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하게 시작된 과거와의 무전. 그 무전은 모든 것을 뒤바꾸기 시작했다. 과거가 변하며 당연하게도 현실도 바뀌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결국 의도하지 않았던 누군가를 궁지에 모는 이유가 되고, 더욱 복잡해진 사건은 근본적인 문제에 조금씩 다가서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나비효과처럼 퍼지는 과거 사건의 현재진행형, 범인은 버스운전기사 아들인가?
과거에 살던 이재한 형사로 인해 현재를 사는 박해영 경위는 15년 동안 풀지 못한 살인사건을 해결했다. 하지만 이후 무전에서 이재한은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총성과 함께 끝난 무전. 이후 재개된 무전을 통해 과거의 이재한 순경은 박해영 경위로 인해 8차 사건을 미수로 만든다.
이해할 수 없는 무전이 과거의 사건을 막았고, 그렇게 현재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해영은 두 눈으로 경험한다. 차수현이 전해주었던 과거 사건사진이 변하고, 자신이 적었던 사건 계보의 8차 사건이 미수로 바뀌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해영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자신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은 이 바뀐 사실을 진실로 믿고 있다. 변화를 감지한 것은 오직 자신 혼자라는 사실은 해영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 당혹스러움은 해영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기만 했다.
죽었던 사람이 살았다는 사실에 해영은 그녀를 찾아 주소지로 향한다. 하지만 이미 그곳에 와 있던 수현은 남편의 물세래 까지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렵게 살아남았지만 수시로 찾아와 과거의 사건을 들쑤시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살아남은 고통으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생존자. 그렇게 부인을 떠나보낸 후 독만 남은 남편의 분노는 너무 당연했다.
피해자 딸에 의해 생전의 그녀의 유품들을 보던 수현은 잊을 수 없는 그와 마주한다. 만약 당시 임신을 했던 엄마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자신도 엄마도 모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마워하는 그 사람은 바로 수현이 여전히 찾고 있는 이재한이다. 그리고 해영과 기묘한 무전을 하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해영으로 인해 8차 사건을 막은 재한은 현장에서 도망치는 범인을 추적했다. 골목들을 벗어나 대로가 나오고 버스가 도착하는 순간 검은 옷을 입은 자를 잡는데 성공한다. 반항하는 자를 압박해 경찰서로 이동한 재한은 자랑스러웠다. 연쇄살인마를 현장에서 잡았다는 생각에 들뜨기까지 했다.
해영의 덕으로 범인을 잡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무전을 한 재한은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재한이 잡은 범인은 진범이 아니며 곧 죽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사람이 죽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동일 시간에 다른 곳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재한이 잡은 범인은 경찰서에서 죽게 된다는 이야기는 황당하게 들렸다.
현풍역 철로에서부터 추격해 겨우 잡은 범인인데 진범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도 황당하지만 그 모든 사실을 박해영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지 의아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이 잡은 범인에게 간 재한은 경악스러운 상황을 목격해야 했다. 무전기 저편의 해영이 말했던 내용이 사실로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성동 대성슈퍼 앞에서 살해된 희생자와 경찰서 안에서 범인으로 오해받고 압송되다 간질 증세 악화로 숨진 시민. 그 일로 인해 담당 형사는 옷을 벗어야 했다. 재한은 시민을 살렸다는 이유로 겨우 파면을 면하기는 했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각인되었다.
박해영 경위를 찾기 위해 해당 부서에서 엎어치기를 선보이는 등 분노를 표출하지만 자신이 무전기로 소통한 그 인물을 그 안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좀처럼 그 존재를 알 수 없는 기이한 현실 속에서 오히려 재한은 연쇄살인마와 소통하며 실적을 올리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누명을 받고 갇히는 신세가 된다. 이 말도 안 되는 현실 속에서 조용하던 경찰서 안에서 언제나처럼 무전기는 켜지고 저 너머에서 박해영 경위의 목소리가 들린다.
유치장에 갇힌 채 재한이 들은 내용은 경악스러웠다. 무전기 너머의 해영은 자신이 2015년에 살고 있다며, 다음 피해자는 김원경이라는 여성이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그 범행 시간과 장소까지 이야기하며 정말 재한이 살고 있는 시대가 1989년이라면 꼭 막아달라고 한다.
해영이 말한 다음 피해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재한이 짝사랑하는 동사무소 직원인 원경이었다. 제대로 프러포즈 한 번 해보지 못했던 사람. 꼭 이번 사건을 해결하고 당당하게 데이트 신청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재한에게 해영의 발언은 경악스러웠다.
억울한 누명까지 쓰고 갇힌 상황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이 연쇄살인마의 다음 목표라는 사실은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여기를 빠져나가지 않으면 범행을 막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는 경찰을 거짓으로 유인하고 제압해 원경에게 달려간다.
그녀를 몰래 지켜주기 위해 따라가며 확인했던 그녀의 집으로 향한 재한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동사무소로 향했다. 그녀가 아무런 일도 없기를 간절하게 바라며 골목길을 빠져나가는 재한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과연 그는 그녀를 지켜낼 수 있을까? 그렇게 9차 살인을 막을 수는 있을까?
무전을 통해 과거의 피해자가 살아났다는 사실에 당황했던 해영은 수현에게 만약 과거의 누군가가 나에게 무전을 해왔다면 어떨 것 같냐고 묻는다. 수현은 엉뚱한 해영에게 자신의 속마음인 "소중한 사람을 지켜달라고 하겠지"라고 말한다. 어차피 해영은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수현은 여전히 재한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 사건만 해결하면 둘은 서로 사귈 수 있었다.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모든 것은 틀어지고 말았다. 재한이 사라진 것이다. 어디로 갔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수현은 그렇게 매년 미상의 사체 앞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하는 버릇까지 생겼다. 수현에게 재한은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사랑이었다.
해영은 무전을 통해 죽어야만 했던 피해자가 살아난 후 많은 것들이 변하기 시작했음을 깨닫게 된다. 그 변화 전에 정리했던 내용과 달리, 범인의 사냥터와 범행 날짜와 시간 등이 모두 변했다. 그동안 범인의 사냥터는 으슥한 곳이었다. 하지만 8차 사건이 실패한 후 살인의 속도가 빨라지고 장소도 번화한 곳으로 바뀌었다.
대성슈퍼 앞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이후 골목길에서 살인을 하는 등 범인의 살인 패턴이 급격하게 바뀐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수현은 중요한 단서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모든 피해자가 한 버스를 타고 다녔다는 것이다. 현재도 운행되고 있는 이 버스의 노선도를 살피면 모든 살인과 연결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95번 버스를 타고 있는 모든 이들이 죽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 상황에서 의아한 것은 버스를 운전했던 운전기사만은 이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구보다 정확하게 범인을 목격했을 운전기사만이 거짓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그 사건을 취조하는 현장에 있었던 김계철 형사 역시 재한에게도 해영이 했던 말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운전기사는 그곳에서 누구도 탑승하지 않았다는 말만 했다.
재한이 범인으로 오해한 시민을 체포하는 광경을 버스 안에서 목격한 버스 안내양은 그날 그렇게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그리고 범인이 탄 버스에 탑승했던 김원경 역시 다음 피해자가 된다. 이는 분명 버스에 범인이 탑승했다는 증거이고, 범행 대상을 그 버스 안에서 골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살해당한 버스 안내양의 친구 역시 그 범인을 목격했다. 하지만 경찰서 안에서 운전기사는 그곳에서는 아무도 타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했다. 왜 그는 거짓말을 했던 것일까? 수많은 프로파일러들은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20대 초반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버스 운전기사가 운전을 하는 도중에 사건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그 운전기사가 범인일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버스기사는 범인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버스기사가 범인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버스기사의 아들인지 아니면 가까운 친척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가 지켜주고 싶은 누군가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버스기사가 거짓 증언을 한 사실을 알고 있던 살해된 버스 안내양의 친구는 사건을 조사하는 와중에 살해당하고 만다. 26년 만에 과거 사건과 동일한 행태로 살인이 이뤄진 그 현장은 끔찍했다. 김계철 형사가 버스운전기사를 만나고 사건에 대한 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서 중요한 증인인 과거 버스 안내양의 죽음은 그래서 중요했다.
요양원에서 여전히 잘 살고 있다는 버스 운전기사. 현풍역 사건 이후 왜 범인은 폭주하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8차 사건을 목격한 버스 운전기사는 왜 거짓말을 했는지 의문만 커질 뿐이었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살인 방식과 당시 사용되었던 끈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과거 사건의 현재형이라고 판단했다.
과거와 달리 현재 벌어진 이 살인사거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죽기 전 상대를 묶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상대를 죽인 후 과거 사건과 동일하게 보이기 위해 피해자를 묶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범인도 나이가 들어 한 번에 제압할 수 없어, 우선 급습해 죽인 후 그런 행동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힘이 좋을 때와 달리, 이제는 상대를 제압할 힘도 약해졌을 수 있으니 말이다.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사건은 과거가 아닌 현재가 되었다. 수현은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과 현재 사건을 분리해 수사를 하지만 현재 사건의 범인을 잡으면 과거의 미제 사건을 풀어낼 수 있다는 확신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미제사건전담팀'은 처음으로 팀워크를 발휘해 증거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실제 현실에서 영구미제사건으로 더는 수사할 수 없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인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을 언급한 이유는 명확하다. 잔혹한 살인사건에 영구미제는 존재할 수 없다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전의 사건을 더는 수사할 수 없는 현실은 잘못되었다고 드라마 <시그널>은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범인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숨 죽인 채 평범한 시민인 것처럼 위장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살인에 미친 그가 평범해 보이지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수많은 다른 사건들을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강력 사건의 공소시효는 무조건 폐지되어야만 한다. 2000년 이전의 사건들까지 말이다. 그런 점에서 <시그널>의 사건 전개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재한과 해영의 무전 선후가 바뀐 이유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처음 무전을 할 때 과거의 재한은 현재의 해영을 알고 있었다. 역으로 해영은 재한이라는 존재를 알지 못했다. 이 이상한 상황은 다시 선후가 바뀐다. 과거로 거슬러 가면 재한은 해영에게 무전을 받으며 이 기묘한 상황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기묘한 무전이 <시그널>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해영과 재한의 이 기묘한 선후 관계의 해답은 재한이 이미 시간을 거슬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동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사실을 이야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간을 흘러 재한이 되돌아보니 해영이 자신에게 처음 했던 무전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15년 동안 풀리지 않은 사건을 해결하게 된 해영은 재한의 무전을 통해 이 기묘한 상황과 접했다. 1989년으로 돌아간 재한은 해영의 기묘한 무전을 통해 현재의 해영과 연결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관계는 더욱 기묘한 뫼비우스의 띠처럼 뭐가 앞이고 끝인지 모르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밝혀질 무전의 의미는 더욱 복잡하면서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과거의 영상은 마치 4:3 비율을 억지로 현재의 화면 비율로 맞춘 것처럼 이질적이다. 여기에 화사한 빛으로 과거의 영상을 그대로 살린 섬세한 연출이 드라마 <시그널>을 더욱 완성도 높게 이끌고 있다. 현재와 과거를 표현하는데 있어 보여 지는 영상의 차이를 극명하게 해내는 연출자의 집요함이 곧 지금과 같은 명작을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재한은 자신이 짝사랑했던 여인을 구해낼 수 있을까? 현재의 해영은 과거의 재한을 통해 풀리지 않은 사건들을 풀어낼 수 있을까? 아직 그 거대한 정체를 다 드러내지도 않은 <시그널>은 이미 손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흥미롭다. 단순한 범죄 드라마를 넘어서 사회적 함의까지 담고 있는 <시그널>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과거의 잊혀진 사건을 애써 끄집어낸 이유는 명확하다. 여전히 그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은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힘겹다. 어렵게 생존한 사람들마저 그 날의 기억이 현재의 자신을 지배하는 고통으로 인해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소시효로 인해 그들에게 면죄부가 부여되는 현실은 결코 그대로 볼 수 없음을 작가는 간절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역시 그런 메시지에 함께 공분해야만 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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