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특집으로 준비되었던 <무한도전 나 홀로 집에> 특집이 해를 넘겨 뒤늦게 방송이 되었습니다. <무한도전 토토가>가 연말과 연초 특집으로 방송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방송 시점을 놓친 탓이었습니다. 비록 지난 크리스마스를 위한 특집이기는 했지만, 큰 문제가 없었던 것은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가치는 시기가 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케빈은 돌아왔다;
황폐화된 뉴스 데스크, 그 안에서 앵무새처럼 읽기에 급급한 박 앵무새 MBC의 현실이다
상암 시대를 열면서 여의도 MBC 사옥은 곧 해체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의도는 방송사들이 모두 있던 곳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사들이 여의도를 떠나며 이제 그곳은 과거의 영광을 되새김질 하려는 이들만이 존재할 뿐인 섬이 되었습니다.
불 커진 거대한 방송사를 털기 위해 무도 다섯 멤버들은 도둑 분장을 하고 나섰습니다. MBC 여의도 사옥 앞에서 성가대로 변신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게 해주었지만, 그들이 들어선 황량한 방송국은 섬뜩함으로 다가왔습니다. 1년 365일 결코 불이 꺼질 수 없었던 방송사는 이제는 빛 한 줄기도 찾아보기 힘든 황폐한 곳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패기롭게 아직 가동이 되고 있는 엘리베이터에 타는 순간 그들은 홀로 방송사를 지키고 있던 케빈의 덫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 엘리베이터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권력을 가진 케빈의 말대로 움직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엘리베이터라는 한정된 공간에 갇힌 채 더욱 영악해진 케빈에 의해 조정을 당하고 있는 무도 멤버들은 독 안에 든 쥐였습니다. 엘리베이터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암흑인 그 거대한 공간에서 하나씩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은 두려움 그 자체였습니다.
아나운서실과 뉴스 스튜디오, 그리고 드라마 세트장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도전 과제는 정준하의 말처럼 여름 특집으로 만들어야 했던 특집이었습니다. 공포심을 극대화시키는 모든 과정이 겁이 많은 무도 멤버들에게는 너무 두려운 존재들이었으니 말입니다. 아나운서실에서 스스로 분장을 하는 단순한 미션이지만 그렇게 쉽게 해줄 무도 제작진들은 아니었습니다.
곳곳에 산재해 있는 부비트랩들로 인해 기겁을 하고 겨우 분장실 의자에 앉는다 해도 끝은 아니었습니다. 분장을 하는 동안 거울 건너편에서 처녀귀신이 뛰어나오는 상황은 모두를 기겁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상황들은 겁 많기로 유명한 무도 멤버들을 바닥에 드러눕게 만드는 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반복되는 도전은 자연스럽게 연성 작용으로 인해 덜 두렵게 만들고는 합니다.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무도 제작진들의 편집의 힘은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반복되는 멤버들에 대한 미션 수행 과정을 적절하게 드러내고, 합하며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한 그들의 노력은 우리가 <무한도전>을 즐겨보게 하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거울 속 귀신에 한껏 당한 무도 멤버들에게 '드라마 세트장'의 도발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도전이었습니다. 형사가 되어 세트장에서 흔적을 찾는 과정에서 벌어진 소소하지만 경악스러운 상황들은 시청자들도 함께 기겁을 해야만 했습니다. 디스코 팡팡까지는 그렇다고 해도, 침대에 누운 상황에서 천장에서 떨어지는 처녀 귀신은 숨이 멎을 듯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 쫄깃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이 과정은 독해진 케빈을 확실하게 엿보게 해주었습니다.
리액션이 남들보다 컸던 정준하와 유재석은 이런 특집에서 가장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몸집은 산만하지만 겁은 누구보다 많은 정준하의 크리스마스이브는 그저 두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산만한 덩치의 정준하의 과도해 보이는 리액션은 그래서 반갑고 즐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케빈의 정체가 바로 전 농구스타 서장훈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화기애애한 그들에게 다시 한 번 돌아가는 차에서 등장한 처녀 귀신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무도 멤버들에게 지난겨울 크리스마스이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독한 경험이었을 듯합니다.
오늘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던 과정이었습니다. 한때는 화려한 조명 속에 다양한 소식들을 알려주던 뉴스 스튜디오는 황량하게 무너져있었습니다. 이렇게 무너진 뉴스 스튜디오에서 뉴스를 전달하던 그들에게 이어지는 깜짝 쇼는 <무한도전 나 홀로 집에>의 백미였습니다.
뉴스 리포터를 하면서 뒤통수를 치고, 잘린 손목이 떨어지고, 뉴스 데스크에서 처녀 귀신이 등장하는 이 기막힌 상황극은 무도이기에 가능한 풍자이자 재미였습니다. 두려움에 당황해 지문까지 읽는 박명수를 빗대어 '박 앵무새'라는 자막이 던지는 가치는 예능이 담고 있는 풍자의 힘이었습니다.
이명박근혜 시대 가장 처참하게 무너진 곳이 바로 MBC입니다. 마치 무도 찾은 황폐한 뉴스 스튜디오처럼 MBC의 보도는 더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곳이 되어있습니다. 한때는 대한민국 언론을 이끌던 MBC가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진 모습을 보면서 허탈해하던 이들에게도 이번 특집에서 터진 이런 상황들은 그저 웃기만 할 수는 없는 씁쓸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언론이 제대로 자신의 기능을 하지 못했을 때 수많은 일들은 터질 수밖에 없고, 대한민국의 현실은 더욱 처참하게 변모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언론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설 수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무기력한 언론의 황폐함으로만 다가올 뿐입니다. 권력의 시녀가 되어 스스로 만족하는 현실 속에서 그들에게 날카로운 시대정신을 읽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버려진 여의도 MBC의 뉴스 스튜디오의 황폐함은 현재의 MBC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기도 할 것입니다. 더는 돌아오기 힘들어 보이는 이 지독한 현실 속에서 뉴스 스튜디오는 자신의 할일을 잃은 채 귀신들만 떠도는 흉흉한 장소로 변해 있었으니 말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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