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 정도면 범죄라고 불러야 할 듯하다. 길어야 4, 5부작 정도의 내용을 20부작으로 늘려 놓은 이 한심한 상황 속에서 오직 유승호를 볼모 삼아 시청자들을 농락하는 작가와 감독의 무자비한 횡포는 전파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용팔이>에 이어 <리멤버-아들의 전쟁>까지 시청자를 적극적으로 농락하는 SBS의 잘못된 선택은 '드라마 왕국'이라는 타이틀마저 흔들리게 한다.
유승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남궁민의 악역마저 한심하게 만드는 필력의 한계, 유승호 약탈하기만 존재한다
천재적인 기억 능력을 갖췄던 주인공은 이제 그 재능으로 인해 기억을 상실하는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 기억을 사용하면 할수록 기억이 급격하게 사라진다는 이 모진 설정은 철저하게 유승호를 담보로 시청자들을 고문하기 위한 장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다가온다.
탁월한 기억력을 갖추고 있다는 진우는 연일 헛발질만 하고 있다. 손 안에 남규만을 무너트릴 수 있는 증거들이 들어와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그저 남규만에게 자신이 증거가 있다고 확인만 하는 것을 시간을 끄는 형국은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리멤버-아들의 전쟁>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이야기가 재미있어서가 절대 아니다. 유승호에 대한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만든 결과다. 이 드라마로서는 너무 다행스럽게도 같은 시간대에 편성된 타 방송사의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최고의 대진 운까지 함께 했다는 말이다.
천하에 이렇게 악랄할 수가 없는 남일호와 남규만 부자의 악행은 끝이 없다.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모든 것을 쥐고 흔드는 그들에게는 거칠 것이 없다. 자신들을 거스르는 이들은 그저 죽이면 그만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몰락시켜도 법마저 돈으로 사들인 그들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다. 그저 돈이면 뭐든지 되는 세상이니 말이다.
서진우의 복수를 돕는 주변 사람들은 그래서 점점 늘어가기 시작한다. 막장급 행동을 하는 재벌가에 억울함으로 무장한 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들에게 복수하려는 이들이 늘어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이를 실행에 옮겨 제대로 된 복수를 하기 위한 수단은 사회적 힘을 가진 존재여야 가능하고 효과적이다. 그런 점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은 유익하다.
악랄한 존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듯한 남규만도 이제는 다람쥐 채 바퀴 돌듯 그 자리에서 맴돌 뿐 더는 매력적인 인물로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사람들 이끌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 앞에 등장해 겁이나 주는 것이 전부인 남규만의 역할론은 그래서 아쉽다.
자신을 배신한 곽 형사를 응징하겠다고 나선 자리에서 스스로를 신고한 곽 형사에게 욕만 듣고 끝난 이 허무한 복수 아닌 복수극은 민망하기까지 하다. 그럴 듯하고 멋진 반전이라고 작가가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왜 자꾸 이런 무리수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인지 의아할 정도다.
한심한 드라마의 전형 중 하나였던 시한부 인생을 끄집어 들여 신파로 흘러가기 시작한 이 드라마는 그래서 더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기억을 잃은 후 그를 책임질 인물들을 모으기에 여념이 없는 와중에 진우를 위한 눈물 자극 쇼도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그동안 존재감 없던 이인아와의 러브 라인을 급격하게 꾸리기에 바쁜 이 배를 짊어지고 산으로 뛰어가는 이야기는 답답하기만 하다.
눈물을 쏟아내고 쓰러지고 다치며 그 많은 상처들로 인해 널브러진 주인공을 통해 복수의 동력을 얻겠다는 작가의 안일함은 유승호 약탈하기나 다름없어 보인다. 뭐하나 제대로 된 복수 같은 복수도 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이제는 자신의 모든 기억을 잃어가기 시작한 진우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복수를 스스로 할 수는 없게 되었다.
아버지의 죽음도 잊은 채 자신의 과거 집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는 장면에서는 울컥하는 마음보다는 분노가 앞서게 한다. 더는 진우의 복수는 힘들어지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틀 속에서 진우와 동호가 하나가 되는 것은 이미 예고된 일이다.
<리멤버-아들의 전쟁>은 철저하게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틀에 갇힌 채 움직이고 있다. 남일호와 남규만 부자, 진우와 동호 부자, 조폭 두목인 석주일과 동호의 관계 역시 아버지와 같은 존재라는 틀 속에서 이어진다. 부자간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공통점도 유지하고 있다.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그대로 이어질 정도로 그들의 행동에는 큰 변화가 없다. 악랄한 남일호에게는 청출어람 할 듯한 악랄한 규만이라는 아들이 있다. 착하기만 한 진우와 아버지, 책임감이 강했던 동호와 아버지의 관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부자간의 이야기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의 모든 것인 듯 다가온다.
이 드라마 등장하는 여성들은 그저 맹목적인 존재들뿐이다. 선우를 돕는 사무장이나 여주인공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 하는 의문이 드는 인아도 그렇다. 남규만의 여동생 역시 무채색에 가까운 의미 없음은 여전하다. 맹목적으로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던 남여경은 몇 회만에 등장해 아버지의 악마와 같은 모습을 우연하게 엿듣게 된다. 이제 그도 진우 복수 대행 그룹의 일원이 될 채비를 갖춘 셈이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아들들의 행렬은 박동호로 인해 본격적으로 시작될 준비를 마쳤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렇게 죽어야만 했던 이유가 바로 남규만의 아버지인 남일호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동호는 본격적으로 복수에 나선다. 진우가 복수하겠다며 분노만 했지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것과 달리, 동호는 거침없이 복수를 위한 칼을 휘두를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주인공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 아버지의 죽음 후 자신을 돌봐준 조폭 두목인 석주일이 토사구팽을 당하며 박동호의 복수 동기는 두 겹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기억을 잃어가며 제대로 된 복수를 할 수 없게 된 진우를 대신해 동호가 전면에 나서고 그들 돕는 '반 일호그룹' 인물들이 복수극을 시작한다는 것이 <리멤버-아들의 기억>이 담고 있을 이야기의 전부다.
좋은 기억만 남겨두었으면 좋겠다는 사무장의 이야기처럼 이들은 기억을 상실해가는 진우를 위해 좋은 기억 심어주기 프로젝트를 감행하고 모든 기억들이 사라지는 순간 주변 사람들과 행복한 기억만 간직하고 웃는 진우로 귀결될 운명에 처해 있다.
특별한 존재였던 진우에게 시한부 판정을 내리고 제대로 된 복수도 하기 전에 박재를 시키는 이 한심한 작가의 행동은 분노를 유발한다. 그저 좋은 기억만 가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의 이 한심한 이야기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아하다. 문제의 막장 재벌은 법의 심판을 받게 하고 그동안 악행을 이어갔던 모든 이들이 철저하게 무너지게 만들면 그만이라는 작가의 일차원적인 사고는 시청자들에게는 분노의 이유가 된다.
유승호라는 인물을 약탈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철저하게 유승호를 위한 드라마로 시청률을 유지하는 드라마가 이제는 유승호 바보 만들기에 적극 나서며 억지 눈물을 강요하는 현상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역대 최악의 용두사미 드라마로 기록될 <용팔이>와 <리멤버-아들의 전쟁>은 SBS의 드라마 전체를 흔드는 뇌관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2015년에도 굵직한 드라마들로 큰 사랑을 받았던 SBS는 올 해 내놓을 예정인 드라마가 지난해보다 매력적이지 않다. 금수저 백만 개를 물고 태어난 신사임당의 이야기를 내세운 그들의 전략에도 의문이 가는 상황에서 자충수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진을 빼놓는 사이 탄탄한 필력을 가진 작가들이 포진한 다른 드라마로 채널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니 말이다.
유승호를 철저하게 농락하고 이용하는 <리멤버-아들의 전쟁>은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기 위한 교본과 같은 드라마다. 유승호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능력은 뛰어나지만 시나리오를 고르는 능력은 문제로 다가온다. 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영화처럼 망하지 않고 욕하면서도 보는 상황이지만 만약 이 드라마가 영화였다면 이 정도 흥행은 절대 불가였을 것이다. 유승호의 성공을 위해서는 좋은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능력 키우기가 우선되어야 할 듯하다. 그래서 유승호가 안타깝기만 하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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