.

 

판정 조작에 가담해 자격정지까지 받았던 이와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 부인까지 나선 심사위원의 편성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연아의 마지막 무대는 긴 여운을 만길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국가주의에 매몰시켜 김연아를 희생시키려던 한심한 작태로 시작해 국가주의에 집착해 편법과 불법마저 함부로 자행한 한심한 러시아가 만든 결과는 올림픽 무용론을 펼치는 이들에게는 당연한 결과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국제 대회는 철저하게 국가 대항전이 되었고, 국력이 강한 국가들이 상위권을 독식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국제대회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느냐는 반대 의견들이 높아질 법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국제 규모의 대회들이 개최되는 이유가 과거 전쟁으로 분노를 조절하던 시대와 비교해보면 다행이라는 의견들도 많습니다. 전쟁에 대한 다양한 함의들이 존재하지만 잔인한 인간 사회에서 전쟁이라는 수단은 다양한 방법으로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잔인한 전쟁보다는 스포츠를 앞세운 국가 대항전은 짧기는 하지만 전쟁에 대한 욕구를 무마시킨다는 점에서 훌륭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런 전쟁 대체품인 국제대회는 어쩌면 인간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김연아 경기를 보면 결국 유럽과 미국, 그리고 러시아와 미국이라는 거대 제국들의 힘겨루기의 양상을 보는 듯도 합니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국력이 얼마나 부실한지에 대한 확실한 증명이기도 합니다.

 

국가의 위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대한민국은 평창 동계 올림픽을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그 개최에 중요한 역할은 김연아라는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존재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평창 올림픽 개최권을 따낸 후 다시 빙상 위에 올라섰습니다.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다는 그곳에 올라선 그녀의 목적은 올림픽 2연패가 아니라 후배들을 위함이었습니다. 국가도 그 잘난 빙상연맹도 해주지 못하는 올림픽 출전권은 김연아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세계대회에 출전해 최고점으로 금메달을 딴 김연아로 인해 올림픽 출전권 3장을 딴 대한민국은 평창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대한민국까지 올림픽 출전권 3장을 따낸 나라에서 알 수 있듯, 우리에게 김연아가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인지는 충분할 것입니다. 올림픽 후 국제 경기 출전이 다섯 번(통상 선수들은 1년에 4, 5번의 국제 대회 출전)에 그쳤다는 점에서도 김연아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게 합니다. 부상 속에서도 그녀가 다시 경기에 나선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였기 때문입니다.  

 

국가나 연맹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자비를 들여 연습을 하고 대회에 나가며 일꾼 피겨 선수로서의 꿈. 그녀는 그렇게 가족과 함께 힘겹게 세계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피겨 선수가 되고 나서도 그녀는 오직 자신이 함께 해왔던 피겨와 어린 후배들을 위한 삶을 살았습니다. 김연아가 아니면 결코 출전할 수 없었던 16살 동갑내기 김해진과 박소연은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 피겨 팬들의 우상인 김연아로 인해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었던 이들은 비록 세계적인 선수와 큰 격차를 보이기는 했지만, 모두 올림픽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사실은 그들의 피겨 인생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들이 김연아와 같은 위대한 선수가 될지 안 될지는 그녀들의 몫이지만,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준 것은 국가도 빙상연맹도 아닌 김연아라는 사실은 분명했습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피겨를 다시 신고 연습에 매진하고 세계선수권 대회 금메달로 어린 후배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김연아를 보면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그녀가 모든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에서 메달은 중요하지 않았다는 말을 반복한 것은 단순히 은메달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후배들을 위해 나선 경기에서 메달은 그녀에게 특별한 가치를 주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자신의 메달 색깔보다는 시니어 무대 이제 막 나서기 시작한 후배들에게 가장 큰 경기에서 값진 경험을 쌓게 해주고자 했던 선배의 마음. 김연아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던 듯합니다. 그런 김연아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후배들이 자신들의 경기가 끝나고 김연아 경기를 바라보던 모습과 은메달로 결정되자 울먹이는 표정으로 넋을 놓고 있던 모습은 모두의 마음이기도 했었습니다.

 

국가주의로 점철된 소치 올림픽의 김연아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의연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자신의 피겨 인생 마지막 무대에서 나온 어처구니없는 결과에도 그녀는 자신을 응원해준 많은 팬들과 피겨 꿈나무인 두 선수 걱정이 먼저였습니다. 그렇게 피겨 여왕 김연아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주고 이제는 피겨 선수 김연아가 아닌 피겨의 전설 김연아가 되어 우리 곁으로 돌아오려 합니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그녀가 보인 노력. 그리고 성취. 그 뒤에 남겨진 명예에 대한 욕심보다는 마치 어미새가 먹이를 물어다 주듯, 어린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부상 투혼까지 발휘한 그녀는 진정한 영웅이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