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노인이 다시 돌아왔다. 전편에서 생존신고를 했던 이 노인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궁금했다. 전편의 연장선으로 이어졌다면, 노인의 돈 백만 달러를 가져간 록키를 추적하는 이야기로 흘러가야 한다. 하지만 감독은 영특하게 전혀 다른 이야기로 흥미를 더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이야기의 시작은 도로였다. 불타는 집과 도로에 쓰러진 아이. 이어서 노인(스티븐 랭)이 키우던 쉐도우에게 쫓기는 어린 소녀. 로드 와일러를 따돌리고 차량의 총을 잡은 아이. 하지만 그런 어린 소녀의 입을 막는 노인의 등장은 섬뜩함으로 다가왔다.
다시 노인의 광기가 등장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 어린 소녀는 딸 피닉스(매들린 그레이스)였다. 전편에서 교통사고로 딸을 잃고 엽기적인 행동을 했던 노인에게 딸이 생겼다? 그건 앞서 등장했던 불탄 집 앞 도로에 쓰러져 있던 아이가 바로 피닉스였다.
이 상황은 노인이 피닉스에게 생존법을 알려주기 위한 훈련 과정이었다.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바라는 전직 네이비씰 대원이었던 노인은 피닉스를 위한 선택이라 생각했다. 학교도 가지 않고 고립된 채 살아가는 그들에게 유일한 소통자는 노인이 키우는 식물을 파는 헤르난데스(스테파니 알실라)였다.
어린 피닉스와 함께 시내에 나가 시간을 보내주는 헤르난데스는 피닉스에게는 언니같기도 하고, 엄마와 같은 존재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노인의 원하는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해 시내 구경을 나갈 수 없었지만, 헤르난데스의 말을 듣고 노인은 허가를 해줬다.
원칙에서 벗어난 행동은 부메랑이 되어 덮치고는 한다. 언제나처럼 식물 배달을 하는 동안 피닉스는 짧은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날은 놀이터에서 노는 또래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또래 친구들과의 놀이는 피닉스에게는 너무 즐거웠다.
쉘터에서 지내는 아이들을 부러하던 피닉스는 헤르난데스가 집으로 가자는 말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가기 전 화장실을 들른 피닉스 앞에 낯선 남성이 있었다. 자칫 섬뜩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아버지에게 단련을 받은 피닉스는 이 정도는 쉽게 받아넘길 수 있었다.
헤르난데스의 보호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간 피닉스. 아이를 데려다 주고 돌아가는 헤르난데스는 길을 막고 있는 차로 향한다. 화장실에서 피닉스에게 말을 걸었던 남자다. 헤르난데스 역시 군인 출신이다. 그리고 수상한 그 남자들 역시 파병을 나갔다 돌아온 자들이었다.
실랑이라기보다는 긴장감이 가득했던 짧은 대치를 정리하고 차로 돌아온 헤르난데스는 기습을 받고 사망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은 노인의 집을 기웃거리고 침입을 시작했다. 전직 군인들이 왜 노인의 집을 습격하는지 알 길이 없다.
전편에서는 거액의 현금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좀도둑들이 그곳이 지옥인지도 모르고 들어왔지만, 이들은 다르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유능한 특수부대원이었던 노인은 웬만한 성인 남성들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존재다.
본능적으로 집을 침입하고 폭력을 가하는 자들에 맞서는 노인은 여전히 강하다. 그들은 이 노인인 네이비씰 출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눈이 보이지 않다는 점에서 쉽게 생각했다. 그런 방심을 결국 스스로를 위기로 몰뿐이다.
아버지에게 단련을 받은 피닉스는 노련하게 침입자들을 피해 숨는 데 성공한다. 적들이 공격이 더욱 거세지자, 노인은 피닉스에게 지하 박스에 들어가라고 한다. 지하실이 어떤지 전편을 봤던 이들은 그 기억을 끄집어왔겠지만, 새로운 집 지하의 박스는 어린 피닉스를 보호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철제로 둘러싸인 그곳은 패닉룸과 같은 의미의 장소다. 누구도 밖에서 열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안전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적들 역시 만만한 존재들이 아니었다. 밖에서 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구멍으로 물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막힌 박스 안에 물이 가득 차면 죽는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노인은 딸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잘 훈련된 군인 출신인 이들은 과거 좀도둑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하다. 머리를 써야만 하는 상황에서 노인은 딸을 위협하는 자에게 가스통을 던져 무장해제시켰다.
가스가 찬 지하에서 총을 쏘는 것은 자살행위다. 그렇게 대결을 벌이던 노인은 역으로 폭파를 시켜 상대를 제압하고, 힘겹게 딸을 구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노인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들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노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피닉스였다. 그리고 노인은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화재가 났던 그 집. 그리고 도로에 쓰러졌던 아이. 바로 피닉스의 친부가 아이를 찾으러 왔던 것이다. 이들은 노인이 사망했다고 생각하고 불까지 지르고 돌아갔다.
노인을 너무 우습게 봤다. 노인은 가족이나 다름없는 쉐도우를 죽은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을 공격하던 적이 키우던 로트 와일러를 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쉐도우와 같은 종인 개를 화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구한 노인은 그 개에게 집으로 가자고 한다.
주인은 개를 버렸고, 자신의 개를 죽인 살인범을 찾기 위해 버린 개를 데리고 피닉스를 구하러 가는 노인의 모습은 장엄하기까지 했다. 그들이 피닉스를 데려간 것은 부모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물론 어린 피닉스로서는 엄마가 불러주는 노랫소리에 흔들리기도 했다.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리던 노래는 바로 엄마가 불러주던 것임을 깨달았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들이 피닉스를 지금 이 시점 찾은 것은 갑작스럽게 딸이 보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그들이 그렇게 살인까지 해가며 피닉스를 데려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마약상인 이들에게 피닉스의 엄마는 소중한 존재다. 마약 제조를 하는 그녀가 사망하면 조직은 무너진다. 그를 살리기 위해서는 뭐든 해야 하는 것이 이들의 운명이다. 심장 이식 수술을 해보려 했지만, 가족이 아니면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잃어버린 딸을 찾은 것이다.
의사를 데려와 현장에서 심장 이식수술을 감행하려는 그들에게 모정도 부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피닉스에게 그들은 그저 심장을 공유해줄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이었다. 그렇게 심장을 도려내려는 순간 노인이 등장했다.
불부터 끄고 시작한 노인의 분노는 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리고 피닉스 역시 아버지인 노인에게 배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친부모라는 자들과 완벽한 이별을 선택한 피닉스에게 아버지는 노인 단 하나였다.
노인은 정말 사망했을까? 떠나라는 노인의 말에 울며 현장을 나선 피닉스는 또래 친구들이 있는 쉘터를 찾았다. 아이는 아이답게 살아야 하는 법이니 말이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노인을 찾은 것은 범인들이 키웠지만, 버려진 로트 와일러였다.
전편도 그렇지만, 성공 여부에 따라 후속작을 다시 만들겠다는 여지를 남기고 영화는 마무리되었다. <맨 인 더 다크2>는 행위에 방점을 찍었다. 물론 버려진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과한 해석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전편은 분명한 분위기와 메시지가 존재했다. 공포의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설정과 반전들이 관객들을 섬뜩하게 할 정도였다. 분명 전작은 뛰어난 완성도에 방점을 찍은 영화였다. 하지만 후속작은 단순화한 액션 복수극 정도로 마무리되었다.
전편을 넘어서는 후속 편은 어렵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정도다. 액션의 농도나 잔인함은 전편을 능가한다. 말 그대로 액션에만 집중한 영화였다. 노인이 가지고 있는 장애를 극대화해서 정상적인 이들 역시 장애나 다름없는 상황을 만들어 반전을 버리는 것과 다른 단순한 액션을 위한 액션일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전편에서 극대화되었던 눈먼 노인은 사라지고 강렬한 액션만 남은 <맨 인 더 다크2>는 전편의 성공이 만들어준 보너스와 같은 작품이었다. 로도 사야구에스 감독으로서는 이제 보다 성장을 위한 새로운 작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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