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롭게 이어지는 전개이지만 갈수록 시청률이 하락하고 있다. 판타지 로맨스로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필연적인 죽음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문제는 어떤 배우가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된다.
대중들을 움직이는 것은 이야기의 힘이기보다는 결국 어떤 스타가 등장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는 배우 선택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사람들의 죽음을 관장하는 신과 시한부 삶을 사는 인간이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는 설정 자체가 주는 흥미로움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소녀 신이 그 사이에 끼어들며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에서도 분명한 판타지 로맨스의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조금은 느릿한 속도로 움직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 전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흥미롭기만 하다. 100일 남은 삶에 그저 의미 없이 외친 "세상에 멸망이 오게 해 주세요"라는 말은 때마침 정말 멸망을 소환하는 이유가 되었다.
4회부터 6회까지 동경과 멸망의 사랑이 보다 구체화되는 과정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동경의 사수인 팀장인 차주익이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웹소설을 이용해 이들의 감정에 중요한 변수들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멸망을 만든 소녀 신은 그가 사랑에 빠지자 분노하고, 편집장은 그들의 사랑에 중요한 키를 로맨스 소설의 특징을 들어 이야기해주는 과정들은 이 드라마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간섭과 해법은 이들의 로맨스에 중요한 요소들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동경은 멸망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조금씩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며 가장 흔한 성인 '김'을 붙여 '김사람'이라는 참 밋밋한 이름을 지어주었다. 하지만 동경이 멸망에게 사람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부르자 그의 행동도 사람처럼 변해가는 듯 보였다.
질투가 등장하고, 동경에 대한 배려 역시 커졌다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대에게 배려를 한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 어떤 누구에게도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던 이라면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6회는 그동안 키스를 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그들이 말 그대로 어른 키스를 하며 극적인 상황까지 이끌어갔다. 인간과 멸망의 키스라는 기괴함 속에 이들의 사랑이 이제 막 시작되려는 순간 모든 것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저 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은 동경. 그리고 그런 동경을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치료하고 싶다는 의사의 등장. 자신의 누나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생. 이런 상황에서 동경에게 멸망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죽음을 관장하며 인간에게 그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았던 멸망이 유독 동경에게만 특별한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은 우연일 수는 없다. 멸망은 인간이 태어나면 함께 한다고 했다. 수많은 인간들을 바라보며 관리하는 신이라는 입장에서 동경은 그저 수많은 이들 중 하나일 뿐이다.
문제는 세상의 멸망을 고민하는 멸망과 멸망을 소환한 동경의 마음이 동시간에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런 우연은 우연이 아닌 필연일 수밖에 없음은 너무 자명하다. 예고편에서 동경과 멸망의 과거 이야기가 조금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들의 변화는 보다 급격하게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소녀 신은 왜 멸망에게 사랑을 허하지 않는 것일까? 다시 동경 앞에 등장한 소녀 신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싹이 나지 않은 화분을 가지고 다니는 소녀 신은 동경과 대화를 하며 잘못된 꽃이 피면 뽑아내겠다는 말을 했다.
소녀 신이 가지고 있는 화분은 말 그대로 세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처음 만들어본 멸망이라는 존재가 어떤 식으로 성장하는지 보겠다는 의미다. 그게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면 뽑아내 버리겠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빈 화분과 이후 과정은 이 드라마의 축소판과 같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동경에게 준 소녀 신의 선물은 어떤 의미일까? 멸망과 대화를 하면서 뽑은 특별할 것도 없는 구슬이었다. 하지만 이는 언뜻 보면 은하계를 의미하는 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를 동경에게 건네었다는 것 역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작은 움직임마저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소녀 신의 존재 가치이기 때문이다. 은하계를 의미하는 것 같은 구슬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의미하는 빈 화분. 이는 결과적으로 이들의 사랑이 맞이할 수밖에 없는 파국에 대한 암시이자, 이를 넘어설 그 무언가에 대한 복선일 수밖에 없다.
초신성은 별이 사라지기 전 가장 밝게 빛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런 폭발은 결국 새로운 별의 탄생을 돕는다. 그런 점에서 동경이 멸망에게 초신성을 언급하는 것 역시, 이 드라마의 끝이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 잘 보여주는 복선이다.
시한부 삶을 사는 동경은 사수의 조언대로 멸망에게 소원을 이야기했다. 내가 사랑하게 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너가 나를 사랑하라는 소원이었다. 미치도록 자신을 사랑하게 해달라는 소원에 멸망은 화답하듯 진한 어른 키스를 이어갔다.
이 상황에 소녀 신은 분노 했다. 자신이 한 프로그래밍이 잘못되었다면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은 멸망에게 죽음을 관장하라고 만들었는데, 그런 그가 '김사람'이라는 인간의 이름까지 얻었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인간을 사랑한다.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소녀 신은 삭제를 하거나 리셋을 해서 바로잡겠다고 했다. 이는 동경과 멸망의 사랑이 결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신의 저주가 내려진 이들의 사랑은 그래서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키스 후 갑작스럽게 사라져버린 멸망은 소녀 신의 분노에 의한 소환이었다.
죽음을 앞세운 사랑. 이는 불행한 결말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사랑하면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이들의 사랑을 주제로 삼은 작가는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당연하게도 사랑이라는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의외로 흥미롭고 재미있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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