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준이 정식멤버로 참여를 하며 <삼시세끼 어촌편>은 완성형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차승원과 유해진이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했듯,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손호준의 합류로 만재도 가족은 완성되었습니다. 사기 캐릭터라고 불러도 좋을 엄마 차승원과 어깨가 점점 무거워지는 아빠 유해진, 그리고 해맑은 아들 손호준까지 그들이 보여주는 만재도 월드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 그 이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못하는 것 없는 요리 완생 차줌마;
가족부양으로 어깨가 무거운 아빠 참바다 씨가 던지는 우리 시대 아버지의 자화상
의도하지 않았지만 남자들만 출연하는 <삼시세끼 어촌편>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가족이 만들어졌습니다. 요리의 신세계를 열어주고 있는 차승원은 시작과 함께 차줌마라는 사기 캐릭터를 창출해냈습니다. 차승원이 주방을 꽤차자 자연스럽게 유해진을 불을 지피고 낚시를 담당하는 참바다 씨가 되었습니다.
차줌마와 참바다에 이어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아들 호준까지 만재도 월드의 새로운 가족 구성원은 시청자들이 만족할 수밖에 없는 황금 조합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혼자 있던 산체에게 정겨운 친구인 고양이 벌이까지 추가되며 만재도는 더욱 풍성한 이야기의 틀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제작진들이 원하던 <삼시세끼>의 기본적인 틀은 정선에서 진행되었던 과정이었습니다. 도시 청년들이 시골로 들어가 하루 세끼를 텃밭에서 얻은 다양한 먹거리들로 요리를 해서 먹는 과정을 담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요리를 잘하지 못한 그들이 하루 세끼를 해먹으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이 나영석 사단이 바라는 모범답안이었습니다. 실제 정선 편은 완벽한 나 사단이 원하는 그림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왕복 24시간이 걸리는 말도 안 되게 먼 만재도까지 와서 그들이 어떤 삼시 세끼로 힘든 과정을 이어갈지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작진들의 이런 기대는 첫 날부터 완벽하게 무너졌습니다. 차승원은 만재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완벽한 차줌마로 변신해 텃밭에 있던 배추를 이용해 배추된장국을 끓이면서부터 제작진들의 시름은 시작되었습니다.
아무리 요리 좀 한다고 하지만 차승원처럼 완벽한 생활형 요리사가 나오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그는 진정한 강자였습니다. 다양한 김치를 담그고, 중화요리마저 섭렵한 그는 직접 그곳에서 막걸리까지 만드는 신기한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최적의 장소에서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부족한 현장에서 최악의 조건에서 만들어내는 차줌마의 요리는 최강이었습니다.
무적 차승원을 향해 던진 어묵탕은 제작진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완벽하게 어묵과 핫바, 그리고 어묵탕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낸 차승원은 절대무적이었습니다. 두 번째 만재도에서 해물찜을 요구하자 제작진들을 비웃듯 양념부터 만들기 시작하는 차줌마는 제작진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안주인 차줌마의 신기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낚시 경험이 적은 유해진에게 바다는 힘겨운 공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 너무나 요리를 잘하는 차줌마를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낚시를 해서 재료를 공급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참바다 유해진으로서는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해진이 선택한 것은 바로 '피쉬뱅크'였습니다. 잡은 물고기를 그날그날 모두 소화하지 않고 남은 고기를 어망에 넣어 보관하는 참바다 피쉬뱅크는 그 절박함이 만들어낸 비상금이었습니다. 항상 모든 것을 내어주는 바다가 아니라는 점에서 유해진의 피쉬뱅크는 참 영특하고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오늘 방송에서 첫 등장한 고양이 벌이는 유해진이 '나비야'로 통칭되는 고양이 이름에 반기를 들고 만든 '벌'이었습니다. 수컷인 산체와 동성인 벌이의 동거는 은근히 큰 재미로 다가왔습니다. 정선에서 동물농장을 능가하는 재미를 만들어내더니 만재도에서도 이런 극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는 제작진이었습니다.
산체와 벌이의 모습만으로 재미있었지만, 여기에 손호준이 함께 하니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봐오던 삼각관계가 구축되었습니다. 산체를 너무나 사랑하는 호준과 새롭게 등장한 벌이마저도 귀여워하는 동물농장 안주인 같은 그로 인해 산체와 벌이의 애정 경쟁은 심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호준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한 산체와 벌이의 귀여운 다툼은 자막의 힘으로 완벽한 한 편의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별것 아닌 움직임마저 자막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되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는 점에서 <삼시세끼 어촌편>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산체와 벌이의 모습이었습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움직임은 자막이 함께 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되고 그렇게 부여된 의미들은 그들에게 만재도 월드의 한 축을 담당하게 만들었습니다. 산체와 벌이에게 특별한 의미들을 부여하듯 차승원과 유해진에게도 만재도 부부라는 특별한 이미지를 부여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나뉜 그들의 역할은 아빠와 엄마의 경계를 만들었고, 그렇게 구축된 구도는 점점 심화되어갔습니다. 요리 만드는 콧수염 난 엄마의 세심함과 항상 웃지만 그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한 아빠의 일상은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드는 듯해서 뭉클하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어묵을 만들라는 제작진의 요구에 부담 한 가득을 안고 바다낚시를 나간 아빠 유해진을 위해 부족함 없이 응원을 보낸 엄마 차승원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낚시를 해야만 하는 유해진을 위해 특식을 준비했습니다. 남은 식재료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의 차줌마식 요리는 이번이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거북손으로 죽을 만들겠다는 차줌마는 너무나 능숙하게 완벽한 죽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솜씨가 한두 번 해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했다는 점에서 정말 차줌마의 한계는 어디인지 그게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추운 곳에서 일하는 남편을 위해 정성을 들여 죽을 끓이고 가는 도중에 식지 않게 하려 그릇을 랩으로 싸매고 그것도 부족한 스트로폴 박스에 담아 바닷가로 향하는 수염 난 엄마 차줌마의 모습은 우리네 어머니의 마음과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었습니다. 너무 추워 입질도 없는 바닷가 바위 위에서 사투를 하던 유해진은 뜨거운 거북손 죽을 먹으며 감동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짜 부인이라도 그렇게 하기 힘들 것 같은 정성을 보인 차줌마로 인해 꼭 물고기를 잡아야겠다는 책임감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가장은 언제나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삶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가족을 위한 자신만 남은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이 유해진에게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타박도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두둔하고 응원하는 차줌마의 격려는 울컥하는 마음과 함께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아버지들의 숙명이었습니다.
바다낚시 전문가도 포기한 그곳에서 초보에 가까운 유해진이 뭔가를 낚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만들어 놓은 '피쉬뱅크'는 큰 활약을 하게 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올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은 바로 오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저장되어 있던 우럭과 게를 가지고 돌아가는 유해진의 뒷모습은 씁쓸함과 함께 작은 뿌듯함이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아빠 유해진이 차가운 바다에서 낚시를 하고 있고, 엄마 차승원은 집에서 바깥에서 일하는 남편을 위해 부지런하게 음식을 만드는 풍경은 참 정겹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이 사이에서 아들 역할이 되어버린 손호준은 심부름으로 자신의 몫을 충실하게 해냈습니다. 입질도 없는 바닷가에서 힘겨워하던 유해진이 라디오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즉시 라디오를 챙기러 향하는 손호준. 단순히 라디오만이 아니라 바다 바람을 그대로 맞아야 하는 그곳이 춥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불을 준비하고, 바위에 걸터앉아 낚시하는 유해진을 위해 자리를 대신 할 큰 나무까지 챙겨가는 손호준의 모습은 사랑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습니다.
인터뷰 내내 차승원과 유해진이 손호준을 강력하게 원한 이유는 이런 그의 솔선수범이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하지만 그들이 그들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돕는 손호준 같은 인물은 어느 곳에서나 유용한 존재일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요리 완생인 차줌마 차승원과 낚시 미생인 참바다 유해진, 그리고 산체와 벌이의 사랑을 독차지 한 호준까지 만재도 월드에서 펼치는 이들의 하루하루는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단순하게 하루 세끼를 해먹는 것이 전부인 <삼시세끼>가 어촌편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거대한 드라마로 구축되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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