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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뜻밖의 여정-나영석 사단의 스타일이 아직 지겹지 않다

by 자이미 2022.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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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사단이 윤여정과 이서진을 내세운 새로운 예능을 선보였습니다. 이 첫 문장에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나영석 사단의 예능이라는 점에서 과연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는 있을까 하는 우려 아닌 우려가 존재했습니다.

 

김태호 피디가 tvN에서 이효리를 내세워 '서울 체크인'을 방송 중이지만, 티빙 가입자를 위한 서비스라는 점에서 접근에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나영석 피디의 '뜻밖의 여정'은 케이블 공개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천재라 불린 두 피디의 명함이 달라져 보입니다.

윤여정이 오스카 시상자로 나서는 과정에 합류하며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점에서 특별할 수는 없습니다. 이 형식의 특별함은 바로 윤여정 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나영석 사단 예능을 보셨던 분들에게는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형식의 일관성이 대중에게 인정받으면 스타일이 됩니다. 그런 점에서 나영석 사단의 사골같은 형식이 스타일로 굳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합니다. 예능과 다큐의 미묘한 지점에서 제작진들이 자유롭게 개입하는 형식은 '1박2일'에서 시작되어 현재로 진화해 굳어졌다고 볼 수 있죠.

 

영혼의 단짝이 되어버린 이서진이 이번에는 윤여정의 미국 일정을 돕는 매니저가 되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윤여정과 여행을 함께 하며 돈독함을 쌓았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익숙했죠. 익숙함은 자연스러움을 낳기도 하지만, 부정적 시각을 키우기도 합니다.

 

매니저라고 하기에는 모순이 큰 이서진의 등장에 윤여정은 현실과 예능 사이 미묘한 지점에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미국 일정을 돕는 현지 매니저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서진은 철저하게 예능을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밖에 없겠죠.

 

뉴욕에서 이서진의 모습을 함께 한 나영석 피디는 이번에는 LA에서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뉴욕이나 엘에이나 다르지 않는 소나무 같은 취향을 보였다는 것이죠. 뉴욕대 출신으로 현지 설명하던 이서진은 엘에이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인 타운의 맛집들을 언급하는 이서진은 한결같았습니다. 이서진이 무슨 매니저냐며 타박하기는 하지만 윤여정도 그의 등장이 반가웠죠. 윤여정을 만나기 전 능숙하게 식당 예약을 하고, 거처를 옮기는 과정에서도 농익은 이들의 호흡들이 잘 드러났습니다.

 

매니저라 하기는 애매한 이서진의 역할은 '꽃보다 할배'나 '윤식당'과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전형적인 매니저라 부르기는 힘들지만, 누구보다 윤여정을 잘 아는 이서진의 모습은 편안함을 선사했습니다. 윤여정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아는 이서진의 모습에 나 피디가 깜짝깜짝 놀라는 모습도 재미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윤여정이란 배우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언급하며, 과거의 그를 바라다보는 과정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연기 열정을 볼 수 있었던 윤여정의 이야기는 드레스 이야기로 넘어가기도 했죠.

 

여배우라는 점에서 시상식 무대에 설 일도 많은 그에게 드레스 협찬이 없어 직접 구매해야 했던 상황들은 지나니 흥미로운 추억이었습니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샤넬이 직접 의상을 보낸 것을 보면 극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되었지만, 드레스 후원이 없어 집에서 가져와 입어야 했다는 이야기는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오스카는 '자본주의의 끝'이라는 윤여정의 말 속에 모든 답이 들어 있었습니다. 투자 대비 효과를 따질 수밖에 없는 그들에게 조연상 수상자는 별 의미가 없었을 테니 말이죠.

깐느 영화제에서도 가지고 간 드레스가 레드카펫과 어울리지 않는단 지적에 현지에서 직접 드레스를 구매하기도 했다고 하죠. 자신의 카드로 구매한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오른 윤여정의 모습은 당당함 그 자체였습니다.

 

한국에서 배우로 인정받게 된 것은 20년 후라는 윤여정의 말 속에 그의 고단함이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데뷔작인 '하녀'로 국내외에서 엄청난 성과를 얻었지만, 이후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죠. 결혼과 이혼, 그리고 미국에서 생활과 모든 것을 접고 들어와 배우로서 삶을 살아가는 그 모든 과정이 하나의 영화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미국 현지에서 윤여정을 돕는 이들은 모두 쟁쟁한 인물들이었죠. 오랜 시간 인연을 맺어왔던 존재들이라는 점에서 윤여정의 삶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고, 이를 통해 인연을 이어가는 윤여정의 삶은 그래서 더욱 멋지게 다가왔습니다. 

 

뻔하기는 했지만, 나영석 사단의 예능에는 그들만 할 수 있는 스타일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스타일이 여전히 괜찮았습니다. 익숙함이 지겹지 않은 것을 보면, 여전히 나영석 사단의 예능의 힘이 존재하는 듯합니다. 이서진과 윤여정의 호흡이 어떤식으로 드러날지, 그리고 윤여정의 미국 생활이 어떤 식으로 드러날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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