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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끝까지 간다 갑질 대한민국 풍자, 추격전의 신세계 열었다

by 자이미 2015.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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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이 된 무한도전은 여전히 건강하고 단단했습니다.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갑의 횡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무한도전 끝까지 간다>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추격전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단순한 추격전을 넘어 복잡하게 얽힌 관계의 끝은 결국 우리 사회의 만화경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갑질 대한민국 풍자한 무도;

갑질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무도 끝까지 간다, 추격전의 신세계를 열었다

 

 

 

 

'땅꽁 회항'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갑질 논란은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대한항공 사주 딸의 빗나간 갑질은 사회적 분노를 이끌었고, 연이어 갑질 사건은 뉴스의 새로운 한 코너처럼 다가왔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갑질을 적나라하게 풍자한 <무한도전 끝까지 간다>는 그래서 위대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갑질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무한도전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추격전의 2015년 업그레이드 버전인 <끝까지 간다>는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듯했습니다. 대한민국 시사 프로그램 중 최고라고 불리던 <PD수첩>이 권력에 의해 완전히 무너지고, 방송의 사회 고발은 고사 직전으로 몰려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사회적 견재 장치가 무기력해진 상황에서 갑질은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한도전의 2015년 첫 추격전 <끝까지 간다>의 룰은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제작진들이 준비한 상자 안에 멤버들을 위한 돈이 마련되어 있고, 그들이 알아서 차지하면 그만입니다. 다만 이 단순한 속에 규칙은 존재합니다. 러시아 인형 마트로시카의 방식과 같은 겹겹이 쌓인 상자는 열면 열수록 많은 돈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몇 개의 상자가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100만원으로 시작한 돈은 열면 열수록 거대한 금액으로 바뀌게 되지만 마지막 상자를 여는 순간 그동안 얻었던 모든 돈은 사라지게 됩니다. 허망함은 그저 돈이 사라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멤버들은 자신들의 탐욕을 자제하지 못하고 열어서는 안 되는 마지막 상자를 여는 순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지만, 그들이 잃은 돈을 되찾지는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무도 멤버들이 차지하는 돈은 제작진이나 방송국이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상자를 차지하지 못한 다른 멤버 4명의 통장에서 자동인출이 됩니다. 한 사람이 독식한다면 남은 4명은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어 그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이에게 모든 것을 내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그 상자를 다른 사람이 차지한다면 그 모든 권리는 그 사람의 몫이 될 수 있습니다.

 

 

탐욕의 상자는 곧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권력을 상징하고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자신이 상자를 열고 돈을 얻는 순간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 되지만, 상자를 다른 이에게 빼앗기면 모든 것이 제로가 됩니다. 자신이 획득했던 모든 것을 읽고 대신, 그 모든 것은 상자를 차지한 다른 이의 몫이 됩니다.

 

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인들은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국가 공무원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완장을 차는 순간 국민들의 봉사자가 아닌 지배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수많은 특혜와 권력의 단맛에 빠져 국민들을 일개미 정도로 취급하며 채찍질을 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탐욕에 찌든 예능 속 무도 멤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정준하로 인해 탐욕의 상자는 열렸고, 그들은 이 게임의 실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상자가 열리는 순간 이들은 모두 패자가 될 수밖에 없지만 탐욕과 배신감, 그리고 복수가 자극하는 현실 속에서 이들의 질주는 멈출 수 없는 고장 난 기관차처럼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벼랑이 눈앞에 보이지만 놓을 수 없는 탐욕은 그들을 모두 벼랑 끝으로 밀어 넣을 뿐입니다.

 

상자를 열고 얻은 금액을 나누고 멈추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지만, 이미 탐욕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는 순간 그들에게 그런 평화는 존재할 수 없게 됩니다. 신자유주의의 축소판 같은 상자 빼앗기는 그래서 더욱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탐욕의 트리거가 가동되는 순간 모두가 마치 미친 듯 그 총알을 향해 널뛰기 시작하며 자멸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모습은 무도가 보여준 신자유주의에 빠진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MBC가 갑이라는 계약서의 표현에서 흥미로운 것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풍자하는데 절대적으로 유용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갑이 되고 국민들은 을이 되는 현실은 그 어느 것과 견줘도 비교가 불가할 정도의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시절 수백조의 혈세가 낭비되었음에도 자화자찬 자서전을 내면서 희희낙락하는 모습 속에서 인간이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깨닫게 합니다.

 

이미 탐욕에 절여진 이에게 현실 감각은 무의미해지고 세상을 바로 보는 기능마저 잃게 만듭니다. 최소한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차마 만들어낼 수 없는 자서전을 내고 이를 만족해하고 당당해하는 이명박을 보면서 인간이 탐욕에 물들면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현 정부에서도 이런 탐욕의 뫼비우스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결코 단절될 수 없는 이 지독한 고리는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극단적인 갑과 을의 비균등의 불합리화만 부추길 뿐입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이런 극단적인 사회를 반깁니다. 이런 불합리함은 결과적으로 서로를 비하하고 싸우게 만드는 단초가 되고 그런 논쟁과 다툼은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는 피와 살이 되기 때문입니다.

 

무도 제작진들이 멤버들이 서로 다투고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갈등이 곧 존재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예능에서는 이 모든 것이 즐거움이 될 수 있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지역과 계층 간, 세대간, 남녀 간 갈등을 극대화시키며 분열로 이끄는 이유일 뿐입니다. 

 

 

갈등의 극대화를 통해 한 쪽 편에 서서 자신들이 대변자라도 되는 듯 이런 논란을 더욱 부추기는 정치꾼들만 판치는 세상은 그래서 한심합니다. 갈등을 먹고 살아가는 한심한 정치꾼들의 세상이 곧 현재의 대한민국이고 이런 황당한 현실을 탐욕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풀어낸 무한도전은 그래서 위대합니다. 

 

"돈이란...마술같이...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라는 무도 제작진의 자막은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물질이 지배하는 세상에 물질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더욱 금권주의 사회에서 돈이란 그 무엇보다 중요하면서도 무의미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라는 점에서 이 자막이 던지는 가치는 소중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직 돈만 쫓는 무도의 추격전에서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돈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은 결국 우리가 신자유주의에 내몰리고 매몰된 삶 속에서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를 잠깐이나마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에 앞서는 것이 돈이 된 현실 속에서 모든 것은 돈이 지배하는 사회로 변질되었습니다. 인간 사회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화폐가 인간들을 집어삼키는 이 이질적인 공포사회는 그래서 더욱 섬뜩하기만 합니다. 

 

박명수가 가방을 열어 400만원을 획득하는 순간 한 번도 가방을 차지하지 못했던 유재석은 250만원이라는 빚을 안게 되었습니다. 방송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지만 하면 할수록 빚이 늘어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분노한 유재석이 내뱉은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자꾸 빚이 늘어나!"는 우리 서민들의 일상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일을 하며 살지만 언제나 빚에 찌들어 살아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서민들의 삶입니다. OECD 가입국 중 노동시간가 강도가 가장 높지만 삶의 질은 최악이라는 점에서 유재석의 분노는 곧 우리의 분노이기도 합니다. 

 

재벌들은 매년 상상을 불허하는 수준의 수익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런 현금은 그들의 금고에서 잠을 자고 있지만, 서민들은 추심에 쫓기며 사는 인생을 벗어나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는 빚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업주들의 배는 점점 커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삼국지>에서 탐욕에 찌들었던 동탁의 배에 심지를 꽂아 불을 몇날 며칠을 피웠다고 하듯, 재벌들을 모아 그런 짓을 한다면 아마도 몇 년은 환하게 빛을 밝힐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탐욕은 어느 사이 미덕이 되었습니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든 남들보다 돈이 많으면 그만인 사회에서 탐욕은 더는 탐욕이 아닌 당연한 노력 정도로 취급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치권은 갈등을 조장하고 가진 자들을 위한 가진 자들의 세상 만들기에만 집착하고, 철저하게 서민들의 주머니 털기에만 급급합니다. 그렇게 빚의 구렁텅이에 빠진 서민들은 조작된 현실 속에서 모두가 탐욕에 매몰되는 지옥도로 빠져들고 있는 게 우리의 모습입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욱 깊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늪 속에서 서로 아우성을 치며 탐욕을 미덕으로 생각하며 허우적거리는 모습은 그래서 처참합니다.

 

국가는 그런 늪에서 국민들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늪 앞에서 아우성대는 국민들을 보며 여유롭게 파티를 여는 권력자들의 모습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을 늪으로 밀어 넣고 그 안에서 서로를 증오하고 짓밟게 만드는 현실은 공멸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 모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무한도전 끝까지 간다>는 우리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지독한 풍자였습니다.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돈은 사라져가고, 오히려 빚은 싸이는 이 희한한 게임은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입니다. 증발하는 돈과 넘쳐나는 빚.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 다투는 모두가 패자인 이 세상의 만화경은 결국 이를 관조하듯 바라보는 소수의 몫입니다.  

 

갑질 천국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신자유주의 사회의 자본논리마저도 효과적으로 풍자하는 무한도전은 역시 위대했습니다. 추격전이라는 틀 속에서 흥미로운 전개는 시청자들의 만족도를 높였고, 그들이 던진 풍자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끔찍한 결과를 예고하는 <무한도전 끝까지 간다>는 전 지구적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간 <무한도전 나비효과>에 견줄 수 있는 걸작으로 남겨질 것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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