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씨의 과거가 드러나며 이야기는 강력한 힘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운명처럼 다가왔던 그 목소리 주인공은 미정이었고, 그 순간적인 끌림은 구씨의 삶을 바꿔놨습니다. 죽을 수도 있었던 구씨를 구한 미정의 목소리는 이미 그때부터 추앙이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선들이 소용돌이치는 과정이었네요. 감정의 고조보다는 변화가 감지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여전히 불안이 가득하고 뭐하나 제대로 된 것 없는 좌절이 지배하지만, 그 안에서 그들은 희망을 찾고 있습니다.
구씨는 일을 하다 문구 하나에 눈길이 갔습니다. 미정이 서울을 빠져나가며 항상 보던 그 문구였죠. ‘오늘 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라는 형식적이지만, 그 문장이 때로는 위로와 힘을 주기도 합니다.
재미있게도 그 문구를 내건 곳이 ‘해방교회’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겠죠. 혜숙은 구씨가 만족스러웠습니다. 말도 없는 남편과 어떻게 일을 그렇게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서로 말은 없지만 눈빛만 봐도 통하는 그들에게 전생에 짝이였냐는 말을 할 정도로 만족스럽습니다.
식사를 하고 구씨는 미정을 위해 역으로 마중 나갑니다. 언제부터인지 그게 일상이 되어갔습니다. 길을 걷다 갑자기 구씨가 반대쪽으로 걸으라며 알려준 곳에는 죽은 새가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덮어주기라도 하지라고 타박하지만, 구씨의 이런 배려가 미정은 좋았습니다.
어린 시절 미정은 하루 하나의 동물 시체들을 봤다 합니다. 다양한 짐승들이 시골에서는 태어나고 죽는 일이 일상다반사이기에 가능한 경험이었죠. 자신집 주변에 논만 있던 시절에는 개구리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벽에 그 조용한 시간에 개구리 길을 건너다 차에 치이는 소리가 반복해서 들렸다며, 자세하게 설명하는 미정의 모습을 보는 구씨의 표정이 압권이었습니다. 자신이 과거 어떤 일을 했는지 알면 깜짝 놀랐을 거라면서, 개구리 죽음에 대해 끔찍해 하는 구씨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는지도 모릅니다.
구씨가 제호와 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물건을 묶은 끈이 끊어지며, 도로를 막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 구씨를 찾아다녔던 백사장이 그를 목격하고 말았다.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구씨의 과거를 알 수 있게 했습니다.
백사장 여동생이 구씨와 함께 살던 인물이었고, 그는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 어떤 사연들이 더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 일로 인해 백사장은 구씨를 증오했고, 복수하려 했습니다.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다고 며칠씩이나 울던 자가 자신이 사랑한 여자가 죽었다는데도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며, 분개하는 백사장은 여전이 구씨를 증오하고 있었습니다. 여동생이 얼마나 사람 질리게 하는지 모르냐는 말로 대응하는 구씨는 언제 터져도 터질 수 있는 불안한 상황으로 다가왔습니다.
강아지 죽음에 그렇게 서글퍼했던 구씨가 아무리 사람을 질리게 했다고 해도, 함께 살던 여인의 죽음에 감정이 흔들리지 않은 것은 구씨 삶의 태도를 엿보게 합니다. 그의 삶 속에 믿을 수 있는 인간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무표정이던 구씨가 미정이 말한 동물들의 죽음에 듣기 어려워하는 모습은 이런 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듯해서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구씨가 미정과 그의 가족들을 통해 조금씩 인간에 대한 애정을 찾아간다는 것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미정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최대한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미정이지만 추앙하면서 변해갔습니다. 지금은 속에 있는 말을 모두 드러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변화는 미정은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점입니다. 자기애가 너무 크면 문제겠지만,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는 의미니 말이죠.
창희는 참고 참았던 감정을 터트렸습니다. 정 선배와 사사건건 다툴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창희는 더는 참기 싫었습니다. 친구는 창희가 술자리에서 하는 말의 8할은 정 선배라며 과다하고 합니다.
정선배가 부자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미워했을까? 라는 질문에 창희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욕심은 있는데 없는 척하기 때문이라는 친구의 말에 부정하지만, 창희의 마음에 그런 욕망에 대한 잔인한 충돌이 존재했습니다.
부자되면 정아름 안 미워한다는 말에 창희는 발끈했습니다. 부자되면 충만한데 누굴 미워하냐 합니다. 정선배가 아니라, 세상 누구도 미워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창희의 말 속에 씁쓸한 우리의 현실이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나오는 그 갈등들은 태도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욕심없는 인간없고, 그런 감정선들은 자신과 대척점에 있는 이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는 하죠. 정반대에 있는 이들을 경계하고 미워하는 것은 자신이 가지 못한 것에 대한 갈증이 만든 당연한 욕망일 뿐입니다.
구씨를 질겁하게 했던 미정의 기괴함은 회사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네일 조각을 보며, 마친 시체 보는 것 같다는 미정의 말에 동료가 화들짝 놀라는 것을 보면, 구씨가 살아낸 세월만이 아니라, 미정이 살아온 삶이 만든 태도 역시 일반적이지는 않은 듯합니다.
기정의 사랑은 멈춘 것일까요? 태훈의 거절로 손목까지 다친 기정이지만 이별이 더욱 설렘을 가져다줬습니다. 태훈은 좋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기정의 고백을 거절한 것은 수많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그건 기정을 아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기정이 누나 친구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누나를 알기에 힘들 수밖에 없는 연애나 결혼은 부담스러웠던 태훈이었습니다. 고백하고 거절당한 것도 모자라 손목까지 다친 기정이 전화기를 꺼둔 것은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을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이 다쳤는데 괜찮냐고 연락조차 하지 않으면 그게 사람이냐고 자문하고 열어본 전화기에는 태훈의 걱정스러운 글이 가득했습니다. 자신이 오해하게 했다며 오히려 미안하다는 태훈은 좋은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합니다.
상대적 박탈감은 비슷한 또래의 다름 모습에 분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기정 친구의 백화점 이야기나 가족들의 행복한 나들이에 대한 언급들은 그런 심정들을 잘 표현했죠. 그럼에도 가족을 가지기 원하는 마음은 이질적이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그렇게 이기적 감정들에 흔들리는 존재니 말이죠.
차인 사람은 자신인데 태훈이 보인 태도는 그가 차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태훈이 더욱 사랑스럽고 좋은 기정은 힘들기만 합니다. 술을 마시다가도 태훈의 집 근처라는 이유로 빠르게 도망치는 기정은 지독한 사랑의 열병에 빠져 있습니다.
엄마에게 구씨와 사귄다는 말까지 한 미정은 위기를 맞았습니다. 구씨가 들려준 과거 연인의 죽음은 미정에게 상처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물 죽음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던 미정은 인간의 죽음에는 깊은 상처로 각인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언급하며 죽음에 대해 언급하는 구씨의 모습이 처음으로 두렵게 다가왔습니다. 지겨워하는 여자가 너무 지겨워서 상담을 받으라 했지만, 그녀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합니다. 남들에게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구씨 역시 그 모든 상황들이 지독하게 괴로웠습니다.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니 말이죠.
전 여자 친구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상황이 서로에게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추앙 그만하라고 하면 그만둔다는 구씨에게 “언제 추앙했는데”라고 되묻는 미정은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현아에게 상담해보고 싶었지만, 그쪽도 만만한 상황은 아니었죠. 그런 미정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쓴 ‘해방일지’였습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이 깨어나 창희를 칼로 베는 꿈을 꾼 그는 승진에서 탈락해, 싫은 정 선배와 1년 동안 계속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창희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백사장의 공격으로 생각했던 구씨는 불안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추앙으로 사는 것에 행복함을 느끼기 시작하자, 바로 지독한 현실이 그를 흔들고 있습니다. 제호는 미정과 사귀는 것을 알고, 자신이 하는 일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말로 구씨를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혜숙은 구씨가 사위가 되는 것이 못마땅하지만 말이죠.
잠든 지하철에서 구씨를 깨운 목소리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갑작스럽게 내리라고 고함을 친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미정이었습니다. 술에 취한 창희를 깨워서 집에 데려가려는 과정에서 구씨는 깜짝 놀라 잘못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게 자신의 목숨을 구한 것임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구씨가 내리려고 했던 오이도 역에는 백사장과 일당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만약 미정의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면 그의 삶도 그날이 마지막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미정 동네에서 지내던 구씨는 다시 미정의 목소리에 반응했습니다. 그는 이미 미정에게 추앙당하고 있었습니다.
추앙하기 전으로 돌아가 비틀거리며 술을 사러가는 구씨를 보고 마을버스에 내려 쫓아가는 미정은 다짐했습니다. 해방일지에 적었던 무조건 믿어주는 추앙을 하려 합니다. 그것마저 추앙할 수 있다면 미정의 해방은 가능해질 테니 말이죠. 불안이 공존하는 그들의 성장통은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다음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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