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기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의 제왕>은 분명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김명민이라는 연기자가 출연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이 작품은 드라마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정면에서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4회에서는 잘못된 제작관행과 드라마 작가의 애환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신의 논란과 최희라 발언을 그대로 담아낸 드라마의 제왕
드라마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성공 시 떨어지는 결과물이 거대하다는 의미입니다. 출연하는 배우에게 거액의 돈이 들어가고 이를 통해 판을 키우는 제작 환경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드라마의 제왕>은 그래서 흥미롭기만 합니다.
신의, 출연료도 지급하지 못하는 환경을 꼬집다
<드라마의 제왕> 바로 전에 방송되었던 <신의>는 방송이 끝난 후에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출연자들에게 미지급된 출연료로 인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방송사에서 방송되었던 전작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듯한, 이 드라마 속 '출연료 미지급 사건' 언급은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100억이 훌쩍 넘는 금액으로 만들어진 <신의>는 하지만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임금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는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드라마의 제왕>속에 등장하는 새로운 개념의 사극인 <경성의 아침>이 100억을 들인 드라마라는 점에서 더욱 <신의>와 비교가 되는 대목입니다.
앤서니가 <경성의 아침>을 통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방송국 편성이 되어야만 합니다. 야쿠자인 와타나베와의 약속을 어기는 날은 자신이 죽는 날이라는 점에서도 그에게 이번 작품 편성은 중요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그에게 편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드라마 성공을 위해서라면 부모도 팔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앤서니에게 못할 것이 없으니 말입니다.
편성 조건으로 내걸었던 강현민을 어렵게 계약으로 이끌어 방송국을 찾은 앤서니는 겨우 편성권을 따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그에게 닥친 어려움은 첩첩산중이었습니다. 편성은 되었지만, 편성국장의 공식 확인서를 받지 못한다면 와타나베 투자금을 받을 수 없는 앤서니는 은밀한 제안을 합니다. 일상이 되어버린 뒷돈 거래를 통해 공식 확인서까지 받은 앤서니는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편안해진 그에게 절망은 곧바로 찾아왔습니다. 자신이 뇌물을 받친 편성국장이 검찰에 구속이 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골프 연습장 락커에 들어가 있는 뇌물이 걸린다면 앤서니의 운명도 끝이라는 점에서 그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은 앤서니를 그 누구보다 증오하고 미워하는 제국의 오 사장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편성권이 월드의 앤서니에게 넘어가자, 편성국장의 비리를 모두 알고 있는 오 사장은 검찰에게 편성국장을 넘겼습니다. 그런 과감한 도박을 한 이유는 앤서니가 연루되어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제보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앤서니는 간발의 차이로 뇌물을 거둬들여 위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은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과거 외주제작사와 편성국장 혹은 해당 피디들 간의 돈 거래는 일상이 되었었고, 심지어 성상납까지 이어지는 관계였다는 점에서 4화 등장한 장면은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편성국장이 요구했던 현금 통장에서 드러난 '출연료 미지급 사태'는 비단, <신의>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드라마 제작사가 떠안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제작에 필요한 자금도 확보하지 않은 채 투기라도 하듯 진행되는 드라마는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민폐가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중반을 넘어가며 제작비 조달에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곧 드라마에 올 인하기 힘들게 하며 완성도는 무너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드라마는 당연히 시청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무조건 남발하는 거액의 드라마 제작의 허를 <드라마의 제왕>은 흥미롭게 잘 꼬집었습니다.
최희라 논란, 신인 작가의 애환을 비틀어 이야기 하다
어렵게 <경성의 아침>을 편성시킨 앤서니에게 힘든 일은 지속적으로 이어집니다. 강현민을 어렵게 계약했지만, 편성국장의 요청에 의해 작가인 이고은을 계약해지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앤서니가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고은 작가의 몫이었다는 점에서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만, 앤서니에게 이런 일은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드라마를 만들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그에게 작가 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 말입니다.
수상 경력도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도 없는 신인 작가가 드라마 데뷔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극중 이고은 작가의 고통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밖에는 없었을 듯합니다. 극본에 참여하는 장항준 감독의 경우 스스로 너무나 절실하게 깨달았던 일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현실적으로 잘 그려진 듯합니다.
공교롭게도 이 내용이 방송되던 날 <골든타임>의 작가인 최희라 인터뷰가 크게 논란이 되었습니다. '완장을 찬 돼지'라는 발언으로 출연했던 주연배우를 비난하는 그녀의 인터뷰는 거대한 후폭풍으로 이어졌으니 말입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 발언에 대해 분노하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이야기의 구성보다는 배우의 연기력을 더욱 흥미롭게 봤다는 설정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드라마의 제왕>에서는 신인작가의 힘겨움을 담고 있지만, 드라마의 전체 틀 자체가 제작자와 작가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최희라 작가 논란은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경성의 아침>의 주연 배우인 강현민이라는 인물이 그저 인기만 많을 뿐 무식하고 돈만 밝히고 발연기를 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이 작품은 철저하게 작가의 시각이 그대로 투영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최희라 작가의 인터뷰처럼 노골적인 이야기가 거론될지 알 수는 없지만 현재의 흐름이라면, 분명 '완장 찬 돼지'라는 존재는 배우를 지칭하는 확고한 신념처럼 그려질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물론 최 작가 논란으로 인해 이런 식의 이야기 전개가 등장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현재까지의 흐름이 제작자인 앤서니와 작가인 이고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으니 말입니다.
회당 수천 만 원을 받는 특급 드라마 작가의 세계와 수백억이 들어가는 드라마 제작 현장을 그대로 담아내는 드라마인 <드라마의 제왕>은 드라마를 통해 드라마 이면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공교롭게도 최 작가의 논란 발언이 더해지며, 드라마 속에 등장한 신인 작가의 애환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드라마의 제왕>은 흥미롭습니다.
편성국장이 구속되고, 새로운 편성국장으로 앤서니를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강직한 남운형이 올라서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당당하게 국장실을 찾아 신인작가로서 패기를 그대로 보여주었던 고은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남 편성국장의 역할은 중요하게 다가오니 말입니다. 더욱 더러운 방식으로 드라마 제작을 하는 앤서니에 신물이 나있던 남 국장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방법이 고은을 다시 드라마 작가로 모시는 일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앤서니와 이고은의 대립은 더욱 흥미롭게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앤서니와 오진완 사장의 대립 관계와 앤서니와 이고은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궁금합니다. 이런 관계의 틀 속에 새로운 편성국장이 된 남운형의 역할은 <드라마의 제왕>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드라마 제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에 어떤 답변을 통해 결과를 유추해 낼지 궁금해집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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