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의 저주는 시작되었다
씨엔블루로 활동하며 나름 좋은 이미지를 잡아가던 강민혁에게 이번 작품은 의미 있었을 듯합니다. 요즘처럼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것이 기본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이번 기회는 그에게도 만능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자신의 캐릭터에 열중하며 잘해내고 있지만 문제는 말도 안 되는 캐릭터로 연기하는 강민혁이라는 존재 자체도 안습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점이지요. 무대 위에서는 멋진 드러머이지만 일상생활 속에서는 천하의 찌질이로, 먹는 것만 밝히는 그의 모습은 최악입니다.
현실적인 느낌도 다가오지도 않고 "형"과 "언니"를 입에 달고 다니며 먹는 것 앞에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그는 혼자 달빛 아래에서 시를 읊는 것을 낙을 삼는 것도 문제이지만 초 단순화된 캐릭터에 감정을 느끼기 어려워지는 것은 과함이 문제라는 점이겠지요.
흥미요소는 한없이 떨어지는 상황에 말도 안 되는 캐릭터들이 전체를 지배하는 드라마로는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 수밖에는 없습니다. 예술 대학교 학생들의 일상과 사랑을 담고 있다는 이 드라마는 그 기본적인 재미마저 채워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3회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했던 여준희라는 캐릭터는 아무 곳에나 뜬금없이 들어서서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찾아다니고, 오디션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남의 오디션에 참가해 아무렇지도 않게 난동을 피우는 이 캐릭터는 민망함을 넘어 짜증을 불러 오는 존재입니다.
자신 때문에 대학 이사장 딸이 오디션에 참가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자신의 밴드를 심야에 준비하고 심사위원 중 하나인 송창의를 데려다 놓고 오디션을 진행하는 과정도 이해도 안 되고 의미도 없는 그저 형식을 위한 치기밖에는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최악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이라도 하듯 진상에 밉상이 캐릭터를 대단하게 조명하는 이 드라마는 최악입니다.
이미 이야기의 개연성도 없고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재미도 사라진 이 드라마에 애정을 가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아이돌 팬덤들 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본방사수인 이들을 제외하고 이 드라마에 감동을 느끼거나 재미를 이야기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궁금할 정도로 '넌내반'은 기본도 갖추지 못한 드라마처럼 보일 뿐입니다.
식상한 설정들은 어디에서 차용을 했는지 모든 식상함을 세트로 마련한 이야기들은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로 등장인물들만 바보로 만들고 있을 뿐입니다. 여기에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며 한 때 최고의 감독으로 이야기 되었던 표민수마저 이제는 연출 감각도 다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선택하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증명하고 있는 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로열 패밀리>와 <최고의 사랑>으로 최악으로 진행되던 MBC의 수목 드라마는 겨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장키'보다도 더 민망해지는 '넌내반'으로 인해 다시 지독한 시청률 지옥으로 떨어질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최악의 아이돌 드라마로 기억될 '넌내반'은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요? 과연 이런 이야기 구조에 제작자들은 만족하고 있는 것일까요? 시청률을 떠나 뭔가 만족할만한 요소들이 있기는 한 것일까요? 강민혁이 최악의 캐릭터로 굳어졌으니 이제 다른 캐릭터들이 어떤 식으로 초 민망한 상황들을 연출할지만 남을 것인가요?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고 하듯 작가의 역량에 따라 얼마나 완성도가 달라지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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