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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남자의 자격-그들이 아날로그를 선택한 이유

by 자이미 2010.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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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이 지난 '지리산 등반'으로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종주가 아닌 등반에 그쳤지만 눈덮힌 산행 속에서 끈끈한 정과 도전 정신을 보여준 그들의 용기만으로도 충분했었습니다. 노장들이 포진한 버라이어티의 특성을 감안한 그들의 이번 '아날로그지만 괜찮아'는 재미있고 의미있는 선택이었습니다.


"세상은 편리해진 것이지 결코 좋아진 것은 아니다"


평균 나이 40을 훌쩍 넘긴 '남자의 자격'팀에게 주어진 새로운 도전은 '남자, 아날로그지만 괜찮아'였습니다. 7,80년대의 분위기가 나는 집을 섭외한 제작진은 그 공간에서 하루를 지내며 과거의 향수를 느껴보도록 유도했습니다. 30대부터 50대까지 고르게 분포한 그들의 나이대로 인해 생기는 세대간의 간극은 그들 도전의 재미였습니다.

흑백 TV를 본 적이 없는 막내 윤형빈과 월드컵만 12번 봤다는 이경규의 차이는 단순한 나이의 문제가 아닌 문화의 차이였습니다. 급격하게 변화해온 대한민국은 많은 것들을 얻은 반면 너무 소중한 것들도 잃어버린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잃어버려서 소중할 수 밖에 없었던 아날로그속으로 들어선 7명의 남자들은 시청자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했습니다.

삐삐와 시티폰을 추억하며 휴대폰으로 인해 달라진 인간 관계를 추억 합니다. 과거 완벽한 쌍방향이 아닌 이들 기기를 통해 빠르고 편리하지만 여유가 사라져버린 오늘의 우리를 이야기 합니다. 버스 안내양과 회수권을 통해 지금 세대들은 알 수 없는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립니다.

디지털 시대가 되며 영웅이 사라져버렸다는 이경규의 말 속에는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 있었습니다. 알지 못해도 좋을 만한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알려지는 시대에 풍문으로만 떠돌던 영웅은 있을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자신이 봤던 영화들인 '혹성탈출', '영웅본색', '고스트버스터스', '마루치아라치'를 떠올리며 그들의 나이때를 떠올리게 하는 기재들은 문화적 소비로 나이를 확연하게 구분해주기도 했습니다. 

거대하고 화려해진 마술과는 달리 그저 비둘기가 나오는 마술만 선보였지만 정겹고 그리운 그때 그시절 마술사도 그들에게는 추억의 한자락이었습니다. 화석처럼 남아버린 기억들은 그들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현재의 그들로 만들어준 소중한 기억들이기도 합니다.  

제작진이 마련해둔 7, 80년대 집으로 들어선 그들은 아직까지 이런 집이 남아 있음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마당 한켠에 자리잡은 개집과 처마 밑에 만들어진 제비집, 부엌에 놓인 풍로(제작진이 가져다 논 소품이지만)와 안방을 차지한 80년대 출시한 오래된 TV와 한장 한장 찢어서 사용하던 일력, 아날로그 전화기, 태엽을 감아줘야 움직이는 괘종 시계는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속으로 들어가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과거속에 들어선 그들은 추억을 회상하며 저녁을 준비 합니다. 어린 동생들이 아닌 나이든 '이경규와 김국진, 김태원'이 솔선수범해 과거를 떠올리며 저녁 준비를 합니다. 오래된 풍로에 불을 붙이고 직접 밥을 하며 준비된 간단한 재료들로 반찬을 만듭니다. 과거의 기억을 깨우는 커다란 소시지와 김, 그리고 계란 후라이가 전부이지만 자신들에게 이 반찬들은 어렸을 때는 최고였습니다.

삼층 밥이 되고 계란 후라이가 한 쪽은 싱겁고 짜기도 하는 등 엉망진창이기는 했지만, 소중하게 차려진 밥상에 둘러앉은 그들은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대식구였습니다. 화려하고 풍성하지만 단촐한 현대 사회의 식사 자리와는 달리 뭔가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맛있었던 과거의 밥상은 시청자들에게 그리움을 선사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4, 50대 들에게는 생경할 수도 있는 댄스 머신을 함께 하며 그들은 세대간 문화적 간극을 메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소화를 시킨 그들은 간식을 준비하며 이젠 기억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뽑기, 번데기, 쫄쫄이'들을 떠올립니다.

그렇게 그들은 추억의 먹거리와 함께 잊혀져가는 과거의 음악들을 들으며 아련했지만, 너무나 의미있었던 아날로그 여행은 마무리되었습니다.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세상. 풍요를 넘어 만용에 가까운 풍족함은 오히려 가치를 상실하게 만들었습니다. 너무 풍요로운 세상에선 감사함도 가치의 중요성도 사라질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빠르고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재의 우리에게 잊혀지고 사라지는 것은 '정과 여유'였습니다.

무한 경쟁만을 요구하고 결과만을 탐하는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아날로그에 대한 추억 여행은 많은 것들을 고민하게 해주었습니다. 우리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지에 대해 한번쯤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도록 '남자의 자격'은 훌륭한 선택을 해주었습니다.

세대간의 간극으로 소통이 두절되어가는 시대.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주말 버라이어티에서 부모 세대들의 감성과 문화를 어린 세대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었던 '남자의 자격'이었습니다. "디지털로 사고하고 아날로그로 사랑하라"는 그들의 마지막 말처럼 혹은 생활이 편리해졌다는 것이 좋아졌다는 의미가 아니듯 '풍요속 빈곤'에 허덕이는 현대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져준 방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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