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 3회-아줌마 고현정 대중의 워너비 될까?

답답한 세상에 속시원하게 질러댈 수 있는 무언가가 절실한 상황에서 <대물>은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은 대리만족을 느끼고 당연하게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에게 환호를 보내고 응원을 하는 것도 당연해보입니다.

속풀이 드라마, 진가는 어떻게 보여질까?



1. 주부 서혜림 정치 입문기

<대물>은 철저하게 억눌린 대중들을 위한 드라마입니다. 굴곡많은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 드라마는 술자리에서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화풀이들이 등장하며 시청자들을 속 시원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캠브리지 사전에는 포퓰리즘에 대한 정의를 '보통사람들의 요구와 바람을 대변하려는 정치 사상,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대물>은 바로 그런 포퓰리즘을 극대화해 대중들이 원하는 목소리를 서혜림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프칸 피랍에 대처하는 무능력한 정부. 자국민의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도 주변국의 눈치만 보는 정부. 대통령을 개인적인 감정으로 탄핵하는 나라. 섹검과 부패의 온상이 되어버린 지도층들에 대한 비난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소재들을 드라마에 그대로 차용한 것은 <대물>이 추구하는 방향이고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과 재벌 간의 전략적 결혼과 정치의 습성들이 드러나기 시작한 <대물>은 속도를 분배하며 본격적인 아줌마 서혜림의 정치 입문 기를 시작했습니다. 3회에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대한민국에 대한 미련마저 사라진 서혜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등장했습니다.

방송을 사유화했다는 이유로 사회봉사 명령을 받아 법원에서 청소를 하던 서혜림은 의도하지 않았던 일에 휩싸이게 됩니다. 비리 국회의원인 김태봉이 하도야에 의해 법정 구속되고 이에 반박하는 주민들의 시위로 시끄럽기만 합니다.

검찰들이 진흙 범벅이 되는 상황으로 인해 사태의 본질은 희석되고 오도되는 상황에서 서혜림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시골 촌부들에게 대통령과 함께 하는 장면은 장면만으로도 그녀는 국회의원보다 더 대단한 존재일 수밖에는 없었으니 말이지요.

그들이 그녀를 납치하듯 데려간 곳은 다름 아닌 그들의 생활 터전이었습니다. 개발이 포기된 간척지로 인해 모기가 들끓게 되고 이런 상황을 해결해주겠다며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태봉이 구속되었다는 것은 모기와의 싸움에서 그들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절망감이 그들을 들고 일어나게 만들었습니다.

엄청난 모기 때들로 인해 일상적인 삶 자체가 안 되는 상황에서 그들의 바람을 단순화 시키고 오도하는 공권력에 그들이 기댈 수 있는 존재는 서혜림 밖에 없다는 것은 그녀가 정치에 입문할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이유가 됩니다.

절대 권력자도 단순한 서민의 위치도 아닌, 그 모호한 지점에 놓은 서혜림은 자연스럽게 대중들에게 특별한 가치로 떠오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자신들과 같은 눈높이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인 서혜림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정치인이 되어있었습니다.

굵직했던 사건들로 인해 이미 대중들에게 알려진 서혜림이라는 존재는 정치인들에게는 좋은 먹이 감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직접 정치에 입문을 시켜도 그렇지 않다면 그녀를 이용해 충분히 정치적인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보궐선거에서 중책을 맡아 선거를 이끌게 된 강태산은 자신이 원하던 대중적인 존재인 서혜림을 우연이지만 필연적으로 검찰에서 만나게 되고 서민들을 대변하는 모습 속에서 정치 스타로서의 자질을 발견하게 됩니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강태산으로서는 보궐선거는 중요할 수밖에 없고 이런 보궐선거를 대중적인 인기로 이끌 수 있는 존재가 서혜림이라는 사실은 당연했습니다. 그녀를 정치에 입문시키려는 강태산과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살기 힘들어 호주로 이민을 가려는 그녀를 막아서는 하도야는 아줌마 서혜림 정치인 만들기에 함께 하게 됩니다.


2. 고현정 대중들의 워너비

가진 자들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서민들의 입장에서 솔직함으로 다가선 서혜림이라는 존재는 대중들의 관심을 받아야 존재가 가능한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적합한 존재입니다. 국회의원이 되어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선호가 있지 않으면 힘든 상황에서 그녀는 가장 적합한 존재로 다가옵니다. 

절대 권력이라도 되는 듯 권력을 잡은 이들의 무능함과 부패와 비리는 정치인을 규정하는 하나의 단어가 된지 오래입니다. 이런 상황은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도록 강요했고 이런 무관심은 자신들끼리의 게임을 통해 또 다른 민폐 정치인들을 양산하는 악순환을 만들어왔습니다.   

개인이나 소수의 집단이 아닌 국민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부패의 온상이 되면서 고위공직자나 말단 공무원이든 온 나라가 부패의 온상이 되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부패로 온몸을 휘감은 고위공직자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그런 의원들은 자신들만을 위한 정책 마련에만 관심이 있을 뿐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지는 않습니다.

<대물>은 이런 대중들의 바람을 채워가는 드라마입니다.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라는 소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서혜림이라는 인물이 정치에 입문해 기존 정치와는 다른 파격적인 정치를 선보이는 장면에 많은 시청자들이 환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대중들은 자신들을 위해 일하는 일꾼들을 원하지만 대중들에 의해 뽑힌 일꾼들은 대중들 위에 군림하려고만 합니다. 이 한없는 괴리감은 매번 선거를 통해 되풀이되는 현상이고 이런 구태의연하며 냄새나는 상황에서 서혜림은 대중들의 워너비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미실 역으로 강력한 지도자상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던 고현정이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것은 유기적인 연결이며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에도 무척이나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야망을 가진 강태산 역의 차인표가 얼마나 대립관계를 형성하고 현실 정치인의 모습을 재현해내느냐에 따라 고현정의 존재감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현정이 진정한 대중들의 워너비가 되기 위해서는 차인표의 현실정치인들의 모습을 얼마나 그럴 듯하게 재현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민망할 정도로 손발이 오글거리게 만드는 상황들도 연출되기는 하지만 속 시원하게 현실에서 맛볼 수 없는 통쾌함을 <대물>이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은 그들에게 환호하게 될 것입니다.
대중들의 워너비가 되어가는 고현정의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가 과연 현실 정치에서도 실현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대중들은 모두를 위한 정치를 원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나 이런 바람을 실현시킬 수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답답하면 답답할수록 고현정은 대중들의 원너비가 될 수밖에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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