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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언니의 유혹, 무한상사의 여성버전 저질과 원초 사이에서 길을 잃다

by 자이미 2012.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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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상사라는 걸출한 시트콤을 만들어낸 무한도전이 이번에는 무한 문화센터는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주었습니다. 직장인의 애환을 극단적인 방식을 통해 재미와 의미를 담아주던 '무한상사'의 여성 판이 될 '무한 문화센터'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으로 변신한 여섯 명의 무도 멤버들은 그 자체가 웃음을 유발시키고 있었습니다. 

 

저질과 원초적 웃음 사이의 경계, 무한 문화센터가 풀어야 할 문제

 

 

 

 

 

가을. 그 아름답고 서글픈 계절 여행을 떠난 무한 문화센터 아줌마들의 여행담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여행사의 노골적인 상술과 아줌마 특유의 모습들을 그대로 담아낸 '언니의 유혹'은 분명 무한상사의 여성 판이었습니다.

 

무한상사의 부인들이 야유회를 나온 것 같은 그들의 여행은 원초적인 웃음을 자극하며 색다른 재미를 보여주었습니다. 시와 노래로 가을을 담아 웃음과 함께 선사하는 방식은 흥미로웠으니 말입니다. 여자 분장만으로도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 무한도전의 새로운 도전은 저질과 원조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아쉬움도 주었습니다. 

 

 

이번 '무한 문화센터'가 흥미로운 발상과 원초적인 재미로 무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분명한 아쉬움과 한계를 보여준 것도 사실입니다. 개그맨들에게 분장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무기입니다.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가장 쉽지만 본질적인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 분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아줌마 분장 쇼는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중간 중간 상황에 맞는 시를 배치시키며 아줌마의 가을 여행의 동반자가 된 가을 시의 낭만까지 선사하는 섬세함도 보여주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무도와는 달리, 이번 무한 문화센터의 이야기 전개는 평이한 수준에 그쳤다는 사실이 아쉬웠습니다. 여행이나 퀴즈를 마무리하는 과정이 너무 어설프다 보니, 과연 이게 마지막인지 아니면 뒤에 더 보여줄 것이 있어서 이런 식의 편집을 했는지 모호할 정도였습니다.

 

더욱 이상하게 다가왔던 것은 길의 행동을 그대로 담아냈다는 점입니다. 길의 모습은 김태호 피디의 선택의 결과였습니다. 갑작스럽게 생긴 돌발 행동에 대한 편집권은 완전하게 김 피디의 몫이었으니 말입니다. 홍철 여행의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지 못한 이유를 길의 행동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편집 없이 방송을 내보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맥락에서도 맞지 않는 길의 등장은 의아하기만 합니다.

 

길이 너무 급해 차를 세우고 갓길에서 급한 용무를 해결하는 것은 개인적인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사고가 일어나고, 해결하며 지체된 시간을 그대로 내보낸 김태호 피디의 의도를 엿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더욱 시간대가 가족들이 식사를 하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김 피디의 선택이 특별한 의도를 위함이 아니라면 쓸데없는 장면의 연속이었으니 말입니다. 

 

길의 실수담을 그대로 원초적인 재미로 사용하기에는 억지스러웠고, 길의 행동으로 인해 예정된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해명하기 위함이라고 하기에도 부족한 장면이었습니다. 모두 드러내고 방송을 위한 추가 촬영이 더욱 중요했을 법한데도 이를 그대로 방송으로 내보낸 김 피디의 의도를 아직도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이 저질과 원초 사이의 경계가 결국 '무한 문화센터'의 미래라고 한다면 좀 더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아줌마라 불리는 여성들의 단면을 재미있게 풀어가는 것은 흥미로우나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는 중요하게 다가올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저 웃기에는 저질에 가깝고, 그렇다고 의미를 담기에는 너무 원초적인 이 장면의 삽입은 김 피디의 실수가 아니라면 철저하게 길을 디스하는 행동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무도 문화센터'의 밋밋함을 잡아주었던 재미의 핵은, 무한상사에서 보여주었던 멤버들 간의 관계를 구축하는 말들의 향연이었습니다. "척 보면 압니다"라는 유행어를 그대로 실천하듯 너무나 익숙한 그들의 만담에 가까운 콩트들은 사실 대본이 필요 없는 그들의 개인기 열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나 부분적으로 삽입되는 장면들에 대한 길잡이와 갈무리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보는 멤버들 간의 재미는 온전히 그들이 만들어낸 원초적인 재미들이니 말입니다. 

 

무한도전의 상징성이 극대화되는 것들이 대부분 김태호 피디를 중심으로 한 제작진들이 정교한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면, 무한상사와 무한 문화센터의 경우는 철저하게 출연하는 무도인들의 개인기가 만들어내는 웃음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무한도전 언니의 유혹>은 김태호 피디의 아쉬움이 많이 묻어난 무도라는 생각을 지우기가 힘듭니다.

 

'언니의 유혹'은 분명 무한도전이 만들어낸 최강의 무한상사에 도전할 만한 매력적인 특집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번 도전에서 김 피디는 멤버들의 개성과 재미를 완전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실패한 느낌입니다. 여행사의 횡포나 아줌마들의 가을 여행이 주는 느낌들을 피상적으로 담아내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기는 힘들었고, 웃음마저도 무한상사에 비해서는 아쉬움을 많이 남겼으니 말입니다. 분명 대단한 무한도전 안의 또 다른 무한도전이 될 수 있는 '언니의 유혹'이 다음 기회에 좀 더 정교하게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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