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드라마를 항상 표방해왔던 OCN이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인 <리셋>을 내놨습니다. 물론 새롭다는 기준이 아직은 모호하기는 합니다. 기억 추적 스릴러라는 명칭처럼 모든 것이 기억이라는 단어 안에 모든 것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억을 지배하고, 지배당하는 자들의 대결 구도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뱀파이어에 이은 최면술사 검사;
과거의 기억을 되찾으려는 차우진과 그 기억을 지배하는 승희와 은비
최면술로 상대를 압도하고 진실을 이끌어내는 차우진 검사는 최고의 에이스였습니다. 수많은 사건들을 해결해내는 차 검사는 서울지검의 특급 에이스입니다. 그런 그이지만 항상 악몽에 시달리고, 그런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정신과의사에게 심리 치료를 받지만 항상 결과는 미지수이기만 합니다.
지독한 고통 속에서 피 묻은 자신과 악몽 속에 항상 등장하는 여성과의 아프고 힘겨운 이별은 차우진을 고통스럽게만 합니다. 고통스러운 치료 속에서 답답함만 가지고 있던 그는 급하게 서울지검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벌 2세의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도저히 풀어내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하자 에이스인 차우진을 급하게 차출한 것이었습니다.
서울지검에서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차우진은 동료 검사가 48시간 가까이 심문을 하면서 풀지 못한 진실을 밝혀내기 시작했습니다. 재벌 2세답게 전인 부장검사를 변호사로 선임한 그는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지시받은 대로 유연하게 검사의 조사를 피해가기만 하던 그는 차우진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탁월한 최면술을 사용하는 차 검사 앞에서 재벌 2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무방비 상태에서 차 검사의 최면에 걸린 재벌 2세는 자신이 저지른 모든 범죄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는 차 검사 앞에서 모든 것을 털어놓으며 살인을 시인합니다. 취조실에서 차 검사가 조사를 하는 동안 밖에서는 다른 검사들이 전임 부장 검사를 막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미 모든 사실을 고백한 재벌 2세였지만, 전임 부장 검사 출신 변호사에 의해 재벌 2세의 살인사건은 '강박에 의한 허위 자백'으로 몰아 사건을 되돌려 놓으며 문제는 시작되었습니다. 재벌 아들은 살인을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나올 수 있는 현실은 적나라할 정도로 현실적이었습니다.
<리셋>에 등장하는 광폭한 살인마 재벌은 현실에서도 실제 있었던 사건이기도 합니다. 물론 잔인한 살인이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폭력을 돈으로 사는 한심한 재벌들의 행태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아들이 술취해 싸움을 벌이고 상대에게 맞았다는 이유로 골프채를 들고 조폭처럼 행동한 재벌가 회장의 이야기하는 한심함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런 자가 여전히 거대한 부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시간이 흐르며 자신의 잘못을 돈으로 감추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리셋>에서도 적나라함으로 드러났습니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돈으로 산 권력은 아들을 풀어줬지만, 이는 곧 살인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들의 죽음에 미친 재벌가 회장은 자신의 모든 권력을 동원해 살인과 연관된 모든 이들을 폭행하는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법의 힘이 아닌 오직 자신들의 힘으로 범인을 죽은 아들과 같이 죽이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차 검사가 직접 재벌 회장 앞에 나선 것은 자신 앞에 등장한 한 여고생 때문이었습니다.
악몽에서 항상 등장하는 그 여인이 실제 자신의 앞에 등장했다는 사실이 그를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 악몽인지 알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그녀를 발견하고 차 검사는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속적인 악몽 속에서 도저히 그 해답을 찾지 못하던 그로서는 그녀를 통해 진실을 찾을 것이라는 확신이 가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목격한 재벌2세의 개입은 상황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고교 자퇴 후 엉망으로 살아가고 있던 은비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해 교복을 입고 거리에 나온 것이 전부였습니다. 자신들에게 시비를 거는 아저씨에 강력한 니킥 한 방을 날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녀는 그것이 지독한 상황으로 처하는 일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재벌 2세인 김인석이 니킥을 맞고 잭나이프로 뒷목을 찔러 살해당한 사건의 가장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된 은비. 그런 은비가 범인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차 검사는 진범과 진실을 찾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 노력합니다. 마약과 살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은비는 부정할 수 없는 살인범이 되어야 했습니다.
스스로도 자신이 살인을 했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검사의 지시에 그저 시인한 은비는 무서워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최면술이라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차 검사는 은비를 통해 그녀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택시를 타고 도주한 그녀와 그런 그녀를 붙잡기 위해 뒤쫓던 김인석의 뒤에 있는 점이 크게 얼굴에 있는 남성이 범인이라 확신합니다.
점이 있는 남자가 바로 김인석이 살해한 여성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가 김인석을 살해한 진범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은비를 살리기 위해 직접 잔인하고 폭력적인 재벌 회장을 찾아 진범을 잡아내겠다고 설득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진범이 자수를 하겠다고 서울지검으로 찾아오며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철저하게 조정을 당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딸을 복수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대신 차 검사를 압박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그 범인은 행복했습니다. 딸을 죽인 재벌 2세를 자신의 손으로 복수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차우진만이 기억하고 있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범인을 보면서 차 검사는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악몽 속에서 들리는 이 노래가 어떻게 난생 처음보는 살인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소리에 경악하기만 합니다.
지독해서 스스로 잊고 싶었던 기억 속에서 자신이 꿈에서 살아있는 여인 승희를 위해 불러주던 자신의 자작곡을 누군가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름끼치는 일이었습니다. 이 지독한 고통 속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면서도 행복해하는 그 남성의 모습을 보면서 차 검사는 자신이 스스로 혹은 누군가에 의해 봉인되어 있던 기억이 풀려나기 시작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악몽으로 다가왔던 그 지독한 꿈들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었던 지독한 기억의 단편들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누가 차우진의 기억을 알고 있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자신을 압박하기 시작하는 미지의 누군가를 추적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기억을 지배하고, 기억을 찾아가야만 하는 <리셋>은 흥미롭게 전개되었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새로운 드라마로 부를 수는 없겠지만 기존 드라마와 다른 장르 드라마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웠습니다. 천정명의 등장도 흥미로웠지만, 더욱 기대하게 한 것은 바로 김소현이 보이는 1인 2역이었습니다. 과거의 기억 속에 살아가고 있는 승희와 질풍노도 17살 조은비의 전혀 다른 모습을 연기하는 모습은 흥미로웠습니다. 과연 그 기억의 대결 속에서 어떤 결말을 찾아갈지 기대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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