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작을 리메이크한 <달의 연인 보보경심:려(이하 달의 연인)>이 첫 방송되었다. 타임슬립 퓨전 사극이라는 점에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진 이 드라마는 생각보다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닥터스>가 20%내외를 오가는 시청률을 올렸다는 점에서 8%대 시청률은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준기가 풀어야 한다;
중국 원작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던 첫 방송, 이준기가 풀어내야할 과제는 인식재고다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황자들의 대립 속 1,000년의 시간을 거슬러 그들의 삶에 들어선 해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달의 연인>은 흥미로운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중국 원작과 상관없이 첫 방송된 1, 2회는 빠른 전개를 통해 캐릭터들 간의 연결 고리를 잘 만들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태조 왕건 시대를 다루고 있는 이 드라마는 의외의 재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왕이 되고자 하는 황자들 간의 암투가 존재하고, 그 지독한 상황 속에서도 사랑은 존재하다. 그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황자들의 대결 구도 역시 <달의 연인>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재미 중 하나다.
조선과 달리 자유분방했던 고려 시대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기존에 사극을 통해 드러났던 모습과 달리 남녀 관계는 동등한 사회적 분위기라든지 서민들의 삶 역시 그동안 알던 것과는 다르다는 점 역시 재미있게 다가온다. 태조 왕건이 고려를 유지할 수 있었던 강력한 결혼 정책이 곧 불화의 이유가 되었다는 설정을 효과적으로 극화 했다는 점도 재미있다. 사극에서 흥미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왕위 쟁탈전이 <달의 연인>에서는 어떻게 드러날지도 기대된다.
타임워프와 운명적인 만남, 치열한 권력 쟁투가 폭풍처럼 지나간 첫 회이지만 왜 기대만큼의 시청률이 나오지 않았을까? 이건 당연하다. 시청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첫 방송 전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 심리다. 기본적으로 <닥터스>가 방송 시작과 함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그만큼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달의 연인>은 중국 원작을 리메이크 한다는 기사가 오히려 독이 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원작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들도 있겠지만 대중적으로 호감을 살만한 요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상황에서 중국 드라마 리메이크라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리지널이 아닌 중국 드라마 리메이크는 오히려 시청률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달의 연인>은 방송 전 중국에 이미 높은 가격에 선판매가 되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국내 시장만이 아니라 중국 시장까지 염두에 둔 제작이라는 점은 두 마리 토끼 잡기를 노릴 수밖에 없었다.
이준기와 이지은, 강하늘, 홍종현, 남주혁, 백현, 지수, 서현 등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많은 이들이 출연하고 있지만 이들이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는 못했다. <닥터스>의 김래원과 박신혜라는 절대적인 존재감을 이들에게서 보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다가왔다.
박보검의 <구르미 그린 달빛>이 대단히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 보기 어렵다. 이미 익숙하게 봐왔던 드라마들이 그 안에 다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박보검이라는 존재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여심을 흔드는 박보검이라는 존재에 대한 기대치는 앞선 1, 2회 방송 후 더 커졌다. 이준기가 그동안 출연했던 드라마들이 조금은 무거웠다는 점에서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선입견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부드러움으로 승부하는 박보검이 강인한 이준기를 누른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으니 말이다.
<달의 연인>은 파격적인 편성으로 초반 분위기 잡기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기본적인 기대치가 낮은 상황에서 연속 방송은 그렇게 큰 의미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었다가 개기일식과 함께 1,000년 전 과거로 돌아가 해수의 몸속으로 들어간 고하진(이지은)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황태자인 왕무(김산호)의 자리를 노리는 3황자인 왕요(홍종현)와 그의 어머니인 황후 유씨(박지영)는 잔인하다. 왕요를 왕건의 뒤를 잊게 하기 위해 그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은 절대 악으로 <달의 연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강력한 힘을 가진 황후 유씨에 대적하는 황후 황보씨(정경순)과 아들 8황자 왕욱(강하늘)과 황보 연화(강한나)의 대립 구도도 흥미롭다.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려를 안정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많은 결혼을 선택했던 왕건은 차별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 차별 없는 정책이 치열한 암투를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는 점에서 왕건과 첫째 아들 왕무는 닮았다. 강력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우유부단한 성격은 왕으로서 입지를 좁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황후 유씨와 황후 황보씨가 친가인 호족의 세력을 등에 업고 황제를 만들기 위해 대립하는 과정 속에 버림받았던 황자 소(이준기)가 궁으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 왕건의 결혼을 막기 위해 자신을 볼모 삼아 대립하다 얼굴에 큰 상처를 내버렸다. 아들에 대한 잘못된 행동을 무마하기 위해 소를 신주 강씨 집안의 양자로 보내버렸다.
고려 초기가 철저하게 각 지역의 호족 세력들이 뭉쳐서 만들어진 권력 집단이라는 점에서 소는 볼모로 보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호족들 간의 대립 관계 속에서 황제의 아들을 데리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왕건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아들마저 희생양으로 삼은 황후 유씨는 그렇게 자신이 망쳐 놓은 아들을 내던지고 다른 아들을 황제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황자로 태어났지만 어머니에게도 버림받고 얼굴에 상처가 있으면 남들 앞에 나타날 수도 없었던 고려시대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만 하는 불행한 존재인 소는 <달의 연인>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핵심적인 인물이다. 황제의 자리를 노리고 황태자를 죽이려는 무리들에 맞서야 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보여줘야만 하는 거친 남자인 소가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감각적인 연출로 유명한 김규태 PD의 연출은 약점이 많았던 <달의 연인>을 흥미롭게 잘 표현해냈다. <그사세><빠담빠담><그 겨울, 바람이 분다><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보여준 김규태 PD의 연출은 탁월했고, <달의 연인>에서도 그의 감각은 여전했다.
중국 원작 리메이크라는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느냐는 <달의 연인>이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본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준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그가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이 드라마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지은을 두고 벌이는 이준기와 강하늘의 관계가 <달의 연인>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가 되고, 대립각을 세운 홍종현과 박지영과의 구도가 갈등 요소로서 중요하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이 러브 라인과 대결 구도 사이에서 이준기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존재감을 발휘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초반 몰이에 실패한 <달의 연인>이 반격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이준기에게 거는 기대가 더욱 커지는 느낌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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