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랄한 존 마이어의 광기는 점점 극렬해지고 그에 대항하는 이재하 등은 더욱 단단함으로 맞서기 시작합니다. 15회를 관통하고 있던 가치역시 그동안 그들이 꾸준하게 이야기하던 평화 공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갈등과 대립이 아닌 서로를 인정하고 상생하는 것이 답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항아와 재신의 평화론과 선왕이 남긴 마지막 당부
WOC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인 미국과 1라운드를 치러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빛이 난 것은 이재하의 지략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장교 대회에서 병장 출신의 이재하이기에 가능했던 가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서로를 믿고 하나가 되면 곧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진리를 보여준 WOC는 곧 이재하와 김항아의 약혼식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전 년도 우승 팀이자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이기도 한 미국과 첫 번째 대결을 해야 하는 코리아 단일팀은 위기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존 마이어로 인해 미국과 대결을 벌여야만 하는 코리아 단일팀은 시작과 함께 열쇠를 빼앗기고 위기에 빠졌고 그런 상황에서 빛난 재하의 전략은 대반격의 시작이었습니다.
주어진 모든 것을 활용할 수 있다는 규칙에 의거해 미국 팀의 기지를 폭파함으로서 대반격에 나선 그들은 결정적인 순간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모두가 파괴되고 본부 하나만 남겨진 상황에서 항복을 거부하는 미국으로 인해 항아는 힘겨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받습니다. 정해진 시간은 다가오고 재하는 아직 본부에 남아 있는데 이기기 위해서는 본부를 폭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재하가 존재하고 그를 살리기 위해서는 폭파를 해서는 안 되지만 재하가 남긴 믿음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는 결국 항아에게 폭파 버튼을 누르게 합니다.
재하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어려운 선택을 했지만 남과 북이 믿고 의지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그들에게는 단순한 경기 이상의 가치를 가진 미국과의 대결은 절박했습니다. 재하와 항아의 약혼식이, 재하의 왕위가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마지막 반격을 위해 그들이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은 너무 지독하기만 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가 없다는 재하의 말처럼 믿음을 가지고 있어도 눈앞에 재하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버튼을 누르는 것은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이재하 동지를 사랑 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재하가 그렇게 당부하던 말을 따릅니다. 모든 것을 건 마지막 승부에서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믿고 의지해서 거대한 미국이라는 존재를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재하와 항아의 사랑은 확인되었고 마음에 품고 있었던 감정을 표현한 재신은 시경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미국과 클럽 M에 대항한 항아와 재신의 한 마디는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이라는 절대 강자와 클럽 M이라는 그림자 정부의 존재는 강력함으로 한반도를 위협하고 흔들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런 그들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보인 두 여인의 단단함은 강대국의 속국처럼 살아야 했던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서 씁쓸하고 시원했습니다. WOC에서 미국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항아가 미국 팀장에게 건넨 이야기는 우리의 현대사를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3년 전쟁으로 부모 형제 다 잃고 박살이 나 본적 있냐 말입니다. 그쪽한테는 이런 게 게임인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항상 절박 했습니다"
라고 말하는 항아의 말 속에는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공유하던 한 민족이 한 순간 반으로 뚝 갈라져 버린 상황에서 서로 대립을 강요받고 상대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살아야만 하는 현실이 얼마나 힘겹게 두려운 시간의 연속인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클럽 M의 봉봉이 등장하며 분위기를 극단으로 이끌어 재신을 망신 주던 존 마이어는 그녀에 의해 궁지에 몰리게 됩니다. 위급해지면 해질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왕족의 피를 이어받은 재신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고백한 후 예정에도 없던 포럼 장으로 향합니다.
존 마이어가 평화가 아닌 정전 유지가 답이라고 강변하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재신의 등장은 모든 반전의 시작이었습니다. 나약하기만 해보였던 재신이 무대에 올라 존 마이어에게 당당하게 반박하는 그의 모습은 왕족다웠습니다. 전쟁의 그늘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봤을 때 평화는 정말 필요하고 간절한 것임을 역설합니다.
평화라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을 남기며 하반신 마비인 재신은 보조기구를 이용해 일어서서 대한민국은 전쟁 없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은 뭉클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지금은 비록 10분 정도 서 있는 것이 전부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그 시간은 늘고 자연스럽게 설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처지를 불안한 한반도의 정세를 빗대어 말하는 재신의 모습은 감동 그 이상이었습니다. 주변국들의 도움으로 한반도가 평화로워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재신의 모습 속에 우리가 지향해야만 하는 가치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항아와 재신의 평화 론은 긍정적인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너무나 창의적인 방식으로 승리한 코리아 단일팀으로 인해 회의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남과 북 대표단이 하나가 되어 중국에 대항해 속 시원하게 말하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을 지도 모릅니다. 한반도를 스펀지 삼아 강대국들이 대립하는 상황은 결과적으로 평화 공존보다는 불안과 갈등이 존재해야만 그 존재가치를 다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재하와 마주한 봉구는 다시 한 번 자신이 넘어설 수 없는 단단한 벽을 실감합니다. 세상의 부와 권력을 모두 얻었지만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존재가 재하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 봉구가 벌이는 지독한 복수는 모두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가기 시작합니다.
약혼식 이후 그들에게 몰아닥칠 위험을 예고하는 타로 카드 속 왕과 왕비의 모습은 곧 봉구가 무엇을 타깃으로 하는지를 명확하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평화가 아닌 갈등을 먹고 사는 김봉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곧 불안을 증폭시키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불안을 증폭시키고 그런 두려움을 통해 권력을 강화하고 이어가는 지배 권력자들의 속성은 이젠 지겨울 정도로 명확해졌습니다. 평화 공존이 곧 상생을 위한 기본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희망 고문만 내세운 채 철저하게 국민들을 불안으로 몰아가는 지배 권려 자들의 행태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더킹 투하츠'는 매력적이기만 합니다.
누구 하나 뒤쳐지지 않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감동시키더니 선왕인 재강이 암살당하기 전 촬영해 두었던 약혼식 축하 발언은 모두를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재강이 요구한 서약이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은 불안을 강요하는 현실과 극명한 대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우리 모두가 원하고 바라는 모습이 바로 재강이 재하와 항아에게 건넨 서약일 것입니다. 불안과 갈등을 조장하는 남과 북이 아니라 서로가 하나가 되어 외부의 세력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함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재강의 모습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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