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재슈퍼, 핑크 이장 부부, 산체와 군소, 첫 방송부터 터진 나영석 PD 특유의 사물과 주변인들에 대한 의미 부여는 확실한 <삼시세끼 어촌편>의 재미를 던져주었습니다. 장근석의 중도 하차로 인해 첫 방송이 한 주 늦게 시작되었지만 기다린 보람을 느끼게 해준 만재도로 향한 이들의 여정은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선사해주었습니다.
나영석 피디의 재능이 빛을 발했다;
만재도로 향한 45살 동갑내기 배우들의 좌충우돌, 새로운 예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루 세끼를 해먹는 것이 주제가 되는 말도 안 되는 평범한 주제를 가진 <삼시세끼>는 스핀오프가 막을 올리며 다시 새로운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나영석 피디가 KBS를 탈출해 tvN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꽃보다 시리즈>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색다른 여행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증명한 나 피디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여행 중 이서진의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착안한 하루 세끼를 먹는 예능은 다시 한 번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습니다. <삼시세끼>는 첫 방송부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키더니 마지막까지도 정상을 자리를 내주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깊은 산골에 들어가 두 남자가 하루 종일 삼시세끼를 해먹는 이 단순한 형식이 이토록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출연진인 이서진이 첫 방송에서 지속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망했다고 외칠 정도로 그럴 듯한 것 없는 이 지독할 정도로 단순한 방송은 그래서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현대인들에게 <삼시세끼>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유와 가치를 부여해주었습니다. 자신이 직접 키운 작물을 이용해 하루 세끼를 해먹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치는 현대인들에게는 하나의 로망으로 다가왔습니다. 인스턴트와 외식문화가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직접 가꾼 텃밭의 많은 것들을 이용해 건강식을 해먹는 것은 이제는 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서진과 택연이 만들어낸 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여정은 이제 차승원과 유해진이라는 45세 동갑내기 친구들의 어촌편으로 이어졌습니다. 남도에서 배를 타고 6시간을 더 가야만 만날 수 있다는 만재도에서 보내는 이들의 생활은 결코 행복할 수는 없었습니다. 거친 바다와 맞닿아 있는 만재도에서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며 살아가야 하는 모든 과정이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도전이 될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6시간의 항해를 잠으로 채우며 만재도에 도착한 이들은 자신들이 살게 될 집에 대해 찬사를 보냈습니다. 좋은 날씨에 어촌에 걸 맞는 파란 지붕의 집은 만족스러웠습니다. 작은 텃밭이 있고, 어촌 특유의 집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한 그곳이 주는 정감은 그들만이 아닌 시청자들도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의 힘이었습니다.
산에는 밍키가 있고 바다에는 산체가 있었습니다. 작고 귀여운 산체를 발견하자마자 정신이 없어진 유해진의 모습에서 앞으로 산체가 보여줄 가치가 어떨지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습니다. 보다 업그레이드 된 귀여움을 간직한 산체의 등장은 <삼시세끼 어촌편>을 바라보는 또 다른 재미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이장과 군수>에서 이미 연기 호흡을 맞췄던 차승원과 유해진은 마치 오래된 부부처럼 보였습니다. 외모와 달리 완벽한 주부의 모습으로 변신한 차줌마의 음식 솜씨는 대단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해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마당 옆 텃밭에 있는 배추를 보고는 겉절이와 배추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되겠다는 말과 함께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낸 음식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음식이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10분 만에 완성한 겉절이에 흥분했던 유해진은 모자반 무침에서도 다시 한 번 차줌마의 요리 솜씨에 감탄을 해야 했습니다. 만재도에 유일하게 있는 만재 슈퍼에 대한 기대감과 만족도는 미스터리한 가게 운영으로 인해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비된 것이라고는 음료수와 맥주가 전부인 만재 슈퍼는 주인아저씨를 만나는 것 자체가 힘겨운 일일 뿐이었습니다.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특성을 재미로 승화시키는 제작진들은 동물들의 의인화도 모자라 무생물인 건물에게마저 가치를 만들어내는 특별함을 선사했습니다.
통발 낚시를 치고 바닷가에 떠내려 온 모자반과 다시마를 가지고 식사를 해결하는 이 너무나 평범한 어촌의 생활은 두 남자의 행복한 생활기로 완벽해져갔습니다. 두 남자가 가지고 있는 각자의 특징들은 첫 방송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풍성했습니다. 물론 장근석을 드러내기 위한 편집 과정에서 2회 정도 이상의 방송 분량을 하나로 축약하는 과정에서 소위 엑기스가 축출되어 만들어진 결과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혼자 남아 설거지를 하며 벌인 유해진의 모노드라마는 마치 한 편의 영화 한 장면을 보는 듯 흥미로웠습니다. 전업주부의 노고를 다시 깨닫게 하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큰 울림으로 다가올 정도로 그의 모노드라마의 재미는 간첩 접선과 같은 라디오 듣기에서도 크게 빛났습니다.
등산과 6시에 라디오를 듣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는 유해진의 모습은 색다른 재미로 다가왔습니다. 보기와 달리 섬세하고 손재주도 뛰어난 유해진의 활약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반갑기만 했습니다. 투망에서 잡은 첫 번째 생선인 군소가 던지는 재미 역시 <삼시세끼 어촌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재미였습니다.
시청자들 모두에게도 낯선 군소를 잡고 즐거워하던 차승원의 모습과 요리를 하기 위해 푹 삶은 뒤 드러난 군소의 정체에 당황해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재미였습니다. 잡아봐야 먹을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군소에 대한 특별한 유대감을 느낀 유해진과 차승원의 모습은 이번 예능도 대박일 수밖에 없음을 직감하게 했습니다. 드라마 <미생>에서 초반 가장 중요한 가치를 부여했던 "우리"라는 단어를 활용하는 제작진들의 센스 역시 탁월했습니다.
천막을 치고 의자를 만들고 냄비 걸이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내는 유해진과 모든 재료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척척해내는 차승원의 조합은 상상이상의 최강이었습니다. 동갑내기이지만 서로 다른 성격과 특징들이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재미있는 궁합으로 다가왔습니다.
하루 세끼를 해먹는 것만으로도 하루 종일 힘들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 불만을 품은 '참바다' 해진의 발언에 이제는 두 끼만 먹자는 승원의 발언에 그들은 여유를 되찾았습니다. 제목대로 할 이유가 없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해진은 아침 일찍 일어나 등산을 하고 투망을 확인하는 너무나 평화로운 그의 모습에는 더는 '노동의 회전목마'는 보이지 않는 듯했습니다.
검증된 노예인 손호준의 등장은 앞으로 벌어질 이들 세 남자의 어촌 적응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습니다. 항상 새로운 예능에 목말라하는 방송가에 나영석 피디 팀이 만들어낸 가치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일상마저도 특별한 재미로 만들어내는 능력은 새로운 예능을 만들고 싶어 하는 예능 피디들에게는 나침반 같은 존재로 다가왔습니다.
대단한 이들을 대거 투입하고 물량 공세를 하는 지상파 방송에서 제대로 된 예능을 새롭게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삼시세끼 어촌편>은 첫 방송부터 10%에 근접한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지상파 그 어떤 방송보다 경쟁력을 가진 하루 세끼를 해먹는 프로그램의 재미는 우리 시대 방송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나영석 피디가 보여준 예능의 힘은 반짝이는 재능과 함께 한 두 수 앞서는 색다름이 던지는 가치이기도 했습니다. 특별하지 않아서 더욱 특별한 <삼시세끼 어촌편>의 새로운 시대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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