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속 진범에게 얼굴을 빼앗겨버린 만화가 오성무. 그 충격적인 10분의 기록은 <더블유>가 어떤 흐름으로 이어갈지 기대하게 한다. 강철의 결단에 의해 연주를 살리며 기억을 잃었던 선택이 무의미하게 되어버린 진범의 폭주는 조금은 잔잔했던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기 시작했다.
진범 해피엔딩을 거부 한다;
자의식을 가진 진범, 창조자 만화가 오성무의 얼굴을 빼앗아 폭주를 시작했다
강철은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연주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녀와의 모든 인연을 끊어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진범의 폭주를 막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사랑하는 연주가 죽는 것은 결코 볼 수 없는 강철은 그녀를 위해 기억을 지워버리는 선택을 했다.
현실로 돌아온 연주는 강철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좁은 차 안에서 탈진해 쓰러질 정도로 집중해 강철과 사랑했던 두 달간의 기록들을 모두 꿈으로 바꿔버리는 작업은 연주를 힘겹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만화 <W>와 달리, 자신이 꿈꾸던 만화 <W>는 행복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지독한 열병을 앓듯 쓰러진 연주. 비행기 안에서 진범의 공격을 받으며 겨우 살아났던 성무는 여행을 즉시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진범이 갑작스럽게 사라진 것은 연주가 만화의 내용을 강철의 요구대로 꿈이었다는 것으로 바꾸며 진범마저 소환해 갔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누구냐고 질문하는 진범의 공격 후 딸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엔딩을 그려야겠다고 확신한다. 실패한 새드 엔딩이 아니라 강철이 원했던 해피엔딩을 위해 직접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오성무는 진범에게도 의미 부여를 하며 강철이 행복하게 극을 마무리하고 행복해지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오성무가 선택한 결말은 단순하다. 너무 단순하고 뻔해서 민망할 정도로 이야기는 흘러갔다. 그 과정에서 가장 극적일 수밖에 없는 선택은 강철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럴 듯한 진범의 얼굴을 보여줘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 오성무는 자신의 얼굴을 캐릭터로 해 진범을 재탄생시켰다.
만화 속 강철은 어렵게 구한 CCTV에서 발견한 진범의 모습이 오성무라는 사실을 알고 납득한다. 옥상에서 공격을 당하는 과정에서 강철이 목격한 것은 바로 오성무였다. 물론 그 과정은 달랐지만 강철이 목격한 유일한 존재가 오성무였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방식이었다.
오성무 스타일의 마무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연주는 당황하기만 한다. 자신이 원했던 결말과는 다른 진행에 아쉬움이 컸던 연주는 수시로 만화 속과 현실을 오가기 시작했다. 나름의 맥락을 가져야만 만화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연주가 이제는 맥락도 없어 보이는 상황에도 만화 속으로 들어선다. 물론 그 역시 맥락 있는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말이다.
순간적으로 만화 속으로 들어가 시공을 파괴하던 연주는 그 안에서 강철과 마주선다. 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강철의 모습에 서럽게 울 수밖에는 없었다. 연주의 삶은 현실과 만화가 무의미한 상황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수시로 공간 이동을 하는 연주는 충격적인 사건 안으로 들어섰다.
방송국이 총격을 당하며 많은 이들이 급하게 병원으로 실려 왔다. 자신도 알지 못한 채 현실과 만화 속을 오가며 환자를 치료하던 연주는 다시 강철과 마주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도 원했던 일이기는 하지만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방송사 총기 난사 사건은 진범이 저지른 만행이었다. 이미 강철처럼 스스로 진화하기 시작한 진범은 더욱 악랄하게 만화가인 오성무를 제압해버렸다. 강철이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스스로 죽음을 통해 마무리를 하려 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기본적으로 인성이 존재하지 않는 진범은 그렇게 강철과 같은 존재가 되면서 스스로 진화해갔다. 오성무는 강철을 위해 자신의 얼굴을 진범으로 만들어 급하게 만화 <W>를 마무리하려 했지만 오히려 이게 독이 되고 말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진범은 창조주이기도 한 오성무의 얼굴을 빼앗아 보다 완벽한 존재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오성무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만화 속 인물들은 이미 폭주하고 있었다. 현실과 만화의 경계는 사라진지 오래다. 현실로 온 진범은 3명을 살해했다. 만화와 현실의 경계 속에서는 결코 벌어질 수 없는 이 상황은 결국 진범은 그저 만화 속 인물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 의미를 가진 존재로 각인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만화 속에서 주인공이 되자 상처를 입기 시작한 연주처럼 말이다.
창조주인 오성무의 얼굴을 빼앗은 진범은 강철의 방송사에 난입했다. CCTV에 잡힌 강철을 공개 수배하는 방송에 직접 등장해 현장에 있던 이들을 총으로 쏴버린 진범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오성무가 마련한 그럴 듯한 마무리를 거부하고 자신이 직접 마무리를 하기 위해 등장한 진범의 잔인한 웃음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 드라마에서 왜? 라는 의문은 무지함으로 다가온다. 판타지한 상황극 속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이야기 속에서는 현실적인 감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들만의 논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강철이 불가능한 존재감을 획득했듯 진범 역시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미 기준점이 생긴 상황에서 그들의 설정값은 무한대로 확장되어 누구라도 강철과 진범처럼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성무의 얼굴을 탐한 진범의 모습은 그저 얼굴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은 오성무가 만들어낸 상상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강철과 진범 모두 오성무의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남은 이야기들 속에서 어떻게 흥미롭게 이 상황들을 정리할 수 있느냐 일 것이다.
7번의 이야기가 남은 상황에서 진범이 폭주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후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조금은 알 수 있게 해준다. 자의식까지 가져버린 진범으로 인해 만화 속에 구축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모든 이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내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강철을 진범이라고 확신하는 한철호 검사 출신 국회의원과 조력자들인 소희, 도윤, 현석 등 그동안 미미했던 만화 속 인물들이 남은 시간 동안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만들어낸 만화가의 얼굴을 한 진범과 맞서 싸우는 그들의 대결 구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러니하다.
마지막 10분을 충격으로 이끈 진범으로 폭주는 충분히 예고된 변주이기도 했다. 그 변주는 밋밋해질 수도 있는 드라마 <더블유>를 흥미로운 후반부로 이끌기 시작했다. 오성무의 얼굴을 한 진범과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들 자체가 새로운 재미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이 변주는 흥미롭기만 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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