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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미스 리플리 13회-순정마초 김정태 열연이 의미하는 것

by 자이미 2011.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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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를 남긴 <미스 리플리>에서 가장 돋보이는 존재가 김정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마리의 거짓말이 모두 드러나며 위기가 찾아온 순간 그녀를 지키는 유일한 존재는 그녀가 그토록 잊고 싶은 존재 히라야마라는 점이 아이러니할 뿐입니다. 그의 존재감이 높아질수록 드라마는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로 축소될 수밖에는 없어 졌습니다.

사회적 이슈를 가져다 사랑이야기를 만들다



신정아 사건을 가지고 드라마를 구상했다는 기획 의도는 많은 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어떻게 그릴지에 대한 궁금증을 일게 했습니다. 미술에서 호텔로 장소를 옮기기는 했지만 기본 골격을 가져와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그 기대감은 극대화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사회적 이슈와 영화 '태양은 가득히'와 리메이크 작인 '리플리'를 기본 콘셉트로 가져간 이 드라마는 의외로 흥미 요소들이 많아 많은 이들에게 기대로 다가왔지만 통속극에 머문 이야기는 박유천에 대한 기대만이 남은 작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 후계자가 사랑한 한 여자가 거짓으로 자신을 만들었다는 사실. 그 여자가 자신이 형이라 부르는 남자와 이미 열애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 드라마에서 숱하게 봐왔던 삼각관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숨겨진 과거와 그 과거 속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가 현재 미리를 가장 증오하는 인물이라는 설정 역시 식상함일 뿐입니다. 그들이 진실을 알았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이미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은 드라마를 보는 이들에게는 슬픈 일일 수밖에는 없겠지요.

그녀의 거짓이 사회와 맞닿은 부분은 강사로 TV 패널로 등장하는 부분에서 뿐입니다. 호텔 내에서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그들만의 문제일 수밖에 없지만 대학과 방송은 사회적 문제로 증폭될 수밖에는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스 리플리>는 사회와 가장 밀접하게 다가서며 많은 의미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을 그저 단순히 삼각관계를 위한 소품으로 만든 점은 아쉽기만 합니다.

분명 선택에 의해 드라마는 사회적인 문제를 가득 담은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반 강력하게 부상한 김정태의 존재감으로 인해 세 남자와 한 여자라는 구도 속에 매몰되며 사회성은 사라지고 단순한 그들 간의 사랑 놀음으로 축소되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어머니인 이화와 딸인 미리가 비슷한 삶을 살았다는 설정 역시 아쉽기만 합니다. 몬도 그룹의 송인수 회장의 안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이화처럼 그녀의 딸도 송인수 회장의 아들인 유현의 부인이 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모습은 식상함을 넘어 아쉽기만 합니다.

드라마 시작과 함께 버려진 미리와 이화는 자연스럽게 모녀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모습을 숨기고 상황들을 만들어갔지만 미리를 버린 어머니와 송유현의 새엄마인 이화는 자연스럽게 한 인물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극의 흐름상 중요한 존재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둘의 관계는 누구나 예측하듯 모녀지간으로 밝혀졌고 극적인 상황에 그들이 모녀라는 사실은 <미스 리플리>에서 회심의 카드이지만 식상한 사실로 굳어져버렸습니다.

거짓과 그 거짓을 잉태할 수밖에 없었던 탐욕이라는 그림자가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극적인 장면이 될 이화와 미리의 상봉은 초반부터 드러난 어설픈 설정으로 기대감은 크게 반감되어버린 상황입니다. 끝을 알고 긴장을 유도하는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맥 빠지는 일은 없는데 <미스 리플리>가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아쉽기만 합니다.

히라야마라는 존재는 마리에게는 벗어나고 싶은 존재일 뿐입니다. 가장 어두운 과거와 함께 한 남자를 잊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남자는 결코 잊고 싶지 않은 여자가 미리라는 사실이 그들의 인연을 악연으로 만드는 것이겠지요. 거짓으로 꾸민 미리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했던 남자 히라야마.

모든 것을 가진 두 남자가 버려져 힘겹게 술집으로 찾아와 술집 여자가 된 미리가 아닌 동경대를 나온 화려한 호텔리어 미리를 사랑했다는 사실은 그들의 사랑이 슬픔을 잉태하고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신분상승을 위해 거짓으로 만든 미리와 그런 미리를 사랑하게 된 두 남자는 그 허상이 깨지기 시작하며 사랑도 좌표를 잃고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극적인 상황을 만들며 죽음을 불사한 사랑을 하려는 모습을 두 남자는 보이지 못합니다. 처음부터 그랬듯 이성적인 모습으로 현재의 모습을 해결하려는 그들의 모습 속에는 히라야마가 사자후를 하듯 내뱉는 그런 사랑이 존재하지는 않았습니다.

거짓의 미리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미리를 사랑한 히라야마와 꾸며진 미리를 사랑한 두 남자의 운명은 그렇게 달라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히라야마에게는 모든 것이 드러난 미리에 대한 사랑이 강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처음부터 그런 그녀를 사랑하고 소유하고 싶었던 그로서는 당연한 결과이고 기회일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거짓으로 꾸며진 미리를 바라보며 사랑을 키웠던 그들에게는(물론 유현과 명훈의 상황들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처참하게 드러난 미리의 과거는 힘겨움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순히 사랑 하나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인 논란의 중심이 된 여인과의 사랑을 지속시킬 수 없다는 것이 그들 사랑의 한계일 수밖에는 없겠지요.

<미스 리플리>는 대학 강단과 방송에 출연하며 밝혀진 미리의 진실로 인해 검찰에 소환되면서 과거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신정아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그저 현상을 차용한 이 드라마에는 그 사건 속에 숨겨져 있었던 우리 사회의 지독한 병리현상을 표피적 탐미에만 그칠 수밖에 없도록 합니다.

더욱 후반 강력한 파괴력으로 다가오는 히라야마 김정태의 열연으로 드라마는 더욱 사회라는 틀을 벗고 개인적인 사랑에 집착하게 합니다. 처음부터 그런 틀 속에서 진행이 되고 기대를 하지 않게 했다면 나름 흥미로운 사랑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신정아 사건'을 홍보 도구로 사용하며 오히려 드라마를 바라보는 시각을 뒤틀리게 하며 흥미 없는 드라마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박유천, 김승우, 이다혜, 김정태 등의 열연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드라마이기는 했지만, 다른 지점을 응시하며 식상한 이야기로 만족하라고 강요하는 제작진들로 인해 아쉬움만 곱씹게 만드는 드라마가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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