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에 참전해 시력을 잃은 참전용사 블라인드 맨(스티븐 랭)은 사라져 가는 작은 동네에 홀로 살고 있다. 로트와일러 새도우와 살아가고 있는 그는 그렇게 조용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그런 그의 집에 낯선 자들이 등장했다(결말 포함).
록키(제인 레비), 알렉스(딜런 미넷), 머니(다니엘 조바토)는 친구들이다. 그들은 함께 빈집을 털고 있다. 알렉스는 아버지의 직업을 이용해 비상경고 장치 해제를 하고 침입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친구들은 금품을 훔친다.
머니는 그렇게 훔친 물건들을 장물아비에게 넘기는 역할을 한다. 아무리 고가의 물품이라고 해도, 장물아비에게 넘기는 순간 아무런 가치도 없다. 푼돈이나 쥘 수밖에 없는 머니는 이상한 정보를 얻게 된다. 거액의 현금을 가지고 있는 이가 있다는 것이다.
노인의 딸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운전을 했던 부잣집 딸을 위해 거액의 합의금을 줬다는 것이 정보의 핵심이다. 노인에 홀로 살고, 20만 불이나 되는 현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에게는 혹하는 유혹이 아닐 수없다.
이미 동네를 떠나 캘리포니아로 가는 것이 꿈이었던 록키와 머니에게는 당연한 선택이었지만, 알렉스는 달랐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마을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제안한 이번 일도 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알렉스가 동참한 이유는 록키 때문이다.
머니와 록키가 사귀고 있지만, 알렉스는 록키를 좋아한다. 록키 역시 알렉스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록키는 지금 당장이라고 집을 떠나고 싶다. 도둑질을 하는 이유 역시 지독한 집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엄마라는 존재가 있지만, 그저 엄마라는 법적인 관계일 뿐이다.
자식을 키울 능력도 의지도 없는 엄마라는 자에게 어린 동생과 함께 떠나 새롭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위험할 수도 있는 현금 도둑을 하기로 결정했다. 황폐한 주택가 노인의 저택을 하루 동안 카메라로 감시했지만,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
문제는 무서운 로트와일러다. 사전 답사를 간 그날도 로트와일러가 차량에 달려들어 기겁을 했다. 만약 차에 타지 않았지만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 털려는 집의 주인인 노인이 바로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정보를 가진 알렉스만 참여하면 집털이는 쉬워질 것이라 확신했다. 모든 집의 경보 장치 정보를 알고 있는 알렉스는 록키를 위해 이 도둑질에 참여했다. 정문은 여러 잠근 장치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로트와일러 새도우에게 수면제가 든 고기를 먹여 재운 그들은 옆문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그것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화장실 좁은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인 록키는 자신은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다며, 경보 장치를 끄는 기계를 가지고 은밀하게 집으로 들어선 록키로 인해 그들은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인 노인은 어린 딸의 비디오를 틀어놓고 잠이 들었다.
수면가스까지 방안에 틀어놔 완벽하게 정리가 되었다 생각한 이들은 이제 돈만 챙기면 된다 확신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문을 잠가둔 것을 보면 그 안에 돈을 숨겼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게 크고 강한 잠금장치를 뜯어내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머니는 몰래 가져온 총으로 열겠다고 했다. 하지만 총을 들고 도둑질을 하면 중범죄가 된다. 그렇게 자신은 나가겠다는 알렉스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런 상황에도 결국 총으로 지하실로 가는 문을 연 머니로 인해 잠든 노인을 깨우고 말았다.
좀도둑 3인방은 원대한 꿈을 품고 현금 20만 불을 훔치기 위해 시력을 잃은 노인의 집을 어렵게 들어왔다. 현금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경보 장치를 달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어렵게 들어와 그 문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총을 들고 겁을 먹은 머니는 시력을 잃은 노인에게 제압당한 채 죽고 말았다.
이 모습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고함도 치지 못한 채 옷장에 숨어든 록키는 이 모든 것이 두렵기만 하다. 자신들이 갑의 위치에서 도둑질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노인에 의해 이들은 그 안에 갇힌 존재가 되었다. 완벽하게 차단된 공간에서 공격 성향이 강한 시각 장애인 노인과의 사투는 이제 시작되었다.
숨 막히는 두려움이 가득한 그 공간에서 이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찾기 어렵다. 모든 문이 막혔다. 이 노인은 창문까지 직접 막아버리며 도둑들이 더는 도망갈 수 없도록 막고 역으로 도둑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옷장에 숨었던 록키는 벽에 감춰둔 금고 비밀번호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거액의 현금을 가방에 넣기 급급했다. 노인을 피해 옷장까지 온 알렉스는 지금 당장이라도 긴급 호출을 해서 빠져나가자 제안했다. 머니가 사망한 상황에서 선택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돈은 포기해야만 한다.
죽음과 돈 앞에서 록키는 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런 록키를 위해 도주로를 찾던 알렉스는 지하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을 생각해냈다. 안에서 닫혔던 그 문을 열고 도주하면 된다는 확신이었다. 잠에서 깬 새도우까지 방에 가둔 상황에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지하실로 통하는 문을 열고 들어선 그는 추격하는 노인이 도착하기 전 문을 닫고 들어섰다. 하지만 그곳에서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상황과 마주해야만 했다. 한 여성이 묶여 있었다. 그리고 그 여자가 내민 신문 조각은 노인의 딸을 차로 치여 죽은 부잣집 딸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알렉스는 당장 피해 경찰에 신고하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하에 갇힌 여성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록키는 당장 이 여성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록키의 제안을 받아 함께 나가려는 순간 그 문 앞에 서 있던 것은 노인이었다.
분노한 노인은 총을 쏘기 시작했고, 그 여성은 총에 맞아 사망하고 말았다. 여성이 사망한 사실을 알고는 노인은 분노했다. 언뜻 자신의 딸이라고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알고 봤더니, 처벌도 피한 자신의 딸을 죽인 부잣집 딸을 납치해 임신을 시켰다.
냉동 정자를 통해 아이를 임신하게 한 노인은 그렇게 아이가 태어나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부잣집 딸과 살고 싶은 게 아니라, 자신의 딸을 돌려받고 싶었다. 그렇게 마지막 사투를 벌이기 시작하는 이들의 전쟁은 섬뜩함으로 다가왔다.
전기를 내리고 어둠 속에서 시력을 잃은 전쟁 머신과 싸워야 하는 그들은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시력을 잃었다는 것은 많은 의외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록키를 잡은 노인은 그렇게 록키를 통해 자신의 딸을 가지겠다는 욕망을 내보였다.
영화 <맨 인 더 다크>의 원제는 <Don't Breathe>다. 숨 쉬지 말라는 이 단호함은 숨 쉬는 순간 위치가 노출된다는 의미다. 이 제목으로 보면 노인의 집을 들어선 세 명의 도둑들이 주인공이라는 의미다. 이 영화는 마지막 순간까지 반전에 반전으로 이어지면 섬뜩함을 선사한다.
여기에 맹견인 로트와일러에 추격을 당하는 록키의 사투 역시 두렵게 다가올 정도다. 로트와일러가 흘리는 침이 주는 잔혹함만으로도 이 영화의 공포감은 극대화된다. 한 공간을 두고 서로 다른 시각으로 비추며, 반전으로 끌어가는 이야기와 연출의 힘도 좋았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과연 누가 승자가 되었는지 모호하게 만든다. 록키는 자신을 위해 희생한 알렉스까지 버리고 백만 달러를 얻었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공항에서 본 뉴스는 록키가 과연 승자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두 명의 사망자가 도둑이고, 시력을 잃은 참전용사를 공격하다 사망했다는 뉴스다. 큰 부상 없이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황급히 동생을 데리고 비행기를 타러 가는 모습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언제라도 자신을 찾을 것이란 두려움 말이다. 내면의 강렬한 공포를 심어준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를 장르를 규정한다.
조용하게 움직이는 카메라가 점점 뭔지 모를 도로 위 상황을 비추며 시작하는 첫 장면은 이 영화가 어떨지 잘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장면은 <맨 인 더 다크 2>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페드 알바레즈 감독은 시즌제로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었던 듯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노인이 죽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겠지만 말이다. 영화는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이었다. 시력을 잃은 현금을 많이 가진 노인의 돈을 털로 간 젊은 도둑들의 이야기가 이런 반전으로 관객들을 기겁하게 할 정도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분명 잘 만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후속작보다 이 작품이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더욱 뛰어났다고 본다. 2는 분명 화려하고 잔인한 액션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이야기는 더욱 단순화되고, 액션이 더욱 강렬해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는 취향의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맨 인 더 다크>가 주는 재미와 매력은 강렬한 액션을 넘어선다.
[글이 마음에 들면 공감과 구독하기를 눌러주세요]
'Cabinet 묵은 기억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맨 인 더 다크 2-스티븐 랭의 더 강해진 액션, 하지만 단순해진 이야기 (0) | 2021.09.10 |
---|---|
건파우더 밀크셰이크-액션 무비에 담은 여성주의, 담백하고 강렬하다 (0) | 2021.09.06 |
시실리 2km-임창정을 임창정답게 만든 영화 (0) | 2021.09.04 |
김씨 표류기-윌슨 밀어낸 짜장 라면, 현대인들에게 고독은 옵션이다 (0) | 2021.09.02 |
괴기맨숀-공포의 계절, 이상한 맨숀에 얽힌 이야기 하지만 공포가 없다 (0) | 2021.07.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