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로드 넘버원 20회-드라마는 무엇을 남겼나?

by 자이미 2010. 8. 27.
반응형
20부작의 전쟁 드라마 <로드 넘버원>은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요? 이제는 식상하다는 표현을 들을 정도로 인정받기 힘든 전쟁물이 2010년 6.25 60주년 기념에 맞춰 영화와 TV에서 다양한 형태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다른 평가를 받은 이들은 누군가는 승자라기보다 전쟁이라는 가장 참혹함을 어떻게 다루었는지가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사전제작의 가능성과 반전의 메시지



영천교 폭파를 앞두고 북쪽에 남은 장우와 남쪽 측에서 파괴되어가는 다리를 보며 슬퍼할 수밖에 없는 수연은 그렇게 원했지만 함께 살 수 없었습니다. 60년 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낡은 돛단배를 단 배가 남쪽으로 건너왔습니다. 그곳에는 수척해진 노인 한 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60년 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절대 잊을 수 없었던 수연과 태호를 위해 생사를 걸고 바다를 건넌 장우는 너무 변해버린 대한민국의 모습에 만감이 교차합니다. 드라마에서도 사라져 버렸듯 장우의 기억 속에서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런 변화는 더욱 이질적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60년 만에 돌아와 퇴역 식을 마치고 장우는 마지막 순간까지 잊을 수 없었던 수연과 태호를 추억하며 자신의 고향으로 향합니다. 과거의 모습은 사라진 채 아무도 갈 수 없는 공간으로 변해버린 그 곳에 당시 서로를 갈라놓았던 영천교가 파괴된 채로 존재해 있었습니다.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또렷해지는 기억 속에 이젠 노인이 다 되어버린 태호가 휠체어를 타고 자신에게 다가옵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다리를 건너다 폭파와 함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태호는 마지막까지 장우와 함께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합니다. 그리고 미안해합니다.

장우가 살아 돌아올 것을 믿으면서도 이런 행복한 조우를 하지 못한 채 7년 전 숨진 수연을 대신해, 수연을 너무 닮은 손녀딸을 껴안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는 손녀딸을 바라보며 행복한 눈물을 흘리는 장우의 전쟁은 비로소 끝이 났을까요?

이 작품은 전체를 사전에 찍고 방송을 시작한 100% 사전제작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의 평가를 봐가며 이야기를 고쳐나가는 식이 아닌 제작진들이 처음 생각했던 것을 그대로 진행시키는 완성도를 높인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내 드라마의 특징 중 하나가 좋게 표현해서 인터랙티브이고 나쁘게 표현하자만 시청자들의 눈치를 보는 시스템입니다.

시청자들의 시청 평에 따라 일희일비하며 최초의 기획 의도와는 달리 갈지자를 그으며 진행되는 경우들이 많은 상황에서 사전 제작은 이런 병패를 모두 없앨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것을 다시 제작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철저하게 제작진들이 고민한 모든 것을 온전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을 수밖에는 없지요. 한번 틀어진 잘못을 이후에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작품의 완성도가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닌 이상 논란은 있을 수밖에는 없고 그런 논란을 되돌리기에 사전 제작은 취약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로드 넘버원>은 전체적으로 보면 성공적인 작품입니다. 전쟁 드라마가 가지는 기본적인 틀을 벗어나 감각적이 영상과 함께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인 배우들의 열연은 이 드라마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매회 등장하는 사건들은 전쟁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고민하게 해주었습니다.

20부작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을 끌어 오면서 지지부진한 전개 방식과 상투적인 표현, 작위적인 내용 등은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역시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가치였습니다. 전쟁을 유희의 도구 속에 담긴 소재가 아닌 반전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작품이었습니다.  

전쟁은 이기적인 인간들이 만들어낸 가장 지독한 살인 행위일 뿐이라는 점이 <로드 넘버원>에는 잘 담겨있었습니다. 무엇을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도 알 수 없는 그 전쟁은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요?

상처와 아픔만을 간직한 채 살아야만 했던 그들이 가질 수 있는 것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된 태호가 이야기를 하듯 "어린 친구들이 과거의 전쟁을 잊지 않고 기억해서 과거의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로드 넘버원>은 전쟁이라는 형식을 빌 어 전쟁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해주었습니다. 환상이 아닌 현실적의 전쟁이 얼마나 참혹하고 잔인한 것인지 그들이 보여준 전쟁에는 모두 들어가 있었습니다. 가장 추운 겨울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촬영에 임했던 배우들의 노고는 화면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여전히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소지섭의 존재감은 다시 한 번 최고였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존재를 확인하게 된 윤계상은 <로드 넘버원>이 자신의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듯합니다. 여린 이미지가 강했던 김하늘은 그 누구보다 강직하며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여인으로서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중견은 죽지 않는다며 나선 최민수와 손창민의 연기는 그들을 왜 자주 볼 수 없을까란 아쉬움을 던져줄 정도였습니다. 오랜 시간동안의 자숙 시간을 보내고 컴백한 최민수의 카리스마는 짧지만 아주 강력했습니다. 최고의 청춘스타에서 이젠 중년이 되면서 주연보다는 조연배우로 전락한 손창민은 까칠하면서도 부드러운 남자의 매력을 모두 보여준 손창민의 모습 또한 최고였습니다.

물론 주연급은 아니었지만 출연해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연기한 배우들의 노고를 허투로 볼 수도 없습니다. 아쉬움들이 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제작진 역시 새로운 역사를 작성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겁니다.

시청률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시청률이 높으면 좋은 드라마이고 낮으면 나쁜 드라마라는 이분법으로 바라본다면 웃기는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는 없겠지요. 물론 좋은 드라마가 시청률도 좋으면 좋겠지만 시청률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비록 기대와는 달리 낮은 시청률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 어떤 드라마보다 강한 메시지와 완성도를 보여주었던 <로드 넘버원>은 TV 전쟁 드라마에서 가장 오랜 시간 기억에 남을 작품일 듯합니다.
잔혹한 전쟁에서 숨져간 이들의 아픔과 슬픔과 함께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 또한 힘겨울 뿐입니다.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만으로 힘겨웠을 그들의 모습은, 전쟁이 잔혹하면 할수록 커다랗고 깊은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최소한 이 땅에서 60년 전 그때처럼 다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그들은 자신들의 아픈 과거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유익하셨나요? 구독클릭 부탁합니다^^;;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방송연예드라마스토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