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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Netflix Wavve Tiving N OTT

동조자 1회-HBO와 박찬욱이 만들어낸 스파이 드라마, 압도적이었다

by 자이미 2024.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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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영화에 대해 매료된 상태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을 듯합니다. 박찬욱 감독이 다시 스파이 드라마를 제작했습니다. 직접 각색하고 7개 에피소드 중 3편은 직접 연출도 한 '동조자'가 국내에서는 쿠팡 플레이를 통해 4월 15일부터 매주 한 편씩 공개됩니다.

 

베트남 출신 미국인 비엣 타인 응우옌의 원작 소설 '동조자'는 플리처 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을 박찬욱 감독과 돈 맥컬러가 함께 각색했습니다. 돈 맥컬러는 캐나다의 배우 겸 감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와 아톰 에고이안의 작품에 출연했다고 합니다.

동조자-박찬욱이 각색 연출한 HBO 드라마

두 감독을 보면 이 배우 겸 감독이 어떤 인물인지 떠올리게 합니다.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함께 한다는 사실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여기에 HBO가 제작한다는 점에서도 기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죠.

 

오랜 기다림 끝에 첫 공개된 작품은 매력적이었습니다. 베트남 전쟁이 벌어지던 시점에서 모든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미군이 돕던 사이공이 함락당하기 얼마 전 대위(호아 수안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남베트남의 거물 장군(토안 레)을 보필하는 대위는 사실 북베트남의 스파이입니다.

 

육군 지휘참모대학 출신으로 남베트남에 잠입한 공산주의자 스파이 색출을 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데, 장군의 집에까지 들여 가장 믿는 대위가 북베트남 스파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알지 못했습니다. 베트남과 프랑스 혼혈이기도 한 대위는 영어도 잘하는 유명한 부하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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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에게는 두 명의 절친이 있습니다. 유일한 기혼자이기도 한 본(프레드 응우옌 칸)은 공산주의자들에게 아버지를 잃고 철저한 반공주의자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군인이기도 합니다. 다른 한 친구인 만(듀이 응우옌)은 치과의사이지만 대위와 함께 북베트남의 지시를 받는 스파이입니다.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것은 피로 맺은 '삼총사'라 자칭하며 친형제처럼 지내는 이들이 공산주의와 반공주의자로 나뉘어 있다는 겁니다. 이념은 다르지만 그들이 서로를 아끼는 감정까지 거짓이지는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들 관계성이 이 드라마의 주제를 잘 성명합니다.

 

아이러니와 패러독스, 그리고 부조리를 박찬욱 감독은 강조했다고 합니다. 드라마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가 바로 이 세가지라는 의미입니다. 그런 점에서 세 친구의 관계가 곧 이 주제이기도 합니다. 아직 첫 회라는 점에서 이들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확장될지는 아직 알 수는 없습니다.

동조자-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가 기대된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아버지를 공산주의자들에게 잃은 본이 사이공을 떠나려 비행기를 타려는 순간 공습을 받았다는 겁니다. 갓 낳은 아이와 아내를 잃은 본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반공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산주의자들에게 가족을 모두 잃은 본에게 그건 종교 이상의 가치일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전쟁은 두 번 벌어진다. 첫 번째는 전장에서, 두 번째는 기억 속에서 (All wars are fought twice. The first time on the battlefield, the second time in memory.)"

 

드라마는 이 말과 함께 시작됩니다. 이는 주제이며 드라마를 보는 이들을 위한 지침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전쟁보다는 그 후 기억을 통해 벌어지는 전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정통 스파이물의 재미가 더 강할 듯합니다.

 

1회는 시간이 앞뒤로 뒤섞이며 집중력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집중해 보면 그 시간의 혼재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렵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장치들은 드라마적 재미로 다가와 보다 밀도 높은 완성도를 만들어낼 뿐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에는 미장센이 강점으로 다가오고는 합니다. 그리고 영상미가 압도적이라는 점도 '동조자'에서는 잘 드러납니다. 히치콕을 떠올리게 하는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몰입을 하게 만드는 미장센은 단순하지만 촌스럽지 않아 박찬욱다웠습니다.

 

전화기의 다이얼이 회전하는 장면이 자동차 바퀴가 굴러가는 장면으로 넘어가는 것이나, 담뱃불이 섬광탄의 빛으로 전환되는 미장센들은 어렵지 않고 누구나 사용하고, 실제 많이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뜬금없어 보이는 경우들도 많고 그래서 촌스럽다는 인상을 남기지만, 이 작품은 오히려 세련됨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HBO 오리지널 드라마 동조자 스틸컷

시작부터 주인공 대위는 감옥에 갇혀 극장에서 벌어진 일부터 기억해 조사를 작성하라는 요구를 받습니다. 그 지시에 대위는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밀정,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 모든 일의 양면을 보는 저주를 받았죠"라는 글들과 함께 문제의 극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등장합니다.

 

극장에는 찰스 브론스 주연의 '데드 위시'가 상영 중이었습니다. 70년대 최고의 스타이기도 했던 찰스 브론스의 영화는 시대상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더욱 영화가 가족을 잃은 주인공이 공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홀로 악당들을 처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른 이들은 거부당한 극장에 클로드가 내민 티켓을 내고 들어갔지만 극장 안에는 영화 대신 무대에는 취조실을 옮겨온 듯했습니다. 무대에는 한 여인이 잡혀 있었고, 취조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 여성은 대위도 아는 인물입니다. 자신과 같은 공산당의 지시를 받는 스파이였기 때문입니다.

 

그가 그렇게 체포된 이유는 자신이 건네기로 했던, 숙청되어야 할 모든 비밀경찰 자료였습니다. 이는 모두 대위가 직접 장군의 방 캐비닛에서 찍은 자료들이죠. 그리고 우편함에 넣은 것도 대위 자신이지만, 부하들이 공산당 스파이를 탐지하고 그렇게 체포되었습니다.

 

체포된 이는 대위를 불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보호하려 노력할 뿐이었죠. 극장 무대를 배경으로 취조하는 과정과 이를 지켜보는 대위와 장군, 그리고 CIA 요원 클로드(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모습은 기묘함으로 다가옵니다.

쿠팡 플레이에서 단독 방송 중인 동조자
베트남 전쟁에 미군은 개입했지만 패망했습니다. 그 과정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많습니다. 그리고 전쟁에 초점을 맞춘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전쟁보다는 이후의 이야기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사이공이 함락당하는 상황이 되자 미군 공군기를 통해 탈출하려는 이들이 줄을 서기 시작합니다.

 

장군은 자신들의 가족과 부하들을 데리고 탈출에 나서고 그 과정을 담는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탈출을 앞두고 폭격이 시작되고, 그런 과정에서 본의 아내와 아이가 사망하고 맙니다. 이 죽음에 오열하는 본과 대위의 모습과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이륙하려는 비행기의 대비는 향후 벌어질 이들의 운명을 예고했습니다.

 

대위는 공산당이 승리한 베트남에서 나라를 위해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치과의사이자 의형제이기도 한 만은 장관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말로 대위가 미국으로 가기를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탈출하다 친구 아내와 아이의 죽음을 목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베트남 국기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빨간색을 적절하게 배합하며 분위기를 이끈 첫 회는 박찬욱 감독의 진가를 엿보게 했습니다. 첫 해외 드라마였던 2018년 BBC의 '리틀 드러머 걸'에 비해 더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취향의 문제지만 '동조자'가 내세운 아이러니, 패러독스, 부조리가 절묘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스파이 드라마 동조자 포스터
박찬욱 색깔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동조자'는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쿠팡플레이를 통해서만 볼 수 있습니다. 총 7부작으로 준비된 이 작품에 대한 해외 매체의 호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박찬욱이 연출한 3회까지는 좋았지만 이후 회차는 아쉽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후 이야기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더 궁금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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