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땅끝마을의 왕 할머니가 사망했다. 힘겹게 버틴 이유는 딸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딸이 돌아오자, 말문이 트였다. 남편의 사망 후 목소리를 잃었던 어머니는 막내딸을 보자 침묵할 수밖에 없던, 목소리가 나왔다.
용태가 비밀을 상대에게 말하며 단체전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숨기고 있던 해강의 부상 사실이 알려지며, 집중적인 공략을 받았고 그렇게 패하고 말았다. 메인 학교가 될 수 없었다. 이 사건 직후 해강은 괜찮다고 하지만 화가 많이 나 있을 수밖에 없다.
용태 역시 가장 친한 친구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사실과 함께, 팀을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벗어던지기도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해강의 마음을 열어준 것은 왕 할머니였다. 엄마가 만든 음식에 아이들은 기겁했지만, 이웃에 나눠주기로 했다. 해강과 엄마 영자는 너무 닮았다.
왕할머니네 집에 음식을 주러 해강은 자처했다. 귀신을 무서워해 화장실도 혼자 못가는 애가 혼자 나서는 것을 보면 아직 용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렇게 다른 아이들은 거부하는 상황에서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 세윤이 자처해 해강과 함께 왕할머니 집을 찾았다.
우울해 있는 해강을 보고 왕할머니는 말해보라 한다. 자신은 말을 하지 못하니 소문을 낼 수 없다고 하자 해강은 남들에게 하지 못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세윤은 자신의 비밀을 들어도 괜찮다는 말과 함께 용태에 대해 남겨져 있는 감정을 토로해냈다.
신 여사가 들어오자 모든 상담을 딸에게 넘겼고, 그는 해강에게 좋은 해법을 알려줬다. 과거 자신의 어머니가 아버지 돌아가신 후 갑자기 이야기를 하지 못해 몇 년 동안 집 밖에도 나오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남편의 죽음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란다.
그런 어머니를 보고 있던 신 여사는 방법을 생각해냈는데 그건 소문을 내는 것이었다. 동네 사람들에게 어머니가 말을 못한다는 사실을 알리자, 처음에는 화를 내고 때리며 울기까지 했지만, 며칠 지나 고맙다고 했다고 한다. 몇 년 동안 말도 못 하고 힘들었지만, 모두가 알게 되자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해강에게도 똑같은 상황이다. 부상 사실을 속이려 노력했지만, 그건 그저 해강과 동료들에게만 힘겨운 일이다. 차라리 부상 사실을 알리고 대안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해강이다. 자신의 문제를 풀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세윤은 해강에게 질문을 했다.
왜 자신은 비밀을 들어도 되는 사람이냐고 했느냐는 질문이다. 답은 정해져 있지만, 해강은 소체에서 우승하면 말해주겠다는 말은 서로가 알고 있는 그 단어를 미루겠다는 의미다. '진실의 버드나무'에서 만남 해강과 용태는 모든 것을 털어놓고 다시 친한 사이로 돌아갔다.
해강은 형처럼 듬직하게 은호도 용서해 주라며, 용태는 운동부 후배가 아니라 친동생 같다는 말로 상대를 울리기는 했지만, 그렇게 해강도 성장 중이었다. 개인전에서 해남 서중은 3명이 모두 승리했다. 마지막 한 자리를 두고 하필 해강과 인솔이 대결을 펼쳐야 했다.
아이들은 인솔에게 포기하도록 해달라고 했지만, 윤 코치는 그런 일은 없다고 했다.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해야 한다고 했고, 인솔 역시 자신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눈 부상 중인 해강으로서는 인솔과 경기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마지막 매치 포인트까지 간 상황에서 인솔이 기회를 잡았다.
마지막 공격이 살짝 선을 넘으며 승자는 해강이 되었다. 인솔의 인생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해강이 승자가 되었다. 경기 후 학교 앞에 있던 아버지 차를 타고 빨리 가달라고 이야기하는 인솔은 그렇게 아버지 앞에서 펑펑 울었다. 아빠가 힘을 써서 자신도 친구들과 함께 소체에 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인솔은 서러웠다.
인솔은 마지막 순간 손목을 틀어서 일부러 졌다. 해강을 위한 인솔의 배려였다. 뛰어난 전략가인 인솔은 부상을 당한 해강을 이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본선 경쟁력을 생각해보면 당연히 해강이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마지막일 수도 있는 경기를 여기서 마쳐야 한다는 것이 힘겹지만, 팀과 해강을 위한 선택을 했다.
소체에 나가는 선수들 훈련은 단체전 승자였던 화순 오성중의 천 코치의 몫이 되었다. 윤 코치에게 체육관에 오지도 말라고 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폭력 교사이자, 뒷돈 받기에만 집착하는 이 한심한 자가 아이들을 옥죄기 위함이었다.
협박하듯 불러낸 은호 어머니가 건넨 봉투에 반색하다, 그 안에 시장에서 일하며 번 구깃한 돈 10만 원이 담긴 것을 보고 분노했다. 자신을 어떻게 보고 그런 짓을 했냐는 것이다. 그렇게 체육관에 오자마자 은호에게 화풀이를 하는 천 코치는 10년 전 벌어졌던 문제의 사건 당사자였다.
사건 이후 해외로 나갔다 최근 돌아온 자가 바로 아이들에게 폭행을 한 인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윤 코치는 왼쪽 눈 위에 상처가 있다는 말에 천 코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팽 감독에게 연락을 하라고 전하며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그가 도착한 체육관은 공포 분위기 그 자체였다. 편부모라며 조롱하고 말도 안 되게 핍박하더니 용태와 은호에게 폭력을 행사하려는 순간 윤 코치가 막아세웠다. 그리고 하얀 늑대가 아니라 천 코치가 범인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자신이 아이들을 폭행했고, 이를 막던 배 감독은 협회 사람들의 협박으로 모든 것을 책임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천 코치의 학교 선배들이 협회에 있었고, 백 감독이 대신 책임지지 않으면 학교 배드민턴부 자체를 해체시키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 하얀 늑대 썰의 실체였다.
이번에도 천 코치는 자신을 막으면 협회 사람들이 도와줄 것이라 했다.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해질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자 아이들을 볼모 삼아 함께 죽겠다고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 현장에 도착한 것은 하얀늑대였다.
배드민턴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생각했지만, 해남 서중의 감독이라는 사실은 몰랐다. 그렇게 천 코치의 만행은 모두 끝났다. 그리고 학교 선배이자 협회에 있던 자들 역시 이번 기회에 모두 퇴출되었다. 학연 지연으로 만행을 부리고도 무사했던 자들에 대한 정의라는 점에서 반갑게 다가왔다.
해남 땅끝 마을의 왕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아침부터 힘들게 목숨을 유지한 이유는 함께 사는 막내딸을 보기 위함이었다. 엄마가 먹고 싶다는 풀빵을 어렵게 사서 돌아오던 신 여사는 전화를 받고 급하게 집으로 향했다.
딸의 손을 잡고 힘들게 눈을 떠 딸을 보면서 그동안 말을 하지 못했던 왕 할머니는 "내 딸 밥은 먹었니? 법 절 챙겨 먹어. 미안하다 엄마가 미안해"라는 말을 남기고 이별을 고했다. 남편의 사망 후 말을 잃었던 어머니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 말을 찾아 막내딸에게 위로를 남기고 떠났다.
아이들에게 초상집은 이상했다. 왕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음식과 술을 마시기에 바쁘다. 이런 사실이 이상했지만, 가족들은 달랐다. 왕 할머니의 자식들이 도착하자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망자를 보내는 가족들을 서럽게 울 수밖에 없지만, 이를 보내는 사람들은 그들이 외롭지 않게 응원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큰 재산을 모은 왕 할머니의 유산 문제부터 꺼내고 든 형제들이다. 이런 황당한 상황에 모든 것을 정리한 것은 도시 부부들이었다. 장례를 준비하고, 가족들에게 연락을 한 것도 바로 도시 부부들이었다. 그들은 형광등을 고치러 왔던 날 왕 할머니의 부탁으로 이런 상황을 대비해 유언장을 작성했다.
모든 재산은 마지막까지 함께 산 막내딸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막내딸은 해남 서중 배드민턴부의 망가져 움직이지 않는 차를 바꿔주고, 많은 사람들이 와서 살 수 있도록 집을 내주고, 땅도 빌려주게 되었다. 마을의 발전을 위한 용단이었다.
가장 일을 많이 했던 도시 부부에게는 아무것도 준 게 없다고 했지만, 그들에게는 평생소원이었던 아이가 잉태되었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소식에 부부들은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장례식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신 여사는 어머니가 준비해둔 동치미를 보고 서럽게 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곧 떠날 것을 알고 준비한 것이다. 형광등을 갈고, 들뜬 장판을 정리한 것 역시 딸을 위함이었다. 어머니의 마음을 다시 확인한 딸은 홀로 서럽게 울 수밖에 없었다. 그게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딸은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반찬을 가지고 온 도시 부부의 아내는 자신의 이름이 신필자라고 했다. 아들도 없는데 이름이 이 모양이라 했다. 그러자 신 여사 역시 자신의 이름은 신송희라 했다. 시골에서는 이름을 부르지 않는데, 이렇게 이름을 말하게 되어 좋다고 했다. 그리고 필자는 언니라 부르고 싶다고 했고, 송희는 즐겁게 받아들였다.
영자 어머니 역시 딸이 중요한 대회를 앞두자 자신의 병세가 악화되는 것을 숨겼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서 행복했던 영자는 어머니가 사망한 것을 국내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이런 금메달이 무슨 의미냐며 서럽게 울던 영자는 왕 할머니 장례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 역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이제는 사라져 가는 오래된 전통이 <라켓소년단>에는 제대로 드러났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이웃이자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들은 그래서 반갑게 다가왔다. 모두를 긍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가 되찾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다. 왕 할머니는 그렇게 위대한 유산을 남긴 셈이다. 여기에 강승윤이 해남 서중의 전설적인 선수인 강태선으로 등장한다는 점도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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