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와 이고은의 러브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2회 연장을 감행한 <드라마의 제왕>은 아쉽습니다. 분명 앤서니와 이고은만이 아니라, 강현민과 성민아의 러브 라인이 강해지며 재미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문제는 러브 라인 강화에 힘을 들이다보니 초반 관심을 받았던 가치를 모두 잃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깝습니다.
드라마 제왕 사랑 위해 제왕의 자리마저 버렸다
초반의 위기를 넘어 순탄한 길을 걷기 시작한 앤서니와 월드 프로덕션은 최고의 기회를 잡게 됩니다. 재벌이 지원해 세계적인 제작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는 점은 일생일대 최고의 기회로 다가옵니다. 나락으로 떨어졌던 그가 안정적인 지원을 통해 최고의 제작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사실은 로또 당첨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앤서니를 둘러싼 이고은과 성민아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러브 라인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반가운 시간이었을 듯합니다. 성민이가 이미 자신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것과 달리, 이고은에 대한 사랑은 엇갈림 혹은 상대가 상대의 감정을 확인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옥상에서 자신을 좋아하느냐고 묻는 앤서니의 기에 눌려 아무 말도 못하던 고은은 앤서니가 돌아가고 나서 자신의 심정을 고백합니다. 고은의 좋아한다는 고백을 듣게 된 앤서니에게 현재까지의 모습은 특별함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드라마가 방송되는 상황에서 연애 감정을 가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앤서니의 이런 감정은 제작 피디인 주동석이 막내 연출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분노하는 모습에서도 그가 가지고 있는 공과 사는 분명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개입시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강현민과 성민아의 러브라인이 만들어지며 앤서니와 이고은과는 전혀 다름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연애 감정이 전혀 없던 둘이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열애설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실제 연예인들의 러브 라인의 생성과정을 보는 듯합니다. 같이 한 작품에 출연해 서로 이질적인 관계에 있던 이들도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어느 순간 서로를 사랑하는 관계로 변하게 되는 과정은 충분히 그럴 듯하니 말입니다.
장난기만 가득한 강현민과 앤서니만 바라보는 성민아가 연인이 될 가능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15회는 중요했습니다.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만들어진 열애설에 극구부인 하던 그들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가장 큰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강현민이었습니다.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보기도 힘든 속물근성만 가득한 그가 한우 광고를 찍기 위해 성민아에게 제안을 하고, 그 제안을 통해 돈벌이인 광고 촬영이 가능해졌습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성민아를 이용하던 강현민은 조명을 받은 성민아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자신을 휘어 감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성민아 뒤에 조명이 마치 그녀가 내뿜는 독특한 아우라라도 되는 듯 황홀해 하는 강현민의 표정은 그가 조만간 성민아만 바라보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저 강현민의 짝사랑 정도로 생각하는 성민아에게도 변화는 찾아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앤서니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성민아가 마음을 접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앤서니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할 재벌 회장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자신의 고백에 대한 답변도 듣기로 했던 중요한 그날 앤서니는 약속을 어기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제작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자신이 듣고 싶었던 대답도 들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성민아가 앤서니에 대한 일방적인 감정을 접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사랑에 대한 감정이 건조하기만 했던 앤서니가 점점 사랑이라는 감정에 깊숙하게 들어서게 만든 존재는 바로 이고은이었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만나왔던 이들과 달리, 순수함을 간직한 그녀에게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여자로 보이지 않던 그녀가 갑자기 여자로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앤서니는 그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대본 변경을 위해 회를 소집하고 그 회의를 통해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가 중요하게 다시 재구성되면서 칩거한 채 대본을 쓰는 이고은. 그런 고은을 돕기 위해 나선 앤서니는 사랑이라는 가치에 대해 대립을 하면서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던 사랑이 이고은을 통해 발현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러브레터'의 감성에 깊이 빠진 고은과 그런 고은의 눈물을 보면서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앤서니.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를 사이에 두고 고은과 앤서니의 감정 선을 건드리고 새로운 전개로 이끌어가는 과정은 흥미로웠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하염없는 우는 고은을 보면서 갑자기 자신도 주체하기 힘든 사랑이라는 감정에 휩싸이게 된 앤서니. <경성의 아침>에서 주인공들이 사랑을 위해 꿈을 버리는 과정에 대해 치열하게 대치하던 앤서니와 고은은 그들의 현실 속에서도 동일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몸 관리를 하지 못해 감기가 들었던 고은이 쉬지도 못한 채 대본 작업을 하다 쓰러진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앤서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만남을 앞둔 상황에서 그는 쓰러진 이고은을 위해 자신의 꿈을 버리고 맙니다. 다시 찾아올 수도 없는 최고의 기회를 이고은을 위해 포기해버린 앤서니는 분명 사랑의 포로가 되어 있었습니다.
<경성의 아침>에서 고은의 대본을 보면 "세상에 꿈을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하는 이는 없다"고 단언했던 앤서니가 자신이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버린 채(아니 기억도 하지 못할 정도로) 고은을 업고 병원으로 뛴 앤서니의 모습에서는 강한 사랑의 기운이 넘쳐났습니다. 사랑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한 남자가 바로 <경성의 아침> 남자 주인공이 아닌,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게 되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성민아에게 자신이 고은을 좋아한다고 밝히며 이들의 삼각관계는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들의 삼각관계가 끝나면서 <드라마의 제왕>에 남은 것은 앤서니와 이고은의 러브라인이 어떻게 완성되느냐는 문제입니다. 이미 앤서니가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막힌 상황에서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사랑 밖에는 없습니다.
사랑을 위해서 자신이 품어왔던 꿈까지 포기한 앤서니. 그들 앞에 남겨진 운명은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앤서니가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시력 상실 가능성이 엿보였다는 점에서 지독한 진부함으로 빠져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와는 달리, 러브 라인이 강해지면서 진부한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드라마의 제왕>은 안타깝게도 사랑을 얻기 위해 제왕 자리를 모두 놓치고 말았습니다.
사랑 이야기를 강화하기 위해 2회를 연장한 <드라마의 제왕>이 과연 남은 시간에 어떤 이야기로 진부를 버리고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전해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김명민의 탁월한 연기력과 정려원의 새로운 매력이 흥미롭게 다가온 드라마. 드라마 제작 과정의 문제점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많은 이들의 애환을 그려냈던 <드라마의 제왕>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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