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가 변하기 시작했다. 특별할 것 없지만 그래도 특별할 수밖에 없는 청춘들은 여전히 힘겹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언제나처럼 삶은 계속 되어질 뿐이다. 벨 에포크의 다섯 친구들은 절망하고 좌절하며 다시 새롭게 앞으로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삶은 계속 된다;
완성될 수 없는 인생, 그 여정을 이어가는 벨 에포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청춘이다
은재는 자신 만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귀신을 본다는 지원에게 그동안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했지만, 귀신을 본다는 것 자체가 거짓말이라는 사실에 은재는 당황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너무 크고 무거운 짐을 그렇게라도 나누고 싶었으니 말이다.
보험 조사원의 결과가 나오면 은재는 스스로 결정을 해야만 한다. 자신이 목격했던 모든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여전히 철없는 엄마와 달리 모든 것을 떠안고 살아왔던 은재로서는 아버지의 모든 것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힘겨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야만 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은 그렇게 밝혀져야만 했다. 그 남겨진 시간은 은재에게는 시한부 삶과 유사했다. 그렇게 그동안 자신이 해보지 못한 일들을 하겠다며 고수를 먹어보고, 술에 취하고 싶다는 은재는 좀처럼 그 답답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나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디자이너가 되겠다며 미술학원까지 등록한 이나. 초등학생 아이들 틈에서 기본 스케치를 배우는 이나는 과연 자신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쉽게 살 때는 한없이 쉬웠던 청춘이 어렵게 살다보니 세상 그 무엇보다 어려운 삶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나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진명의 동생 장례식을 찾은 하메들은 그 긴장감 넘치는 자리가 힘겨웠다. 절대 웃어서는 안 되는 장례식장에서 의도하지 않는 상황은 그들의 침묵을 깨고 말았다. 눈치도 없고 경험도 없는 지원의 몸 개그는 침묵을 강요하는 그 공간에서 멈출 수 없는 웃음을 선사했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쓸쓸한 장례식장을 찾아준 고마운 친구들. 침묵이 강요되는 장소에서 소란스럽게 조우를 한 그들. 지원은 진명에게 사과를 한다. 자신이 했던 거짓말로 인해 진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우려 말이다. 실제 지원의 이 발언이 진명에게 새로운 생각을 하도록 요구한 것은 맞다.
"고맙다. 거짓말 해줘서"
진명의 이 한 마디는 지원이 가지고 있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것만이 아니라 허언증이 있다고 비난을 받기도 했던 지원의 하얀 거짓말이 때로는 상대에게 큰 위로를 전하기도 한다는 사실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벨 에포크에 사는 다섯 친구는 모두가 한꺼번에 길을 잃었다.
지독할 정도로 앞만 보고 달리던 진명은 동생의 죽음 후 팽팽하던 고무줄이 끊어진 것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나는 자신의 선택이 과연 맞는 것인지 고민이 커진다. 지원은 여전히 자신의 거짓말이 상대에게 피해를 준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이 크다. 은재는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책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를 못한다.
은재가 털어놓은 비밀은 벨 에포크 식구들의 공유물이 되었다. 더는 숨길 수 없었던 지원은 그렇게 하메들에게 은재의 아픔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좀처럼 연락이 되지 않는 은재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 보지만 아침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 찾을 수가 없었다.
옥상에서 홀로 밤을 새운 은재는 하루 종일 고민만 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행동을 모두 목격했던 유일한 존재인 은재. 화재 사건도 오빠의 죽음도 모두 아버지가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은재는 그런 사실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증명해야만 하는 처지다. 그 상황이 결코 평범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은재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돌아온 은재를 보고 예은은 화를 내고, 진명은 따뜻하게 감싸준다. 화를 낸 것도 그녀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컸기 때문에 나오는 불안이 만든 결과였다. 그렇게 모두가 은재의 편이 된 순간 보험조사원이 벨 에포크를 찾는다. 그렇게 부검에서도 그 어떤 약물 반응도 나오지 않았음으로 통보하며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지원은 이 상황에서 다시 한 번 하얀 거짓말을 한다. 국과수에서 부검을 하는 상황에서 시약이 없는 것은 검출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보험조사원은 자신들이 원하는 특별한 몇 가지의 약물 반응을 요구했을 뿐이었다. 은재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은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지원이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한다면 은재의 고통은 평생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얀 거짓말은 그렇게 은재에게 평온을 안겨주었다. 은재의 사건이 잘 마무리되며 벨 에포크 식구들의 삶도 다시 안정을 찾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그들의 삶은 대단하게 바뀔 수도 없는 일상일 뿐이지만 거친 파고를 넘어선 그들은 그렇게 한 뼘 더 성장해 나아가고 있었다.
진명은 중국으로 과감하게 여행을 떠났다.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살아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남들은 그녀를 부러워한다. 한 달 동안 중국 여행을 한다는 사실이 그녀를 '금수저'로 오해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타인은 언제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는 만큼 이상할 것도 없다.
지원과 은재는 동상이몽을 꾸듯 자신 곁의 남자와 평범함을 즐기고, 머리까지 단발로 자르며 변신을 시도한 이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동주보다는 아저씨에 여전히 더 마음이 가 있다. 모두가 평범한 일상을 찾아가듯 심리 상담을 받던 예은도 이젠 자신도 모두 치유되었다고 자신했다.
상담 내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벨 에포크 하메들의 이야기만 하던 예은은 그렇게 자신을 보호하려고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최면을 걸고 거리에 나선 예은은 다른 연인들의 장난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시 그 공포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구치소에 있는 두영은 변호사의 조언을 받으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편지를 보내지만 그 역시 변할 수 없는 존재다.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에 찬 주문만 외웠던 예은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공간에서 공포를 깨웠다. 잠재된 공포는 그렇게 손쉽게 사라질 수 없다는 사실은 더 두렵게 다가온다.
벨 에포크의 규칙은 남자를 들이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규칙은 "다시, 벨 에포크로"로 바뀌어 있었다. 그 공간은 그저 다섯 여성이 사는 공간으로서 가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공간은 우리 시대 청춘들이 거주하는 가상의 공간이자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해줄 수 있는 공간이라는 특별함을 간직하고 있다.
여전히 저주받은 청춘들은 힘겹다. 지독한 현실 속에서도 조금은 더 밝은 미래를 향해 불안을 품고 나아가고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힘겹기만 하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될 뿐이다. 내재된 공포가 다시 엄습해 예은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것처럼 청춘이라는 뇌관은 언제 다시 터질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삶은 흘러가고 그 안에 내가 있을 뿐이다.
벨 에포크 하메들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이자 당신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내 딸이자 누나이고, 여동생이며 여자 친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들이 경험한 지독한 청춘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그 내재된 공포에 언제 모든 것이 얼어붙을지 모르지만 그 불안 속에서도 우린 그렇게 청춘을 살아가고 있다.
한예리, 한승연, 박은빈, 류화영, 박혜수 모두에게 <청춘시대>는 인생 연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 역시 인생 드라마가 되었을 것이다. 언제나 독특한 감성을 가진 그래서 대중적이지 못했던 박연선 작가는 다시 한 번 타협 없는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청춘 그 뜨거워서 그립고 부담스러운 단어를 박연선 작가는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풀어내주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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